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포동인 및 한국문예협회 초청인들 단체사진
수원의 전통예술과 문학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월 31일, 팔달문화센터에서는 '신몽유도원도 시서화 전시'와 창포동인 동인지 1·2집 출판기념 북토크가 열려 시민들의 발길을 끌었다.

월하문화예당 가객들의 정가·가곡 공연 장면
정가와 시조로 문을 연 오픈 행사
본 행사에 앞서 월하문화예당 예찬건 사무국장을 비롯한 가객 15명이 약 1시간 동안 정가와 가곡, 시조창 공연을 펼치며 전시의 문을 열었다. 전통음악이 전시장에 울려 퍼지자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작품 앞으로 모여들었다.

창포동인 2대 회장인 김동석 시인이 축시를 낭독하고 있다.
오후 3시 정각, 개회 선언과 국민의례에 이어 감사 인사가 진행됐고, 창포동인 2대 회장인 김동석 시인이 축시를 낭독했다. 김 회장은 "오늘의 행사를 시각화해 한시로 써 보았으나, 한문 독음의 가공을 피하기 위해 한글로만 낭독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현규 수원예총 회장, 김운기 수원문인협회 회장, 김현탁 문학과비평 이사장, 임병오 한국시화 이사장, 맹기호 경기수필가협회 회장, 김경은 경기시조협회 회장 등 지역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잊혀가는 문화를 고집스럽게 지켜가는 모임"

창포동인 3대 회장 박대문 시인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창포동인 3대 회장 박대문 시인은 인사말에서 "각자의 삶과 시간을 담아온 작품들을 한데 모아 문집으로 엮고, 시서화와 전통음악까지 함께 선보이게 됐다"며 "창포동인은 SNS와 즉각적 표현이 지배하는 시대에, 짧지만 깊은 언어로 우리 문화를 지켜가는 다소 고집스러운 모임"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번 문집의 페이지를 넘길 때 느끼는 감동과 여운이 오래 남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축사에서 전해진 격려와 배려
임병오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입춘이 2월 4일이라지만, 오늘 이 공간이 바로 입춘"이라며 "전국에서 모인 문인들과 함께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현규 수원예총 회장은 축사를 전하고 있다.
오현규 수원예총 회장은 축사에서 "작품을 보니 취미가 아니라 예술의 혼을 쏟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옛것의 가치를 지켜가는 여러분이 곧 수원의 명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제 직권으로 전시 기간을 기존 3일에서 휴일을 포함한 5일로 연장하겠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김운기 회장은 "580여 년 전 안견이 펼쳐 보인 몽유도원의 세계를 오늘의 후학들이 새롭게 재현해냈다는 점에서 감동을 받았다"며 "무행 김길두 시서화가의 열정과 창작력이 작품 곳곳에서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현탁 이사장 역시 "시서화는 인간됨됨이를 되돌아보게 하는 인문 예술"이라며 "신세대에게도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낭송과 가곡, 예술의 결을 더하다

관람객들이 시낭송을 듣고 있는 장면
정인성 시낭송 명인의 낭송과 김경은 시조시인의 시조창, 이경화 시인의 가곡이 이어지며 전시는 공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49m로 이어진 '신몽유도원도 찬시' 대작

신몽유도원도 찬시가 이어진 대형 시서화 작품
2부 시작 전 휴식 시간에는 박경하 중앙대학교 교수가 직접 작품 해설에 나섰다. 그는 무행 김길두 시서화가가 그린 안평대군의 몽유도원도를 중심으로, 안견의 그림과 당시 문인들의 찬시, 그리고 이를 계승한 창포동인들의 찬시가 총 49m 길이로 연결된 대작을 한 폭씩 밀어가며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핵심 작품인 '한양 한강 산수화'도 소개됐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김포, 행주산성에 이르기까지의 풍경을 봄·여름·가을·겨울 사계로 풀어낸 작품으로, 무행 김길두 시서화가의 복원 작업 위에 창포동인들의 시조와 찬시를 더해 15m 길이의 시서화 두루마리로 완성됐다.
관람객 반응 "깨알 같은 글씨가 더 큰 감동"
청주에서 온 성백은(72) 씨는 "처음에는 웅장한 그림에 시선이 갔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깨알같은 글씨 하나하나가 너무 귀하고 신비로워 놀랐다"고 말했다. 수원 권선구에 거주하는 이흥우(72) 씨도 "그림과 시가 함께 흐르듯 이어져 오래 머물며 보게 되는 전시"라고 소감을 전했다.
북토크로 이어진 창작의 이야기

박경하 교수를 좌장으로 북토크쇼가 진행되고 있다.
2부는 대금 연주와 시조창으로 막을 올린 뒤, 박경하 교수를 좌장으로 북토크쇼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창포동인지 2집을 손에 들고 작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북토크에는 박대문 시인·수필가, 김동석 시조시인, 김명순 시인·수필가, 예찬건 가객, 김길두 시서화가가 참여해 각자의 작품 세계와 창작 배경을 나눴다.
한편 전시된 모든 작품은 판매되며, 수익금은 창포동인의 향후 창작과 문화 확산을 위한 발전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수원문인협회 김운기 회장이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전시와 북 토크쇼는 시·서·화와 전통 음악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며, 수원의 문화적 뿌리와 현재를 잇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창포동인과 지역 예술인들이 쌓아온 이러한 조용하지만 깊은 예술의 실천이 앞으로도 시민 곁에서 지속되며, 수원의 문화예술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토대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전통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는 이 같은 만남이 이어질 때, 수원의 문맥은 더 단단하고 따뜻하게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