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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에서 다시 깨어난 조선의 무예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상설공연, 장용영 군사들의 기상을 되살리다
2026-03-05 13:31:57최종 업데이트 : 2026-03-05 13:31:54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봄을 맞아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상설 공연이 시작된다.

봄을 맞아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상설 공연이 시작된다.


  3월 초. 수원화성 앞 광장은 겨울과 봄이 맞닿은 경계에 서 있다. 산책을 나온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그 속에는 분명 봄의 온기가 스며 있다.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 사이로 가벼운 봄옷 차림도 눈에 띈다. 

  신풍루 마당에서는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상설 공연이 힘차게 시작된다.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단원들이 커다란 깃발을 들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등장하며 공연의 막을 연다. 먼저 선보인 것은 창을 중심으로 한 무기 시연이다. 장창의 길이는 무려 4m 50cm에 이른다. 말 그대로 긴 창이다. 단원들은 자신의 키보다 두 배가 넘는 장창을 능숙하게 다루며 힘찬 동작을 펼친다. 그 움직임 속에서 오랜 시간 쌓아온 수련의 깊이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창은 1592년 임진왜란을 겪으며 본격적으로 도입된 무기다. 이후 조선 군대에서 널리 쓰이며 가장 기본적인 무기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긴 창을 이용해 대형을 이루면 적의 접근을 견제하고, 동시에 강력한 공격을 펼칠 수 있다. 공연은 전통 무예의 전술과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단원들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무예24기 시범을 보인다.

단원들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무예24기 시범을 보인다.


  다음은 기창을 다루는 공연이다.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 모두 사용했던 무기로 2m 10㎝ 정도의 길이다. 왕의 주변에 배치되어 명령의 신호와 중요한 인물의 경계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시범단은 실제로 왕을 호위하듯 몸과 함께 눈빛도 움직이며 실전처럼 한다.

  삼지창 형태의 무기인 당파도 눈에 들어온다. 조선 전기부터 사용된 대표적인 방어용 장병기로, 세 갈래로 뻗은 창끝이 특징이다. 당파를 들고 앞으로 찌르는 동작을 펼치자 햇빛이 창끝에 머물며 위엄을 더한다. 당파는 적의 무기를 걸어 막거나 밀어내기에 유리해 전투에서 방어와 제압의 역할을 동시에 담당했던 무기다.

  낭선은 처음 보는 무기다. 긴 창 끝머리에 작은 가지 서너 개를 붙인 형태의 무기다. 마치 가시 돋친 나뭇가지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적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왜군 돌격을 저지하는 데 유용하게 쓰였던 무기로 알려져 있다.

  맨손으로 하는 권법 시연도 한다. 권법은 전쟁에서 직접 쓰지 않지만, 무기를 들기 전 기초가 되는 기술로 장용영 군사들이 익히던 무예 기술이다. 하늘을 보는 손인 양수와 땅으로 향한 음수를 사용하여 기운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권법이다. 모든 장병기를 쓰는 데 바탕이 되는 훈련의 기초다. 앞에 적이 있는 것처럼 손으로 상대 급소를 공격한다. 무기를 들지 않아 쉬운 듯하지만, 이미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어 균형과 기를 단련하는 수련의 의미가 있다. 

낭선은 긴 창 끝머리에 작은 가지 서너 개를 붙인 형태의 무기다.

낭선은 긴 창 끝머리에 작은 가지 서너 개를 붙인 형태의 무기다.


  공연은 단순한 무예 시연을 넘어선다. 절도 있는 동작과 힘찬 기세 속에서 조선의 정예군이었던 장용영 군사들의 늠름한 기상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순간 시간의 문이 열리는 듯한 착각이 든다. 바로 이 자리에 정조대왕이 장용영 군사들의 역동적인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군사들 발걸음은 힘차게 땅을 울리고, 무기의 움직임은 질서 정연하다. 그 장면 속에서 조선을 지키려 했던 군사들의 기개와, 강한 군대를 꿈꾸었던 정조의 뜻이 함께 떠오른다.

시범단이 기창을 다루는 기술을 시연한다.

시범단이 기창을 다루는 기술을 시연한다.


  공연 중에 안내 방송이 나온다. 정조대왕은 친위부대인 장용영을 화성행궁에 두고 『무예도보통지』 무술을 연습하게 했다. 공연자들 복장도 조선 시대 장교급 이상이 착용하였던 철저히 고증하여 제작되었다. 붉은색과 파란색 등의 화려한 쾌자(조끼)에 갑옷을 착용하고, 환도(칼)와 창 등 전통 무기를 휴대하여, 당시 최정예 부대의 용맹하고 실전적인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시범이 끝난 뒤에는 무예24기 시범단과 기념 촬영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조금 전까지 창과 칼, 월도 등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기량을 펼치던 단원들은 조선 시대 군인처럼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서 있다. 창과 깃발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장면은 한 편의 살아 있는 역사처럼 펼쳐진다. 사진 속에도 역사 속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다. 

무예24기 시범단과 기념 촬영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무예24기 시범단과 기념 촬영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들은 외국인이 많았다. 타국의 낯선 무예를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눈빛이라기보다, 살아 숨 쉬는 문화를 직접 만났다는 설렘이 어려 있었다. 박제된 유산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숨 쉬고 움직이는 전통을 마주한 기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최형국 상임연출(무예24기시범단)은 "수원시립공연단은 2015년 7월 창단되어 오늘까지 화성행궁 곳곳에서 조선 시대의 24가지 군사 무예를 공연하는 단체다. 시범단은 정조의 친위부대인 장용영의 무예를 익혀온 최고의 전통 무예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다. 공연은 '정예로움'이라는 키워드 아래, 전술적 의미와 군사 무예의 본질을 보여주고자 한다."라며 "하반기에는 우화관에서 마상무예 공연 등도 있으니,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특별한 경험을 누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시범 상설공연]
○ 장소: 수원 화성행궁 신풍루 앞
○ 공연 시간: 평일 11:00(1회), 주말 11:00/14:00(2회), (매주 월요일은 쉼)
○ 관람료: 무료
○ 내용: 정조의 명으로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의 24가지 기예 시범.
○ 참고: 1~2월(혹한기), 7~8월(혹서기) 미운영.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경우, 공연이 취소 될 수 있음. 
○ 문의: 수원시립예술단 홈페이지(031-267-16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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