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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에서 내 안에 숲을 만나는 시간, 북토크·명상·글쓰기·퍼포먼스 워크샵 후기
1월 24일, 동시대미술전 《공생》 전시 연계 ‘공상 플랫폼’ 마지막 프로그램
2026-01-26 14:15:20최종 업데이트 : 2026-01-26 14:15:18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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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라이브러리에서 진행된 북토크 <사나운 공생: 내면의 숲을 유영하다> 토요일 오후, 수원시립미술관 2층 라이브러리에는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제목은 <사나운 공생: 내면의 숲을 유영하다>. 동시대미술전인 《공생》의 마지막 공상 플랫폼 프로그램이다. 무대석에는 에세이집 '사나운 독립'을 집필한 문유림 작가와 서평강 작가가 앉았고, 사회는 수원시립미술관 조은 학예연구사가 맡았다. 북토크는 책 속의 '독립'을 '공생'이라는 각도에서 다시 읽어보는 흐름으로 진행되었다. 두 작가는 엄마이자 딸로 살아온 시간, 타인을 향해 서는 방식, 세대가 물려준 규범과 언어에 대한 질문을 차분히 풀어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오늘을 살아가는 80~90년대생의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집중도가 높아졌다. 비슷한 시간을 통과한 사람의 언어에는 공감이 배경음악처럼 깔리기 때문이다. "독립은 단절이 아니라 관계를 재구조화하는 힘"이라는 말이 관람객의 고개를 끌어당겼다. 가족·연인·혼자 방문객까지 다양한 관람층이 함께해서 더욱 알찼던 '공상 플랫폼' 프로그램 미술관 속 라이브러리는 평소 열람 중심의 공간이라 조용한 편이지만, 이날은 생각과 질문이 오가는 대화의 장이었다. 밀도 있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눈에 들어온 건 관람객의 폭이었다. 아이와 함께 온 부모,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 홀로 온 성인 등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같은 프로그램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책을 펼쳐 읽었고, 누군가는 프로그램 안내문을 확인하며 흐름을 예측하는 평화로운 오후 시간. 수원시립미술관이 지역 생활권에서 나들이 코스, 데이트 장소, 혼자만의 힐링까지 여러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작가 문유림·서평강(왼쪽),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조은(오른쪽)과 함께한 북토크 오늘 오지 못한 최지현 작가를 포함해 세 작가는 모두 '엄마이자 딸'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첫 만남은 어린이집 학부모 모임이었다. 아이 셋이 먼저 가까워지면서 엄마들도 연말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말과 교육 가운데 나를 옥죄던 것이 있었다"는 자각이 생겼다. 그것을 다음 세대에게 그대로 넘기지 않겠다는 결심, 나다운 삶의 방식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쌓여 글쓰기 모임으로 이어졌고, 결국 한 권의 에세이집이 탄생하게 된 것. 북토크는 두 작가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인지 묻는 대화로 확장되었다. 서평강 작가는 글쓰기를 "몸과 마음에 엉겨붙는 것들을 떼어내는 과정"이라 말했다. 엄마의 병상 앞에서 일기처럼 기록을 남겼던 시기를 떠올리며, 그것은 출판을 목표로 한 작업이 아니라 감정이 자신을 짓누르지 않게 종이에 옮기는 일이었다. 그렇게 쌓인 기록 덕분에 엄마와의 관계, 사랑, 생명의 문제를 다른 시야로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유림 작가는 자신을 "감정이 차오르면 저절로 글이 흘러나오는 일기쟁이"라고 소개했다. 감정의 수위가 어느 순간에 다다르면 눈물이 흐르듯 문장이 손끝으로 튀어나오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글쓰기는 계획된 작업이라기보다는 "지금 이걸 쓰지 않으면 안 될 순간"에 반응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남겨진 문장들이 쌓여 있으면 "내 삶이 잘 이어지고 있구나"라는 믿음을 주었다. 북토크 중에는 두 작가가 프로그램을 위해 새로 준비한 글도 낭독했다. 생의 굴곡, 엄마와 딸의 관계, 몸과 언어, 상처와 독립을 다룬 문장이 조용히 공간을 채웠다. 읽어 내려가는 목소리와 함께 단어들이 전시실처럼 머릿속에 배치되는 느낌이 오래 남았다. 미술관에서 책을 듣고, 대화를 듣는 시간이 이렇게 생생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서평강 작가와 함께한 명상과 글을 쓰며 숲에 머물기 북토크가 끝난 오후 5시, 참가자들은 1층 전시실로 향했다. 이곳은 동시대미술전 《공생》이 전시 중인 공간으로, 작품이 놓인 전시실에서 명상과 글쓰기가 이어진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감각을 열고 글을 쓰는 행위가 작품과 같은 호흡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현장성'이 있을 수밖에! 토요일 워크숍에 참여하러 왔지만, 사실 나는 며칠 전부터 어지러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 프로그램이 열린 그 주 수요일, 40대 중반의 인생에서도 잊기 힘들 만큼 큰 실수를 했다.