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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감각이 아니라 기술이다
이호선 교수, 수원시 공무원과 시민 대상 특강…초고령 사회를 살아가는 관계의 조건을 말하다
2026-01-12 11:54:40최종 업데이트 : 2026-01-12 11:54:38 작성자 : 시민기자 이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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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을 주제로 한 특강을 알리는 대형 홍보 플래카드 초고령 사회를 넘어 '100 플러스 알파 시대'에 접어든 지금, 개인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그 해답을 '관계'에서 찾은 강연이 수원시청에서 열렸다.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난 시대에 개인의 삶은 물론 행정과 조직 운영 전반에서 인간관계의 질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자리였다.
2026년 1월 9일 오후 4시부터 5시 30분까지 수원시청에서 열린 이호선 교수(심리학)의 특강 「관계의 기술」에는 수원시 공무원과 시민 등 350여 명이 참석해 대강당을 가득 메우며 성황을 이뤘다.
강연에 앞서 대강당 대형 스크린에는 이호선 교수의 사전 인터뷰 영상이 상영됐다. 참석자들은 자리에 앉아 영상 속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며 강연의 시작을 기다렸고, 영상은 관계와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현장 분위기를 차분하게 이끌었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주제에 몰입하는 시간이었다.
강연에 앞서 이호선 교수의 사전 인터뷰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이 교수는 심리상담 전문가이자 중·장년 및 노년 세대 연구로 잘 알려진 학자로, 다수의 방송과 강연을 통해 가족관계와 세대 갈등, 노년의 삶을 꾸준히 조명해 온 인물이다. 대학에서 오랫동안 상담심리학을 가르쳐왔으며, 현장 상담과 연구를 병행해 온 그의 강연은 이론에 머물지 않고 삶의 경험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수원시청 대강당이 350여 명의 관객으로 가득 찬 가운데 특강이 성황리에 열렸다. "우리는 백세를 넘어, 역사를 쓰는 존재가 됐다" 이 교수는 강연의 서두에서 "지금의 시대는 단순한 장수 사회가 아니라 '100 플러스 알파 시대'"라고 규정했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한 사람이 살아내야 할 시간과 역할의 폭 역시 전례 없이 확장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제 우리는 한 세기의 역사를 '겪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쓰는 사람'이 됐다"며, 개인의 선택과 태도가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간 중·노년층 상담을 진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많은 갈등이 성격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짚었다. 특히 공직사회에서의 관계는 개인 간 소통을 넘어 시민의 신뢰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정과 조직, 세대 간 관계 모두가 단절이 아닌 '공동의 역사' 위에 놓여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강연의 핵심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Who am I)',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Where am I)'였다. 이 교수는 정체성의 출발점으로 '이름'을 제시하며,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삶을 통해 완성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정도 인생을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 이름의 의미를 내가 새로 부여해도 됩니다. 이름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살아내며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호선 교수가 관객들과 호흡하며 열정적인 강연을 펼치고 있다. 그는 오랜 상담 사례를 언급하며 "사람은 나이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 역할로 사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조직과 가정 안에서 자신이 선택한 역할을 자각하는 순간, 관계는 보다 안정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설명이다. 직급이나 연차보다 '어떤 태도로 그 자리에 서 있는가'가 관계의 질을 좌우한다는 메시지는 공직자들에게 특히 설득력 있게 전달됐다.
이 교수는 관계를 '온도'에 비유하며 상담학에서 말하는 '라포(rapport)' 개념을 풀어냈다. "관계는 기술이 아니라 상태이며, 신뢰의 온도가 형성될 때 비로소 작동한다"는 말은 그의 상담 철학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공직사회에서 세대 차이를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와 속도의 차이'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다년간 조직 상담과 강의를 진행해 온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통찰이다. 그는 "에너지가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이 함께 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중요한 것은 서로의 속도를 인정하는 태도"라고 덧붙였고, 이에 참석자들은 깊은 공감을 보였다.
"관계의 기본은 친절, 친절의 바탕은 체력" 강연 후반부에서 이 교수는 관계를 지탱하는 가장 현실적인 조건으로 '체력'을 꼽았다. "체력이 곧 친절입니다. 잠을 잘 자고 몸을 돌보는 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입니다."라는 말은 오랜 상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해 온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다.
또한 그는 '자기 복합성'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한 사람이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기쁨과 역할을 여러 개 갖는 것이 관계의 회복탄력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이는 노년 심리와 삶의 만족도를 꾸준히 연구해 온 그의 주요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이날 강연에는 시민들도 함께했다. 인계동에 거주하는 세 자매 조영순(70대)·조민선(60대)·조희순(50대) 씨는 통장으로 봉사 중인 막내 희순 씨가 '새빛 톡톡'을 통해 강연 소식을 접하고 제안하면서 함께 강연장을 찾았다
조희순 씨는 "TV에서 보던 강의를 직접 듣고 싶었다"며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언니 조영순 씨 역시 "자매가 함께 같은 강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세 자매가 함께 특강에 참여해 훈훈한 분위기를 더했다. (오른쪽 조희순 씨) 이번 특강은 인간관계의 요령을 전하는 자리를 넘어, 초고령·초변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시간이었다. 이호선 교수의 말처럼 관계는 감각이 아닌 기술이며, 그 기술의 첫걸음은 자신의 삶과 역할을 돌아보는 성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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