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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특별한 설맞이, ‘우리 손으로 차리는 명절 상차림’
직업적응훈련반, 재료 구입부터 자립 능력을 키우는 일상생활기술 습득
2026-02-19 13:47:35최종 업데이트 : 2026-02-19 13:47:34 작성자 : 시민기자   강영아

복잡한 진열대 사이에서 유통기간을 확인하고 식재료를 고르는 눈빛들이 자못 진지하다

복잡한 진열대 사이에서 유통기간을 확인하고 식재료를 고르는 눈빛들이 자못 진지하다


입춘이 지났음에도 코끝을 스치는 바람은 여전히 매섭다. 하지만 2월 13일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능력개발지원팀 조리실은 이미 완연한 봄이었다.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고소한 기름 냄새와 훈련생들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설 명절을 맞아 이곳에서는 조금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이름하여 '우리 손으로 차리는 명절 상차림'.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풍경일지 모르지만, 스스로 재료를 고르고 불 앞에 서는 모든 과정이 곧 세상으로 나아가는 '자립'의 한 걸음이기에 직업적응훈련반 훈련생들에게 이번 상차림은 요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 훈련은 단순히 주방에 모여 음식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이번 훈련의 첫 단추는 주방이 아닌 마트에서 시작되었다. 훈련생들은 며칠 전부터 머리를 맞대고 필요한 재료 목록을 작성했고, 직접 인근 마트를 찾았다. 평소라면 부모님의 손을 잡고 따라왔을 공간이지만, 이날 훈련생들의 손에는 각자 정성껏 적은 '장보기 목록'이 들려 있었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를 넘어, 정해진 예산 안에서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최선의 식재료를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고도의 사회성 훈련이다. 이들에게 마트는 경제 활동의 배움터이자 사회와 소통하는 첫 번째 관문이 되어주었다. 직접 돈을 지불하고 거스름돈을 챙기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작은 자신감의 싹이 보였다. 그렇게 훈련생들의 정성이 담긴 장바구니가 하나둘 채워졌고, 본격적인 요리 준비가 시작되었다.

 

이번 상차림의 주인공은 명절의 정석인 떡국, 동그랑땡, 그리고 모둠 전이다.


한 살의 무게를 배우는 떡국

사골 육수가 보글보글 끓어오르자 훈련생들은 불려둔 떡을 조심스레 넣었다. 하얀 김 사이로 떠오르는 떡을 보며 이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한 살을 더 먹으며 가져야 할 책임감을 함께 익히고 있었다. 정성스레 부쳐낸 지단을 채 써는 손길은 서툴지만 정교했다.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했기에 더 맛있었던 명절 상차림이었다.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했기에 더 맛있었던 명절 상차림이었다.


손끝으로 빚는 정성, 동그랑땡

다진 고기와 채소를 한데 섞어 치대는 작업은 힘이 많이 들지만, 누구 하나 힘들다는 기색이 없었다. 고기 반죽을 동그랗게 빚으며 옆 친구의 모양이 삐뚤어지면 서로 다독여주는 모습에서 명절의 진정한 의미인 '함께함'이 묻어났다.
 

이게 떡국 위에 올라가는 지단이 되는 거죠

이게 떡국 위에 올라가는 지단이 되는 거죠


노릇노릇 정성을 더한 전 부치기

달궈진 팬 위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올리자 치이익 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뜨거운 열기와 튀는 기름 때문에 때문에 처음엔 움찔하며 물러서던 이들도, 반복되는 시도 끝에 능숙하게 뒤집개를 놀리기 시작했다. "제가 뒤집은 전이 제일 예뻐요!"라는 외침 속에는 세상 그 무엇보다 단단한 자존감이 담겨 있었다.
 

이들이 구워낸 것은 내일이라는 희망이었다.

이들이 구워낸 것은 내일이라는 희망이었다.


이번 명절 음식만들기 훈련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었다. 이 과정 속에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서기 위한 핵심 가치가 녹아 있다.

 

첫째는 일상적인 생활 기술의 습득이다. 칼을 잡고 불의 세기를 조절하며 조리 기구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은 자립 생활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다. 훈련생들은 이번 과정을 통해 직접 식재료를 만지고 조리하면서 "나도 내 밥상을 스스로 차릴 수 있다"는 독립적인 생활에 필요한 실질적인 생활 기술을 몸소 익힐 수 있었다.
 

식재료를 다듬고 조리기구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은 자립생활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다.

식재료를 다듬고 조리기구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은 자립생활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다.


둘째는 자존감과 성취감의 향상이다.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성취의 경험이다. 타인의 도움을 받는 존재에서 누군가에게 음식을 대접할 수 있는 생산 주체로 변화하는 경험은 그 무엇보다 값진 교육이다.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을 누군가 맛있게 먹어줄 때 느끼는 보람은 그 어떤 이론 교육보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나도 "맛있는 명절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완성된 음식을 나누며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셋째는 정서적 교감이다.  함께 전을 뒤집고 음식을 나누며 소외감을 떨쳐내고 공동체 의식을 공유했다. 함께 전을 뒤집고 떡국 김을 나누며 훈련생들은 명절의 진정한 의미인 정(情)을 배웠다.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했기에 완성할 수 있었던 상차림이었다. 명절의 따뜻한 정은 조리실의 온도보다 더 뜨겁게 훈련생들의 마음을 데워주었다.

 

모든 조리가 끝나고 조리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시간,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침묵과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삐뚤삐뚤한 모양도 있고 조금 두껍게 썰린 지단도 있었지만, 그 어떤 명장의 요리보다 빛이 났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국 한 그릇에는 이들의 땀방울이, 노릇한 전 한 점에는 자립을 향한 열망이 담겨 있었다. 훈련생들이 직접 차린 상차림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다하기 위한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예행연습이었다.

 

오늘 이들이 빚어낸 동그랑땡처럼, 우리 사회도 장애인들의 자립을 향한 노력을 더 둥글고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아야 하지 않을까. 훈련생들이 직접 차린 상차림은 그 어떤 일류 요리사의 성찬보다 맛이 깊고 감동적이었다.

이들의 손끝에서 시작된 자립의 꿈이 올 한 해, 진하게 우려낸 떡국 국물처럼 구수하게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전경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전경


장애인 스스로가 우리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 복지증진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 제공으로 개개인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자립생활을 촉진시켜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자립의 산실이다.

'소통과 공감으로 행복한 동행을 실현하는 복지관'이라는 미션 아래 다양한 전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는 ▲개별 특성을 고려한 전문적인 재활 치료(물리·작업·언어 등) ▲꿈을 현실로 만드는 직업적응훈련 및 취업 지원 ▲배움의 즐거움을 더하는 평생교육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장애 인식 개선 사업 등이 있다.

특히 수영장과 체육관 등 장애 친화적인 체육 시설을 갖추어 신체적 재활은 물론 정서적 활력을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평생교육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 중 요리활동, 스마트 공예, AI 활용, 퀼트, 비즈 공예, 손뜨개, 힐링 원예 아트, 어반스케치, 옷수선, 트롯 장구 등 다양한 교실이 3월 개강을 앞두고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용대상 : 수원시 장애인 및 장애인가족, 수원시 지역주민

●주소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창룡대로 255 (이의동)

●전화 : 031-207-1501~1503

●홈페이지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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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능력개발지원팀, 직업적응훈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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