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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주하는 시간, 그림책으로 여는 감정의 문
수원 한림도서관 '까뮤와 함께하는 감정미술관' 보이지 않는 감정을 그리고, 쓰고, 나누다
2026-03-20 11:00:19최종 업데이트 : 2026-03-20 11:00:1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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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100 인생그림책> 소개하는 김상래 강사
필자가 참여한 날은 두 번째 수업. 수업은 지난 시간 활동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문을 열었다. 수강생들은 짝궁의 얼굴을 그렸던 경험을 나누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수강생은 "가족이 아닌 타인의 얼굴을 그렇게 자세히 바라볼 기회가 없었는데, 선 하나하나가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며 "눈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김상래 강사는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과도 눈을 마주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이 수업에서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시작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는 것은 뇌과학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자연스럽게 좋은 감정을 이끌어낸다"고 덧붙였다. 수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답 없는 감정'을 전제로 진행됐다. 강사는 "이제는 바나나도 현대미술이 되는 시대"라며 "그림에는 정답이 없으니 편하게 느끼고 표현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수업은 그림책 낭독과 감정 나누기, 명화 감상, 감정 글쓰기, 미술 표현 활동으로 이어졌다. 특히 그림책 『100 인생 그림책』을 통해 삶의 흐름과 감정을 돌아보는 시간이 인상적이었다. 감정 글쓰기 명화 르네 마그리트의 상류사회 이후 진행된 감정 글쓰기 시간에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상류사회'를 감상한 뒤 느껴지는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했다. 분석이 아닌 '느낌'에 집중하는 방식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여자들의 글에는 각자의 시선과 감정이 담겼다. 한 수강생은 "현실의 담을 넘어 숲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며 "상상만으로도 평온함이 찾아온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행복한 순간 이후 밀려오는 공허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감정을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것의 필요성을 나누기도 했다. 이에 강사는 "글쓰기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며 "하루 중 좋았던 한 순간만이라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수업의 마지막은 '감정 디톡스'를 주제로 한 미술 활동으로 이어졌다. 강사는 레몬수를 나누며 몸의 독소를 비우는 '디톡스' 개념을 감정과 연결지었다. 참여자들은 검은 도화지에 자신의 감정 속 '독소'를 형태로 표현하고, 흰 도화지에 그것을 뿜어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분노, 불안, 얽힌 감정들이 다양한 형태로 시각화됐다. 흥미로운 점은 표현의 방향이었다. 한 수강생은 독소를 '하트' 형태로 표현하며 "나의 일부이기에 미워하기보다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얽힌 실타래처럼 표현된 감정을 "하나씩 풀어내며 결국은 긍정으로 바꾸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들은 강사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정답이 없다"며 "폭발적으로 풀어내는 방법도 있지만, 차분히 풀어내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업은 독소를 배출한 도화지 위에 향기를 더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감정을 비워내고 다시 채우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김상래 강사는 "작은 감정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그것을 키워가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정 단어, 감정 글쓰기, 미술 테라피 활동 수업이 끝난 뒤 강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학교와 도서관, 박물관 등에서 미술 인문학 강연을 이어오는 한편, 최근 네 번째 저서 《첫 번째 미술관 북마크》(초록비책공방)를 펴냈다. 유럽 주요 미술관과 그 안에 담긴 작품들을 소개하는 이 책은, 미술을 처음 접하는 독자도 부담 없이 손에 들 수 있도록 구성됐다. 미술관 한 곳 한 곳에 직접 발을 디디며 쌓아온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수업의 결이 책과 맞닿아 있었다. 낯선 그림 앞에서 느끼는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 그 출발점은 강의실에서든 미술관에서든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가 건네는 메시지다.
까뮤와 함께하는 그림책 감정미술관 홍보문-한림도서관 한림도서관의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미술 수업을 넘어,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그림책과 미술을 통해 감정을 꺼내고, 나누고, 다시 바라보는 경험은 참여자들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변화를 남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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