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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누가 기록하는가
엽서에서 해시태그까지, 수원의 풍경을 남기는 방식이 바뀌다
2026-02-04 13:14:02최종 업데이트 : 2026-02-04 13:14:01 작성자 : 시민기자   이난희
광교박물관 2층 복도에 마련된 틈새 전시. 전 벽면을 채운 전시 구성은 지나던 발걸음을 잠시 멈춰 세운다.

광교박물관 2층 복도에 마련된 틈새 전시. 전 벽면을 채운 전시 구성은 지나던 발걸음을 잠시 멈춰 세운다.
 

박물관은 흔히 지나간 시간을 보관하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유리 진열장 속 유물과 벽면의 설명문은 이미 완결된 과거를 보여주는 장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수원광교박물관 2층 복도에서 열리고 있는 틈새 전시 〈엽서 한 장, 클릭 한 번: #수원 #광교 #가볼만한곳〉은 박물관의 이런 익숙한 이미지를 살짝 비껴간다.

 

이 전시는 과거를 설명하기보다, 지금 우리가 남기고 있는 기록의 방식을 되묻는다. 도시는 누구의 시선으로,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어 왔는가. 그리고 그 주체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선택된 풍경으로 남은 도시

전시장 상단을 채운 흑백 엽서 속 수원은 단정하다. 수원화성, 축만제 같은 대표적 장소들이 중심에 놓이고, 사람의 모습은 최소화돼 있다. 엽서가 주요 기록 매체였던 시절, 도시는 대부분 관(官)이나 전문가, 혹은 특정 계층의 시선으로 남겨졌다. 기록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보여줄 만한 풍경'만이 도시의 얼굴로 선택됐다.

 

엽서는 개인 간의 소통 수단이었지만, 동시에 공적인 기록물이었다. 무엇을 찍고 무엇을 배제했는지, 그 선택에는 당시의 미적 기준과 가치관, 도시의 방향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늘날 박물관이 이 엽서들을 역사 자료로 보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록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시대의 판단이 응축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엽서 한 장에 전시 정보부터 과거와 현재, 도시를 기록하는 방식까지 담아냈다.

엽서 한 장에 전시 정보부터 과거와 현재, 도시를 기록하는 방식까지 담아냈다.

 

클릭 한 번으로 열리는 기록의 자리

엽서 아래 전시된 SNS 이미지들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화려한 야경뿐 아니라 골목길 산책, 카페 창가의 풍경, 일상의 한 장면까지 기록의 대상이 된다. '잘 정돈된 도시'보다 '살아 있는 도시'가 전면에 등장한다. 기록의 목적 역시 보존보다는 공유에, 완결보다는 연결에 가깝다.

 

이 변화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기록의 주체다. 이제 도시의 풍경은 전문가가 아니라 시민의 손에서 쌓인다. 해시태그 하나, 사진 한 장이 도시의 또 다른 기억이 된다. 전시는 과거의 엽서와 현재의 SNS 이미지를 나란히 배치하며, 기록의 질을 평가하기보다 기록의 주체가 이동했음을 조용히 보여준다.


해시태그 하나로 확산된 광교 재즈페스티벌, 이제는 수원을 상징하는 문화 콘텐츠다.

해시태그 하나로 확산된 광교 재즈페스티벌, 이제는 수원을 상징하는 문화 콘텐츠다.

광교박물관은 해시태그(#)를 통해 '수원 가볼 만한 곳'으로 널리 추천되고 있다.

광교박물관은 해시태그(#)를 통해 '수원 가볼 만한 곳'으로 널리 추천되고 있다.

여름이면 아이들의 물놀이 명소인 '신비한 물너미'는 해시태그(#) 하나로 이미 널리 알려졌다.여름이면 아이들의 물놀이 명소인 '신비한 물너미'는 해시태그(#) 하나로 이미 널리 알려졌다.
 

틈새 공간에서 던지는 질문

이 전시가 박물관의 중심 전시실이 아닌 2층 복도에서 열리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일부러 찾지 않아도 이동 중에 마주치는 전시 공간. 이는 오늘날 기록의 방식과 닮아 있다. 거창한 준비 없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남겨지는 기록들이다. 관람객 참여형 엽서 체험 역시 감상에 머물지 않고, 관람객을 기록자로 초대하는 장치다. 지금 이 순간의 수원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 그 선택이 훗날 또 다른 과거가 될 수 있음을 전시는 조용히 암시한다.


관람객은 사진을 찍어 각자의 방식으로 전시의 기록을 남길수 있다.

관람객은 사진을 찍어 각자의 방식으로 전시의 기록을 남길수 있다.

나만의 엽서를 만들어 '느린 우체통'에 넣으면, 1년 후 미래의 나에게 배달된다.

나만의 엽서를 만들어 '느린 우체통'에 넣으면, 1년 후 미래의 나에게 배달된다.
 

충북 음성에서 할머니와 함께 전시를 찾은 윤서준 학생(감곡초 2학년)은 사진 속 수원을 보며 "시골 같을 줄 알았는데 직접 와보니 높은 빌딩이 많아 놀랐다"고 말하며, 옛 수원의 모습이 현재까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할머니 역시 "사진을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손자에게 옛 생활상을 이야기해 주는 시간이 뜻깊었다"며, "수원이 크게 발전한 것은 놀랍지만 한편으로는 사라져가는 옛 풍경에 대한 아쉬움과 향수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흰바지와 푸른 스웨터, 옷까지 깔맞춤한 할머니와 손자의 모습이 또 한 장의 그림이다.

흰바지와 푸른 스웨터, 옷까지 깔맞춤한 할머니와 손자의 모습이 또 한 장의 그림이다.
 

엽서 한 장에서 클릭 한 번으로. 기록의 매체는 달라졌지만, 남기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제 도시는 더 많은 목소리로 기록된다. 수원광교박물관의 작은 틈새전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를 묻는 조용하지만 묵직한 질문지다. 그 답은 오늘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손끝에서 쓰이고 있다.

 

 

《전시 안내》

○ 전시명 : 2026년 수원광교박물관 틈새전 <엽서 한 장, 클릭 한 번: #수원 #광교 #가볼만한곳>

○ 장소 : 수원광교박물관 2층 복도

○ 기간 : 2026. 1. 1.(목) ~ 2026. 12. 13.(일)

○ 운영 : 화 ~ 일(매주 월요일 휴관)

○ 시간 : 09:00 ~ 18:00(입장 17:00까지)

○ 관람료 : 어린이 무료,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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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한장, 클릭 번, #광교박물관틈새전시, #수원, #광교, #가볼만한곳, #이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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