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新몽유도원도’에서 ‘창포 동인지’까지, 수원에서 피어난 문학의 오후
시와 그림이 함께 한 이상향을 보다
2026-02-03 10:05:14최종 업데이트 : 2026-02-03 10:05:12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관

북토크 장면. (좌부터) 좌장 박경하 교수, 김길두, 박대문, 김명순, 예창건, 김동석 작가

북토크 장면. (좌부터) 좌장 박경하 교수, 김길두, 박대문, 김명순, 예창건, 김동석 작가

 

문학은 여전히 사람을 모은다

1월 31일 토요일 오후 3시, 수원 팔달문화센터 예당마루에는 겨울의 찬 기운을 잊게 할 만큼 따뜻한 언어와 시선이 오갔다. '新몽유도원도 및 시서화 전시회, 창포 동인지 1·2호 출판 북토크쇼'가 열린 이날, 문학을 사랑하는 관계자와 시민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시와 그림,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장은 시작 전부터 은근한 기대감으로 채워졌다. 로비에서부터 이어진 전시 공간에는 김길두 시서화가의 대형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았다. 특히 길이 47미터에 달하는 대작 '新몽유도원도'와 15미터 길이의 '한강 산수화 4계'는 한 폭의 그림을 넘어 하나의 서사처럼 펼쳐졌다. 특히 이 작품 곳곳에 더해진 창포 동인들의 찬시(讚詩)는 그림과 시가 서로를 비추며 완성되는 순간을 보여주었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한 채, 시구를 소리 내어 읽거나 사진으로 기록하는 모습이었다.
 

제1부 개회식 진행 모습

제1부 개회식 진행 모습


문학으로 건네는 축하의 말들

제1부 개회식은 문학적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임병호 한국시학 대표, 오현규 수원예총 회장, 김운기 수원문인협회장, 김현탁 문학과 비평 이사장이 차례로 축사를 전하며 "문학이 개인의 성취를 넘어 공동의 문화로 확장되는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축사에는 지역 문학의 지속성과 동인지 문화의 의미에 대한 응원이 담겼다.

 

이어진 축시 낭송에서는 정인성 시인과 김경은 시인이 무대에 올랐다. 담담하면서도 울림 있는 목소리로 낭송된 시는 행사장의 공기를 한층 차분하게 만들었다. 축하공연으로는 이경화 시인이 우리 가곡을 불러, 문학과 음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순간을 선사했다. 노랫말 하나하나가 시처럼 귀에 남으며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박대문 회장의 인사 말씀

박대문 회장의 인사 말씀


"왜 쓰는가"를 묻는 진솔한 대화

본격적인 북토크가 진행된 제2부는 중앙대학교 박경하 교수가 좌장을 맡아 안정감 있게 이끌었다. 무대에는 창포 동인 중 김길두, 김동석(2대 회장), 김명순, 박대문(현 3대 회장), 예찬건 작가가 자리했다. 이들은 각자의 문학 입문 계기와 작가로서의 성장 과정, 창작 세계를 솔직하게 풀어놓으며 관객과 호흡했다. 

 

"처음 시를 쓰게 된 이유", "동인지가 나에게 갖는 의미", "지금도 계속 쓰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에 동인들은 각기 다른 언어로 답했다. 누군가는 삶의 균열에서 문학을 만났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동료 작가들과의 연대가 있었기에 글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객석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미소 짓는 모습이 이어졌고, 때로는 공감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박대문 회장은 "창포 동인지는 결과물이기 이전에 과정"이라며 "함께 읽고, 쓰고, 토론해 온 시간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 전 회장은 동인지 문화가 지닌 기록의 가치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의미를 강조했다.
 

'신몽유도원도' 첫부분

'신몽유도원도' 첫부분


시서화가 만든 새로운 '몽유'

이번 행사의 또 다른 중심은 단연 김길두 시서화가의 작품 세계였다. '新몽유도원도'는 고전적 이상향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긴 화면을 따라 걷다 보면 시간과 공간을 건너는 듯한 감각을 준다. 한강을 주제로 한 산수화 연작 역시 사계절의 흐름을 시선으로 담아내며 관람객의 상상을 확장시켰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그림과 시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작품으로 호흡한다는 점이다. 찬시(讚詩)는 장식이 아니라 해설이자 또 하나의 풍경으로 기능하며, 관객을 '읽는 감상'으로 이끈다. 이는 창포 동인지가 지향하는 문학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창포 동인지 창간호와 제2호 표지

창포 동인지 창간호와 제2호 표지

식전 축하 공연. 맨 오른쪽이 예창건 가객

식전 축하 공연. 맨 오른쪽이 예창건 가객


문학이 살아 있는 현장

행사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작가에게 다가가 질문을 건네거나, 동인지에 사인을 받으며 짧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누군가는 "오랜만에 문학 행사다운 행사를 만났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이는 "시와 그림을 이런 형태로 함께 본 것은 처음"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新몽유도원도 및 시서화 전시회, 창포 동인지 1·2호 출판 북토크쇼'는 단순한 출판 기념 행사를 넘어, 문학이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는지를 보여준 자리였다. 이상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언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그 순간에 있음을 증명한 오후였다.

이영관님의 네임카드

‘新몽유도원도’, ‘창포 동인지’, 시서화, 묵토크쇼, 한국문예협회, 팔달문화센터, 이영관

연관 뉴스


추천 1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