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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 속 230년 전 옛길, 전시장 문을 나서면 현실이 된다
수원화성박물관 '윤한흠 그림으로 본 정조의 수원화성 행차길'... 공부 대신 산책하듯 걷는 역사
2026-02-20 16:25:24최종 업데이트 : 2026-02-20 16:25:21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윤한흠 그림으로 본 정조의 수원화성 행차길' 틈새전시가 열리고 있는 기획전시실 입구 모습

《윤한흠 그림으로 본 정조의 수원화성 행차길》틈새전시가 열리고 있는 기획전시실 입구 모습


활짝 열린 전시장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선다. 공기가 먼저 달라진다. 부드러운 조명은 액자 위로 둥글게 내려앉는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목소리를 낮춘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여기선 서두르면 안 되겠다"는 차분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공간을 채운다.

이곳은 수원화성박물관 기획전시실이다. 올해는 세계유산 수원화성이 완공된 지 23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특별한 틈새전시가 열리고 있다.

벽면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작품이 이어진다. 전시장이 마치 한 줄로 길게 뻗은 산책로처럼 느껴진다. 관람객은 그저 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전시장 입구 벽면에 걸린 고(故) 윤한흠 작가의 약력과 전시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안내문

전시장 입구 벽면에 걸린 고(故) 윤한흠 작가의 약력과 전시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안내문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고(故) 윤한흠 작가다. 그는 1923년 수원에서 태어났다. 1977년부터 약 4년 동안 옛 수원화성의 풍경을 그렸다. 자신과 동네 토박이 어르신들의 기억을 모았다. 그렇게 23점의 귀중한 작품을 되살려냈다.

작가의 그림을 찬찬히 따라가 본다. 1797년 정조 임금이 수원을 오가며 머물렀던 2박 3일의 여정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나란히 걸린 그림 액자 앞에서 전시를 함께 감상하고 있는 가족 관람객의 모습

나란히 걸린 그림 액자 앞에서 전시를 함께 감상하고 있는 가족 관람객의 모습


이 전시가 편안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역사 설명이 앞서지 않는다. 대신 다정한 풍경이 관람객에게 먼저 말을 건넨다. 그림은 하늘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본 시선으로 그려졌다. 

거대한 성문과 굽이치는 길, 맑은 물길, 옹기종기 모인 초가집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그림으로 된 옛날 지도를 읽는 느낌이다. 어려운 역사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옛길의 흐름을 쉽게 짐작하고 따라갈 수 있다.

동선도 복잡하지 않다. 수원의 북쪽 대문인 장안문으로 들어오는 길에서 시작한다. 방화수류정과 동장대를 지나 웅장한 성곽을 차례대로 둘러본다. 마지막엔 현륭원 능으로 향하는 길로 단순하게 이어진다.

관람객은 그저 멈춰 서서 작품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 그림 속 장면을 '따라 걷는 사람'이 된다. 장안문 안으로 맑은 물이 흘러 들어오는 정겨운 모습이 보인다. 소라 껍데기처럼 속이 꼬여있는 독특한 망루인 동북공심돈도 나타난다. 교과서 속 장소들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중앙 진열장 속 스케치 작품과 벽면의 그림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관람객들

중앙 진열장 속 스케치 작품과 벽면의 그림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관람객들


전시장 가운데 놓인 유리 진열장 앞에서는 꼭 발걸음을 멈춰야 한다. 길게 이어진 종이 스케치 작품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소중한 밑그림들이다. 벽에 걸린 완성작과 진열장 속 스케치를 번갈아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하나의 풍경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지점은 따로 있다. 그림 속 풍경이 관람객들에게 자꾸만 '지금의 수원'을 떠올리게 만든다. 작품 앞에서 "여기, 나도 가본 곳 같은데?"라는 속삭임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전시의 분위기는 딱딱한 '공부'보다는 여유로운 '산책'에 가깝다. 누가 정답을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길을 짐작한다. 현재의 모습과 과거의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게 된다. 역사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전혀 부담이 없다.

전시장 가운데 유리 진열장 안에 길게 펼쳐진 소중한 미공개 종이 스케치 원본

전시장 가운데 유리 진열장 넘어 영상도 준비되어 있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주변에 이곳을 꼭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첫째, 역사가 외워야 할 시험 문제가 아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으로 훌쩍 다가온다. 활자로만 읽을 때는 정조의 발자취가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화가의 붓질 한 번으로 그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진다.

둘째, 관람이 전시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이 묘사된 장면은 관람객을 유독 오래 붙잡는다. 그림을 본 뒤에는 "저 자리에 실제로 서 보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즐거운 호기심이 남는다. 박물관을 나서면 자연스럽게 수원화성으로 발걸음이 이어진다. 그림 속 길을 진짜로 걸어보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셋째, 전시 기간이 짧아 서둘러야 한다. '윤한흠 그림으로 본 정조의 수원화성 행차길' 전시는 수원화성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2026년 2월 10일에 개막했고 3월 15일까지 이어진다.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은 피해서 방문 날짜를 잡아야 한다. "나중에 가봐야지" 하고 미루다가는 귀중한 기회를 놓치기 십상이다.

조명을 받으며 벽면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나란히 이어지는 출품작들

조명을 받으며 벽면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나란히 이어지는 출품작들


전시장을 나오며 마음속으로 한 가지만 결심해 보자. 오늘 눈에 담은 장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른다. 그리고 실제로 그 길 위를 걸어보는 것이다. 이 전시는 지식을 아는 척하게 만드는 전시가 아니다. 당장 밖으로 나가 그곳에 가보고 싶게 만드는 아주 매력적인 초대장이다.

전시 일정과 장안문 그림이 함께 담긴 공식 포스터 이미지

전시 일정과 장안문 그림이 함께 담긴 공식 포스터 이미지


수원화성박물관, 2026년 틈새전시 《윤한흠 그림으로 본 정조의 수원화성 행차길》
○ 기간 : 2026년 2월 10일(화) ~ 3월 15일(일) 10:00~18:00(17:00까지 입장)
○ 휴무 : 매주 월요일
○ 장소 : 수원화성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창룡대로 21. 매향동)
○ 요금 : 어린이·65세이상 무료, 청소년 및 군인 1,000원, 성인 2,000원, 단체(20명이상) 50% 할인
         (카카오톡 이벤트 참여로 무료입장 가능)
○ 예약 : 자유 관람
○ 해설 : 사전 문의
○ 내용 : 고(故) 윤한흠 작가가 남긴 23점의 옛 풍경화와 미공개 밑그림을 통해 1797년 정조 임금의 2박 3일 수원화성 행차 여정을 산책하듯 따라가 보는 전시다.
○ 대상 : 전체 관람
○ 주최 주관 : 수원화성박물관
○ 주차 : 수원화성박물관 주차장 
○ 누리집 : 바로가기
○ 문의 : 031-5191-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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