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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추억을 떠올리는 수원시 못골시장의 손칼국수
2026-01-30 10:22:18최종 업데이트 : 2026-01-30 10:22:16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밀가루 반죽을 엷게늘려 몇겹으로 접어 칼로 썰어 칼국수를만든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늘리고 여러겹으로 접은 후 칼로 썰면 칼국수 면이 된다.


사람의 주식문화(主食文化)는 나라마다 다르다. 서양인들은 빵과 고기가 주식인 반면, 한국인의 주식은 쌀밥과 김치다. 서양인들은 일 년 내내 밀가루 빵과 고기를 먹지만 우리는 계절 따라 주식과 부식이 달라진다. 지금은 쌀밥이 사계절 주식이지만 옛날에는 쌀밥은 가을과 겨울, 봄철의 주식이고, 김장김치는 부식이다. 

 

여름철 주식은 보리밥과 칼국수 같은 밀가루 음식이고 부식은 열무김치나 얼갈이 배추김치였다. 여름철 마당에 우물이 있는 집들은 김치단지를 끈으로 매달아 우물에 담가 시지 않게 발효를 늦추면서 시원한 김치를 먹었다. 우물이 없는 집들은 고무 함지박에 김치단지를 놓고 물갈이로 온도를 낮춰 김치의 발효를 늦추기도 했다. 농사도 자연농법이라 계절에 따라 생산되는 식품만을 먹고살았다. 

 

지금은 과학영농으로 채소류나 과일류 등 각종 음식을 계절에 관계없이 마트나 재래시장에서 사 먹을 수 있다. 수원의 '재래시장' 하면, 남문시장, 지동시장, 미나리꽝시장, 못골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못골시장은 수원시민들 뿐만 아니라 인근 오산시, 용인시, 화성시민들도 찾아오는 유명한 먹거리시장이다. 채소류, 육류, 어물류를 비롯해 각종 먹거리와 밥상에 오를 다양한 반찬거리의 종합시장으로 주부시장이라 할 만큼 장꾼들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못골시장은 평일에도 장꾼들로 북적인다

못골시장은 평일에도 장꾼들로 북적인다.

 

겨울철이면 못골시장에 들러 고향 서천에서 올라온 서해안 재래김을 사다 먹는다. 누구나 좋아하는 김은 겨울 제철에 나오는 햇김을 날 것으로 먹어야 향긋한 내음과 제맛이 난다. 지금은 계절에 관계없이 김밥을 비롯해 사계절 김을 사다 먹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겨울철 식품으로 설 때나 보름 명절에나 먹을 수 있었다. 종제기에 들기름이나 찬기름을 딸아 소금을 넣고 솔잎으로 찍어 김에 발라 화롯불에 살작구어 밥상에 올릴 만큼 귀한 식품이었다. 
 

하얀 띠지를 두른 김은 서해안에서 채집한 서천김

하얀 띠지를 두른 김이 서해안에서 채집한 서천김

 

장구경을 하다 보니 점심때가 되어 손칼국수짐에 들어갔다. 열댓 평 쯤되는 홀에는 장을 보고 점심 먹으러 온 손님들로 꽉 찼다. 주방 쪽에는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둥글대를 밀고 당기며 밀가루 반죽을 엷게 늘려 몇 겹으로 접어서 칼로 썰어내느라고 손놀림이 바쁘게 움직인다. e수원뉴스 시민기자 신분을 밝히고 우리의 옛 생활문화 기사를 쓰려고하는데 칼국수 만드는 사진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허락을 한다.
 

둥굴대로 밀가루 반죽을 엷게 굴리고있다

둥굴대로 밀가루 반죽을 엷게 굴리고잇다


자리를 잡고 앉아 벽에 붙은 메뉴표를 보니 칼국수 6,000원, 수제비 7,000원, 칼제비 7,000원, 잔치국수 5,500원, 비빔국수 8,000원 등 옛날에 여름철 집에서 해 먹던 밀가루 음식은 다 있다. 지금 7080대 노인들은 소년소녀시절 여름철이면 꽁보리밥이나 칼국수, 수제비, 칼뚝제비, 국수를 먹고 살았던 옛 추억들이 있다. 

 

칼국수는 밀가루 반죽을 몇 번씩 손으로 치대어 상에 놓고 둥글대로 밀어가면서 얇게 늘려서 몇 겹으로 접어서 부엌칼로 고르게 썰어서 펄펄 끓는 멸치국물에 칼국수를 넣고 끓인다. 텃밭이나 울타리에 매달린 애호박을 따다가 채를 썰어 살짝 익혀 칼국수에 얹어 먹는다.
 

요즘 칼국수집을 가보면 기계로 면을 뽑아 가락국수처럼 면발이 둥글다. 국물도 조개국물이라 짭조름하니 간이맞고 시원하니 입맛은 좋으나 옛날 칼국수 추억은 떠오르지 않는다. 어떤 칼국수집은 칼국수를 끓이는 동안 공기에 보리밥과 김치, 고추장을 내놓기도 한다. 꽁보리밥에 열무김치를 넣고 고추장으로 비벼먹던 옛 추억을 떠 올게 된다.

 

보리밥은 보리를 물에 불려 도구통에 찧어서 껍질을 벗겨내야 밥을 지을 수 있다. 삼복더위에도 아낙네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도구통에 보리방아 찧는 게 일이었다. 보리방아를 찧고 나면 적삼(저고리)이 땀에 흠뻑 젖는다. 밀은 도구통에 찧어 체로 곱게 쳐서 습기가 차지 않게 단지에 넣고 봉해두었다가 점심이나 저녁은 칼국수나 수제비를 해 먹었다.

 

우리나라만 계절음식으로 여름철에 보리밥과 밀가루 음식을 해 먹는 데는 선조들의 혜안(慧眼)이 있었다. 보리에는 단백질, 식이섬유, 탄수화물 등 다양한 영양소가 있어 심혈관질환 예방, 노화 예방, 뼈건강 등의 효능이 있으면서 차가운 성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더위를 식혀주는 음식으로 여름철에 보리밥을 먹은 것이다.

 

밀가루에도 단백질, 미네랄, 섬유질, 비타민(군)등 다양한 영양소가 있어 피로해소, 뇌기능강화, 뼈건강 등의 효능을 갖고 있는 반면 따끈따끈하게 먹는 더운 음식이다. 보리밥과 칼국수는 영양을 보완하면서 우리 몸에 체온 조절용 음식으로 궁합을 맞춘 여름철음식이다. 이런 걸 보면 과학문명이 없던 시절에도 계절 따라 음식을 해 먹는 우리 조상님들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의 지혜(之慧)를 알 수 있다.

 

함께 간 지인들과 추억담을 나누다 보니 칼국수가 나왔다. 칼국수에는 애호박대신 대파와 김을 썰어 언졌다. 국물을 물어보니 멸치국물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옛날 칼국수맛을 보게 된다. 옆자리에 앉은 70대(여성)로 보이는 노인에게 칼국수 맛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어렸을 적 어머님이 해주시던 칼국수 맛이라면서 옛날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라고 한다.
 

멸치국물에 끓인 엣날 칼국수

멸치국물에 끓인 옛날 칼국수


가난해서 쌀밥을 못 먹고 고구마나 시래죽으로 끼니를 때우며 보릿고개를 넘겨야 했던 시절에는 쌀밥을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런데 살기가 좋아져 삼시세끼 쌀밥만 먹다 보니 이제는 옛 추억을 찾아 보리밥이나 칼국수를 사 먹으러 찾아다닌다. 참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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