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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이다"... 남수동 골목에 피어난 달콤한 나눔의 향기
남수마을협동조합 '청춘공방', 수제강정 만들어 공유냉장고 기부
2026-02-19 14:48:42최종 업데이트 : 2026-02-19 14:45:52 작성자 : 시민기자   길선진

남수연화경로당 어르신들이 남수동 청춘공방에서 직접 만든 수제강정을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있다. 고소한 강정에 담긴 마음은 이웃을 향한 따뜻한 나눔으로 이어졌다.

남수연화경로당 어르신들이 남수동 청춘공방에서 직접 만든 수제강정을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있다.
고소한 강정에 담긴 마음은 이웃을 향한 따뜻한 나눔으로 이어졌다.


지난 2월 13일,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의 좁고 고즈넉한 골목길에 코끝을 자극하는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가 가득 퍼졌다. 입춘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매서운 겨울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지만, 남수마을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남수동 청춘공방'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곳에 모인 남수연화경로당 어르신들은 저마다 앞치마를 두르고 수제 강정을 만드는 체험에 몰두하며, 추위를 잊은 채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강정을 들고 몸이 편찮으신 주민 댁을 방문해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강정을 들고 몸이 편찮으신 주민 댁을 방문해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있다.

 

강정에 버무린 이웃 사랑, 공유냉장고로 흐르다

이날 진행된 수제 강정 만들기 체험은 단순히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한 요리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어르신들이 주름진 손으로 정성껏 빚어낸 강정에는 이웃을 향한 따뜻한 안부와 "함께 살아가자"는 깊은 배려가 담겼다. 완성된 강정은 포장지에 예쁘게 담겨 거동이 불편하거나 몸이 편찮으신 남수동 주민 가정을 방문해 직접 전달되었다.
 

남수연화경로당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수제강정과 간식을 수원시 공유냉장고 35호점에 기부하고 있다.

남수연화경로당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수제강정과 간식을 수원시 공유냉장고 35호점에 기부하고 있다.

 

또한, 강정의 일부는 수원시가 자랑하는 민관 협력의 상징인 '수원시 공유냉장고 35호점'에 기부되었다. 누구나 음식을 채워 넣고 필요한 이웃이 가져갈 수 있는 이 공유냉장고는 남수동 주민들의 끈끈한 유대감을 확인시켜 주는 거점이다. 어르신들은 냉장고 칸을 채우며 "내가 만든 것을 누군가 맛있게 먹어준다는 생각에 기분이 참 좋다"며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남수연화경로당 어르신들이 체험 활동을 마친 뒤 함께 식사를 하며 정을 나누고 있다. 한 상 가득 차려진 따뜻한 밥상처럼, 이웃과의 소통과 웃음이 이어지는 공동체의 시간이다.

남수연화경로당 어르신들이 체험 활동을 마친 뒤 함께 식사를 하며 정을 나누고 있다.
한 상 가득 차려진 따뜻한 밥상처럼, 이웃과의 소통과 웃음이 이어지는 공동체의 시간이다.

 

방송이 주목한 마을, 그 속에 숨겨진 진짜 매력

이미 이곳은 이 날 취재하러 온 OBS 방송국을 비롯해 KBS '동네 한바퀴', MBN '강석우의 종점여행' 등 유명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적인 명소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남수동 청춘공방의 진짜 매력은 화려한 카메라 조명 아래가 아니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헌신적인 공동체 정신에 있다.
 

남수마을협동조합은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운영된다. 단순히 물건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 체험 사업을 통해 발생한 소소한 수익금을 다시 공유냉장고 운영비로 사용하는 등 완벽한 나눔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마을이 스스로 자생하며 이웃을 돌보는 '마을 공동체'의 이상적인 모델을 보여준다.


남수마을협동조합 남수동 청춘공방내부 전경. '청춘은 뭘 해도 멋지다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체험과 나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남수마을협동조합 남수동 청춘공방내부 전경.
'청춘은 뭘 해도 멋지다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체험과 나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청춘은 뭘 해도 멋지다", 나이를 잊은 도전의 공간

공방 한쪽 벽면에 걸린 "청춘은 뭘 해도 멋지다"라는 슬로건은 이곳의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누구나 청춘의 열정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조합은 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자처하며 다양한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다양성에 놀라게 된다. 친환경 비누 만들기부터 시작해 나무에 그림을 그리는 인두화(우드버닝), 은은한 향의 꽃차 만들기, 작은 생태계를 꾸미는 테라리움 만들기 등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연잎밥, 된장과 청국장, 수제청 만들기 등 전통의 맛을 계승하는 프로그램들도 세대와 연령을 아우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어르신들에게는 성취감을, 젊은 세대에게는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교두보가 된다.

 

'남수동의 딸'로 불리는 김선자 남수마을협동조합 대표는 10년 넘게 마을공동체 사업을 이끌며 어르신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남수동의 딸'로 불리는 김선자 남수마을협동조합 대표는 10년 넘게 마을공동체 사업을 이끌며 어르신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남수동의 딸' 김선자 대표가 전하는 존엄의 회복
이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주민들 사이에서 '남수동의 딸'로 통하는 김선자 대표가 있다. 그는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을 사업을 이끌며 어르신들의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작은 소망들을 하나하나 현실로 바꾸어 놓았다.
 

김 대표의 활동은 단순한 복지 서비스를 넘어 '인간 존엄의 회복'에 가깝다. 어려운 시절 학교에 다니지 못해 교복을 입어보는 것이 평생의 한이었던 어르신들을 위해 학생복을 준비해 졸업 사진을 찍어드렸고, 피난길에 황급히 치렀던 결혼식 때문에 웨딩드레스를 입지 못했던 할머니들에게는 눈부신 웨딩 촬영의 순간을 선물했다.
 

또한 어르신들이 연극 무대에 오르고, 공동체 텃밭을 가꾸며, 울릉도 여행까지 다녀오는 등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일에 앞장섰다. "어르신들이 환하게 웃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의 말에서 진심 어린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공동체 프로그램과 나눔의 순간들이 담긴 기록은 남수동 마을공동체의 성장과 발자취를 보여준다.

공동체 프로그램과 나눔의 순간들이 담긴 기록은 남수동 마을공동체의 성장과 발자취를 보여준다.

 

따뜻한 수원을 만드는 작은 기적들

강정을 만드는 어르신들은 조청을 묻힌 강정을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나누는 정은 어느새 이웃 전체로 번져나갔다. 남수동 청춘공방은 이제 단순한 체험 공간을 넘어, 소외된 이들을 보듬고 주민들을 하나로 묶는 나눔의 거점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수원시 곳곳에 이처럼 주민들이 스스로 일궈가는 작은 공동체가 더 많아진다면, 우리의 도시는 더욱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남수동에서 피어난 강정의 달콤함은 단지 혀끝을 자극하는 맛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진심으로 이어질 때 생겨나는 진짜 '청춘의 맛'이었다.
 

수원 시민들은 남수동 골목의 이 작은 기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을이 어떻게 사람을 살리고, 사람이 어떻게 마을을 바꾸는지 그 해답이 바로 이곳, 남수동 청춘공방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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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마을협동조합, 남수동청춘공방, 남수연화경로당, 남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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