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고,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상태. 마음속에서는 계속 같은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프로그램은 다른 방식으로 다가왔다. 서평강 작가의 안내로 시작된 명상 시간, 참가자들은 바닥에 앉아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나는 지금 안전합니다. 이 자리에 온전히 존재합니다."라는 목소리가 전시장에 퍼졌다. 몸의 감각을 따라가며 숲으로 들어가는 이미지가 이어졌다. 눈을 감은 채 목소리를 따라 각자의 숲으로 향하는 시간은 묘한 체감이 되었달까. 전시실의 차갑고 하얀 벽과 달리 머릿속에는 흙 냄새, 초록빛을 드리운 나무 그림자가 떠올랐다. "숲 어딘가에 아직 말이 되지 못한 마음이 있다."라는 안내가 이어질 때, 수요일의 일이 자꾸 떠올랐다. 정신없이 지나간 순간, 확인하지 못한 버튼, 그리고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는 중'이라는 내 마음 속 문장. 명상만으로는 어지러운 마음을 쉽게 잡을 수 없었다. 손이 멈추지 않는 글쓰기, 5분 동안 단어와 문장을 기록하는 시간 눈을 뜬 뒤에는 곧바로 글쓰기 시간이 이어진 일이 다행이다. 작가는 "지우지 마세요. 맞춤법을 고치지 마세요. 손이 멈추지 않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안내했다. 막상 써보니, 멈추지 않고 적는다는 조건이 마음의 속도를 따라잡아 주었다. 문장은 뒤섞였고, 단어만 튀어나오는 순간도 있었다. '실수', '멈춰 있음', '시간', '되돌릴 수 없음', '숲' 같은 단어들이 종이에 남았다. 나만 볼 거라고 생각했던 글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읽혔다. 그 순간, 평온한 숲이 아니라 검은 숲을 지나가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 일을, 처음 만난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쓰고 있다는 상황이 이상할 정도로 안정감을 주었다. 그곳에는 '부끄러움'이나 '정답'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마음속에 잠시 숨을 고를 장소가 생긴 느낌이다. 문유림 작가와 함께한 참여형 퍼포먼스 숲과 숲의 대화 참여형 퍼포먼스는 꽃을 들고 전시실을 걷는 방식이었다. 문유림 작가는 "나의 숲이 이끄는 속도로 걷는다"고 안내했다. 그래서 걸음은 일정하지 않았다. 천천히 걷다가 속도를 높이기도 하고, 멈춰 서서 근처 사람과 짧은 말을 나누기도 했다. 손에 하나씩 들고 있던 건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에서 예술가들에게 헌화되는 꽃이다. 생과 사의 경계를 오가는 상징이라는 설명이 마음에 남았다. 그러다 짝이 만들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 자리에서 각자의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꽃을 교환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실수를 말하는 일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오히려 낯선 상대 앞에서 말하는 일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 신기하면서도 참 감사한 경험이다. 프로그램 참여자, 매원초등학교 류아린 어린이와 보호자 정다운 씨의 모습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름을 묻자 "류아린이에요, 엄마랑 함께 왔어요."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어땠는지 물으니 "힘들었어요. 그래도 재미있었어요."라고 답했다. 짧지만 솔직한 표현이다. 아이에게 미술관은 놀이터이자 학습장이자 체험의 공간이 되고 있었다. "수원시립미술관 전시가 바뀔 때마다 오는 편이에요. 아이가 작품을 보고 질문하는 과정이 재미있고, 참여 프로그램이 있으면 집에서는 하지 않던 이야기까지 나오거든요. 전시만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나누고 배우는 시간이 된다는 점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오게 될 것 같아요." - 보호자 정다운 씨의 소감 한 마디 - 프로그램을 나서는 길, 마음 한쪽이 조금 가벼워져 있었다. 실수는 여전히 내 안에 있지만, 숲을 걸으며 썼던 문장들과 낯선 사람에게 건넸던 한마디가 마음의 균열을 다른 자리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타인과 나 사이에서 잠시 숨을 고를 틈을 만났달까? 미술관이 주는 치유란 어쩌면 그런 방향일지 모른다. 수원시립미술관 동시대미술전 《공생》 연계 프로그램 '공상 플랫폼'의 마지막 시간은 이렇게 끝이 났다. 《공생》 전시는 3월 2일(월)까지 이어지고,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 전시는 연장되어 같은 날까지 관람할 수 있다. 작품 속에서 각자의 숲을 만나는 예술적 여정이 되기를 바란다.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 기본 정보] ○ 주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로 108 ○ 운영시간: 10:00~18:00 (입장마감 17:3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 주차: 미술관 주차장 이용 가능 ○ 문의: 031-228-3800 ○ 누리집: https://suma.suwon.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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