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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자락에서 만난 고요한 위로, 수원시립미술관 공생전 취재기
신발을 벗고 들어선 텅 빈 전시장, 예술의 목소리로 채워진 159일간의 여정
2026-01-30 10:33:59최종 업데이트 : 2026-01-30 10:33:57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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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넓게 깔린 카펫과 공중에 유영하듯 매달린 작품들이 어우러진 수원시립미술관 2전시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동시대미술전 공생은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우리와 연결된 세상을 조용히 돌아보게 만드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우리 주변의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지 세 가지 예술 언어로 보여준다. 단순히 완성된 작품을 멀리서 구경하는 것을 넘어 관람객이 직접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다. 이 전시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인 지속가능한 삶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예술적으로 성찰하기 위해 준비되었다.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수원시립미술관이 미래 세대에게 어떤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할지 고민한 결과가 바로 '공생'이라는 주제로 나타났다.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각자가 느끼는 감각을 통해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 목적이다. 신발 주머니와 슬리퍼, 전시장 입구에 비치된 용품들로, 일상의 신발을 벗고 예술의 세계로 입장하는 의식을 상징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입구에 마련된 신발 정리함과 슬리퍼다. 관람객은 평소 신던 신발을 벗어 주머니에 담고,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푹신한 회색 슬리퍼로 갈아신어야 한다. 일상적인 외출복의 상징인 신발을 벗는 이 작은 행위는 딱딱한 현실에서 벗어나 예술의 세계로 진입하는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슬리퍼를 신고 들어선 전시장 내부에는 발소리를 흡수하는 포근한 카펫이 넓게 깔려 있다. 일반적인 미술관의 차가운 바닥과 달리, 이곳에서는 발끝으로 전해지는 낯선 촉감 덕분에 몸의 긴장이 자연스럽게 풀린다. 낮은 조도와 차분한 분위기는 마치 누군가의 고요한 사유의 공간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카펫이 깔린 전시장, 발끝으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촉감을 통해 관람객이 공간을 더욱 편안하게 사유하도록 돕는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평일 오후의 전시실은 겨울 추위 때문인지 매우 한산하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2025년 9월 26일에 시작해 어느덧 4개월이 지난 전시장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뜸해져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텅 빈 카펫 위를 혼자 걷다 보니 평소 소란스러운 곳에서는 들리지 않던 미세한 소리와 눈앞의 거대한 작품이 주는 압도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전시실 내 간이 의자, 관람객이 원하는 곳에 멈춰 서거나 앉아 작품을 오랫동안 응시할 수 있도록 배려한 도구다. 전시장 곳곳에는 관람객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간이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다. 나무로 된 X자 형태의 의자들은 정해진 방향 없이 놓여 있어, 관람객이 원하는 곳에 멈춰 서거나 앉아 작품을 오랫동안 응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배려 덕분에 관람객은 수동적으로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머물 곳을 정하며 전시의 흐름을 주도하게 된다. 윤향로 작가의 오이스터, 8.8m 높이의 천장에 매달린 비정형 캔버스 작품들이 공간에 입체적인 깊이감을 더한다. 전시장 중앙 천장에 높게 매달린 윤향로 작가의 대형 회화 오이스터는 마치 거대한 암석이나 구름처럼 공중에 떠 있다. 굴 껍데기 모양을 한 비정형 캔버스들은 8.8m 높이의 천장에서 내려온 가느다란 줄에 의지해 공간을 유영한다. 작품 사이사이를 유령처럼 지나가는 하얀색 수직 가림막들은 시야를 적절히 차단하고 열어주며 공간에 깊이감을 더한다. 윤향로 작가는 이번 신작을 통해 캔버스의 틀을 깨고 공간과 호흡하는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작품 아래를 지나가거나 옆에서 바라보며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굴의 형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적 경험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경계를 사이에 두고 관계를 맺는 공생의 풍경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한 결과다. 작품 사이로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유지완 작가의 사운드 작업은 잊힌 목소리와 일상의 잡음들을 예술로 되살려낸 결과물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곁에 분명히 존재하는 과거의 흔적들을 소리로 소환하여 옛 시간과 현재가 한 공간에서 함께 숨 쉬고 있음을 알려준다. 관람객은 카펫 위 어느 곳에 머물더라도 이 신비로운 소리들을 들으며 보이지 않는 관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전시장 한쪽에는 민병훈 작가의 단편소설 서로에게 겨우 매달린 사람들처럼이 소책자 형태로 비치되어 있다. 관람객은 이 책을 들고 전시장을 거닐며 글을 읽을 수 있는데, 소설 속 문장들은 눈앞의 시각적 풍경과 겹쳐지며 또 다른 상상의 세계를 열어준다. 소설이 남긴 마음의 여백은 관람객 각자의 경험과 만나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이야기로 완성된다. 가림막 너머의 관람객, 수직 가림막 사이로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은 개인적인 몰입과 타자와의 조우를 동시에 보여준다. 취재가 거의 마무리될 무렵 방학을 맞은 시민 3~4명이 조심스럽게 전시장 안으로 들어왔다. 정막하던 공간에 사람들의 온기와 낮은 속삭임이 더해지자 비로소 공생이라는 전시 제목이 완성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곳에서 공생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낯선 타인과 같은 공간에서 숨 쉬며 서로의 존재를 조용히 인정하는 일상의 순간 그 자체였다. 작품을 마주한 의자, 고요한 전시장 안에서 관람객이 자신만의 공생의 의미를 완성해 나가는 사색의 공간이다. 이 전시는 복잡한 세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특히 겨울 방학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이라면 교과서 밖의 현대 미술을 온몸으로 느끼며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3월 2일까지 이어지는 이 긴 여정이 끝나기 전, 신발을 벗고 조용히 나만의 공생 지도를 그려보는 경험을 꼭 해보길 바란다. 전시명인 공생과 참여 작가들의 이름이 감각적으로 디자인된 공식 포스터 《공생》 ○ 기간 : 2025년 9월 26일(금) ~ 2026년 3월 2일(월) 10:00~18:00 (입장 마감 17:00) ○ 시간 : 하절기(9월~10월) 10:00~19:00 / 동절기(11월~1월) 10:00~18:00(매주 월요일 휴관) 매월 2주 금, 마지막주 수요일 21시까지 야간개방 ○ 장르 : 복합 (회화 중심 전시) ○ 작가 : 윤항로, 유지환, 민병훈 ○ 구성 : 회화 4점, 사운드 2트랙, 단편소설 1편 (총 7점) ○ 예약 : 자유 관람 ○ 요금 : 성인 4,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 장소 : 수원시립미술관 제2전시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3 (신풍동) ○ 주차 : 관내 주차장 ○ 계정 : https://suma.suwon.go.kr ○ 문의 : 031-5191-3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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