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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으로 읽는 그림책의 세계
수원 111CM 기획전 〈유머의 맛, 서현 그림책〉… 아이와 어른을 잇는 전시
2026-03-03 10:17:16최종 업데이트 : 2026-03-03 10:17:14 작성자 : 시민기자 이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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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의 맛, 서현 그림책〉 전시 포토존. 호랭이와 요괴들이 한 그릇에 담긴 '웃음의 풍경' 초봄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리듬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개학의 설렘과 낯선 긴장이 함께 스며드는 3월의 문턱에서, 아이들의 하루는 조금씩 속도를 되찾는다. 이때 그림책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매개가 된다. 읽는 데 오래 걸리지 않지만, 한 번 웃고 나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수원 복합문화공간 111CM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유머의 맛, 서현 그림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웃음이라는 감각을 통해 그림책이 가진 힘을 다시 묻는 전시다. 서현 그림책의 '맛'을 소개하는 공간. 그 안에는 어떤 맛들이 담겨 있을까. 맛으로 풀어낸 그림책의 세계 전시장에 들어서면 '전시'보다 먼저 '메뉴판'에 가까운 인상을 받는다. 벽면에는 '담백한 맛', '쫄깃한 맛', '시원한 맛'처럼 그림책을 미각에 빗댄 언어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그림책을 읽는 경험을 '맛본다'는 감각으로 치환한 이 설정은 서현 작가 작품의 핵심을 정확히 짚는다. 그의 그림책은 교훈보다 반응이 먼저 오고, 의미보다 웃음이 먼저 튀어나온다.
동화 『호랭떡집』 앞에서 초등학생 관람객들이 전시 관람 후 저마다의 언어로 감상을 나누고 있다. 연대기 형식으로 구성된 공간에서는 2009년 데뷔작부터 최근작까지의 흐름이 한눈에 펼쳐진다. 노란색 벽면 위에 나란히 걸린 표지 이미지들은 작가의 세계가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캐릭터는 단순하지만, 표정과 여백은 점점 과감해지고, 이야기는 점점 더 '설명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 전시는 그 변화의 궤적을 천천히 따라가도록 설계돼 있다. 서현 작가의 그림책 7권. 표지만으로도 특유의 유머가 전해진다. 원화가 전하는 '속도'와 '호흡' 이번 전시의 중심은 단연 원화다. 인쇄물로 접할 때는 지나치기 쉬운 연필선, 지우개 자국, 색의 농담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 장 한 장의 그림에는 작가가 멈췄다 다시 간 흔적이 남아 있고, 그 흔적이 오히려 웃음을 더 크게 만든다.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선에서 비롯되는 어긋남과 타이밍이 서현 그림책 특유의 유머를 완성한다는 점을 원화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동화책의 밑그림이 되는 연필 스케치들. 이 작은 선들이 모여 한 권의 동화책이 탄생한다. 특히 <호랭떡집>과 <호라이>, <호라이호라이>로 이어지는 작품군에서는 이미지의 리듬이 두드러진다. 반복과 변주,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에 터지는 장면 전환은 원화로 볼 때 더 선명하게 읽힌다. 그림책이 '읽는 책'이기 이전에 '보는 시간의 예술'임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아이들의 메모가 말해주는 것 전시장 한편에는 관람객들이 남긴 메모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계속 웃게 돼요", "또 보고 싶어요", "호랭이가 귀여워요" 같은 짧은 문장과 낙서들은 이 전시의 또 다른 텍스트다. 아이들의 손글씨는 감상문이라기보다 반응에 가깝다. 이해했다기보다 즐겼다는 표시, 배웠다기보다 놀았다는 흔적이다.
이 공간은 전시의 결론처럼 보인다. 그림책은 설명되지 않아도 되고, 다 알아들을 필요도 없다는 사실. 웃고, 흉내 내고,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면 충분하다는 메시지가 관람객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어른 관람객들 역시 이 메모 앞에서 오래 머문다. 웃음이 세대를 건너는 순간이다.
초봄에 어울리는 전시의 조건 〈유머의 맛, 서현 그림책〉은 거창한 메시지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공간은 밝고, 동선은 단순하며, 작품은 낮은 눈높이에 맞춰 배치돼 있다.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전시지만, 어른이 배제되지도 않는다. 아이와 어른이 같은 그림 앞에서 다른 이유로 웃을 수 있는 것이 이 전시의 가장 큰 재미이다.
계란후라이가 벽을 점령했다. 〈유머의 맛, 서현 그림책〉 전시에서 만난 웃음의 장면이다. 무료 관람, 여유 있는 공간, 접근성 좋은 위치까지 더해지며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부담 없는 선택지가 된다. 무엇보다 '한 번 보고 끝나는 전시'가 아니라, 그림책을 다시 펼쳐보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 전시의 역할은 충분하다.
봄이 시작되는 춘삼월, 아이들에게는 웃음을,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낸 감각을 건네는 전시다. 111CM에서 만나는 서현 그림책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을 건다. "웃어도 괜찮다"고.
[전시 안내] 전시명 : <유머의 맛, 서현 그림책> 기간 : ~ 2026년 3월 15일까지 (10:00~18:00) 장소 : 복합문화공간 111CM (수원시 장안구 수성로 195) 관람료 : 무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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