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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과 자개, 천년의 빛이 캔버스 위에 피어나다
전통 민화와 자개 혼합 기법으로 삶의 풍요와 희망을 그리는 김순옥 5회 개인전
2026-02-25 06:49:47최종 업데이트 : 2026-02-25 15:58:54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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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만석전시관 3전시실 전경. 넓은 공간에 작품들이 간격을 두고 배치돼 있다.
김순옥 작가는 전통 민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다채로운 상징과 감정을 담은 작품을 선보여왔다. 작가 작품 세계 중심에는 정조대왕의 개혁 정신이 깃든 수원화성과 조선백자의 정수인 달항아리가 자리한다.
작가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잊고 지내는 우리 것의 아름다움과 소중한 가치들을 작품을 통해 되새기게 하고자 한다. 단순히 옛것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개라는 전통 재료를 회화에 접목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전시장 내부. 원형 캔버스와 사각 캔버스가 어우러져 벽면을 채우고 있다. 전시장 문에 다가가면 흰 벽과 어두운 바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천장 조명이 고르게 깔려 있어 작품 색이 또렷하게 살아난다. 넓은 공간에 작품들이 간격을 두고 배치돼 있어, 한 점씩 천천히 눈에 담기 좋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그림 어딘가가 반짝이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가까이 다가서면 그 정체가 보인다. 물감이 아니라 조개껍데기 조각들이 표면에 박혀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파랗다가, 금빛이 되다가, 초록으로 변한다. 전시장에서 작품 앞에 선 김순옥 작가. 위로 전시 안내 현수막과 왼쪽과 오른 쪽으로 출품작들이 보인다. 작가가 사용하는 재료는 '자개'다. 전복 껍데기 안쪽을 얇게 갈아낸 것으로, 한국에서는 삼국시대부터 가구나 공예품을 장식하는 데 써온 전통 재료다. 고려시대는 자개를 활용한 나전칠기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를 만큼 발전하기도 했다. 김순옥 작가는 이 자개를 잘게 부수거나 오려 캔버스 위에 하나하나 직접 붙인다. 달항아리, 꽃, 별, 물결 같은 형상을 자개로 표현하는 이 과정은 모두 손으로 이루어지며, 작품 한 점을 완성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다 보면 공통으로 등장하는 둥근 형태가 눈에 띈다. 바로 달항아리다. 이 전시 주인공이다, 달항아리는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커다란 백자 항아리로, 동그란 모양이 보름달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순옥 작가 달항아리는 하얀 도자기가 아니다. 자개 조각들을 빼곡히 붙여 만든 달항아리는 조명받을 때마다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낸다. 그림 속 소품이 아니라, 화면 전체를 이끄는 중심이다. '화성의 밤' 앞에 선 김순옥 작가. 오른쪽에는 '화접원'이 함께 걸려 있다. 전시장 안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작품은 〈화성의 밤〉이다. 수원 화성의 성곽과 언덕길, 그리고 밤하늘을 한 화면에 담은 대형 작품이다. 짙푸른 밤하늘에는 별자리가 가득 새겨져 있고, 화면 오른쪽에는 자개로 채운 커다란 보름달이 환하게 빛난다. 성벽을 따라 노랗게 핀 꽃들 사이로 은빛 용이 꿈틀거리며 달을 향해 올라간다. 성벽과 언덕은 재료를 두껍게 올려 입체감이 강하게 살아 있고, 달 주변은 자개 빛이 부드럽게 퍼져 나온다. 이 작품이 걸려 있는 전시관이 수원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묘하게 어울린다. 거친 역사의 무게와 영롱한 빛의 희망이 한 화면에 함께 담겨 있다. 〈연화수복도(2026, 혼합재료, 89.4×145.5cm). 연꽃과 연잎이 가득한 연못 위로 오리와 거북이, 새들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여름 풍경을 담았다. 〈연화수복도〉는 푸른 연못 위 평화로운 자연 풍경을 담은 작품이다. 활짝 핀 분홍빛 연꽃과 넓은 연잎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오리들이 한가롭게 헤엄치는 모습도 보인다. 수면 위에 흩뿌려진 자개 조각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처럼 보인다. 오른쪽 바위의 거친 질감과 물의 반짝임이 대비를 이루며 화면에 생동감을 더한다. 한 발짝씩 다가가며 수면의 자개 부분을 직접 확인해 보길 권한다. 전시 안내 현수막 아래 출품작이 나란히 걸린 전시장 벽면. 달항아리를 중심 소재로 한 작품들이 각기 다른 계절의 풍경을 담고 있다. 전시 제목은 '사계절, 겨울'이지만 화면에는 겨울만 있지 않다. 분홍 꽃과 연둣빛 잎에서는 봄 느낌이 나고, 연못 장면에서는 여름 기운이 느껴진다. 겨울 한 계절의 이야기라기보다, 사계절의 풍경을 한자리에서 모아 보여주는 전시에 가깝다. 이번 전시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기 직전의 계절에 열린다. 차갑지만 곧 따뜻해질 것을 알고 있는 그 시간처럼, 이 작품들도 지금, 이 순간을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밝게 그려내고 있다. 전시 제목이 '겨울'인데 왜 꽃이 가득한지 그 이유이기도 하다. 작업실에서 붓으로 연꽃과 연잎을 직접 그리고 있는 김순옥 작가. 자개를 붙이기 전 바탕이 되는 민화 채색 작업 장면이다.
이 전시는 단순히 예쁜 그림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다. 천 년을 이어온 자개의 빛, 수백 년의 역사를 품은 달항아리, 그리고 민화가 오랜 세월 전해온 희망과 풍요의 메시지가 한 공간에 담겨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 리플릿. 작가 약력과 전시 정보가 담겨 있다. 김순옥 개인전 《사계절, 겨울》 ○ 기간 : 2026년 02월 24일(화) ~ 2026년 03월 01일(일) 10:00~18:00 (입장 마감 17:00) ○ 휴무 : 월요일(화~일 자유관람) ○ 예약 : 자유 관람 ○ 장소 : 수원시립만석전시관 제3전시실(수원시 장안구 송정로 19(송죽동)) ○ 주차 : 관내 주차장 ○ 대상 : 전체관람 ○ 작가 : 김순옥 ○ 장르 : 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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