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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코 걸친 옷, 나를 말하고 세상을 비추다… 수원시립미술관 '입는 존재'
평범한 일상복이 낯선 예술로 변하는 마법, 전시장 현장을 가다
2026-03-24 10:32:29최종 업데이트 : 2026-03-24 10:32:27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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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쇼니바레가 혼합매체로 제작한 조각 작품 〈케이크 키드(Cake Kid)〉가 놓인 전시 전경 우리는 아침마다 옷장 문을 열고 무엇을 입을지 고민한다. 단순히 몸을 가리는 것을 넘어, 오늘의 나를 세상에 어떻게 보여줄지를 결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겉옷 하나, 셔츠 색상 하나에는 기분과 사회적 위치,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이미지가 한데 뒤섞여 있다.수원 화성 행궁 곁에 자리 잡은 수원시립미술관 행궁본관에서 상반기 기획전 《입는 존재》가 막을 올렸다. 매일 아침 반복하는 평범한 옷 입기에 깊고 날카로운 물음을 던지는 전시로, 옷을 통해 정체성과 사회 구조를 함께 들여다보자는 취지로 보인다. 전시실에 발을 들이는 순간, 익숙했던 옷이라는 소재가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질문으로 다가온다. 서도호가 수많은 군번표를 엮어 만든 갑옷 형상 작품 〈Some/One〉과 벽면에 나란히 걸린 오형근 사진 연작 〈아줌마〉가 전시된 공간 2전시실에 들어서면 서도호 〈Some/One〉이 공간을 압도한다. 군번표 수천 개를 이어 붙여 만든 갑옷 형상으로, 개인과 집단, 정체성과 권력 관계를 묵직하게 건드린다. 맞은편에는 오형근 〈아줌마〉 연작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호랑이 무늬 옷, 꽃무늬 스카프. 그 차림새는 '아줌마'라는 호칭이 불러일으키는 고정관념과 기대를 드러내는 동시에, 인물의 개별성이 집단적 이미지에 가려지는 상황을 보여준다.화면 아래에 실제 옷무더기를 쌓아둔 후유히코 타카타 영상 작품 〈컷 슈트(Cut Suits)〉 한쪽에서는 후유히코 타카타 영상 〈컷 슈트(Cut Suits)〉가 흘러나온다. 정장이 지닌 엄격한 상징을 유쾌하게 해체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강렬한 붉은색 벽면에 빼곡하게 설치된 니키 리 사진 연작 〈The Hispanic Project〉, 〈The Punk Project〉 등 전시 모습 3전시실로 옮기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붉은 벽면을 가득 채운 니키 리 〈Projects〉 연작이 먼저 눈길을 붙잡는다. 작가가 직접 힙합, 히스패닉, 펑크 등 전혀 다른 사회 집단 속으로 들어가 그들 복장을 따라 입고 찍은 사진들이다. 정체성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입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눈앞에서 보여준다.안창홍이 화려한 색채를 배경으로 알맹이 없는 빈 옷을 그려낸 회화 연작 〈유령패션〉을 관람객들이 감상하는 모습 이어서 만나는 〈The Souper Dress〉는 캠벨 수프 컴퍼니(Campbell's Soup Company)가 제작한 상업용 판촉물로, 패션과 대량생산 소비 사회가 맺고 있는 끈끈한 관계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제임스 로젠퀴스트 〈종이옷(Paper Suit)〉은 종이라는 연약한 재질로 정장을 만들어 소비문화 속 옷이 지닌 사회적 상징을 정면으로 짚어낸다.윤정미 〈핑크 & 블루 프로젝트〉 사진은 성별 규범이 아이들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자리 잡는지를 조용히 기록한다. 안창홍 〈유령패션〉 연작도 이 공간에 자리한다. 화려한 색감 옷들이 사람 없이 덩그러니 그려진 모습으로, 자본주의 욕망 구조와 텅 빈 공허함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이형구가 철제 뼈대와 볼록 거울, 의자 등을 복잡하게 결합해 신체 통제를 실험한 조형물 〈Mirror Canopy〉 4전시실은 이형구 작품들로 가득 찬 독특한 공간이다. 이형구와 연진여의 〈Mirror Canopy〉 등 실험적인 조형물들이 바닥을 넓게 차지하고 있다. 철제 뼈대와 볼록 거울, 가죽 끈이 얽힌 이 장치들은 몸을 보호하는 옷이 반대로 신체를 어떻게 통제하는지를 몸으로 느끼게 한다.전시를 다 보고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에는 연진영 〈빈 타워 가드(Empty Tower Guard)〉가 설치되어 있다. 폐기된 패딩 모자 수십 개를 쇠사슬로 엮어 만든 거대한 기둥 조형물로, 전시장을 나서는 발걸음을 다시 한번 붙잡으며 패션 산업 뒤편에 숨겨진 거대한 시스템을 돌아보게 한다. 연진영이 대량생산 과정에서 버려진 패딩 모자 수십 개를 쇠사슬로 엮어 기둥 형태로 만든 조형물 〈빈 타워 가드(Empty Tower Guard)〉 이번 전시를 기획한 수원시립미술관 장수빈 학예사는 "옷 입기를 개인적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신체, 정체성, 그리고 산업 구조까지 확장해 바라보는 시각을 관람객과 나누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관람객이 일상적인 옷 입기를 통해 자신의 몸과 삶, 사회적 조건을 새롭게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전시를 모두 둘러보고 나오면 오늘 아침 무심코 걸친 셔츠 한 벌이 절대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평생 늘 입던 옷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험, 굳어 있던 일상적 생각을 깨우는 신선한 자극을 받게 된다. 따뜻한 봄날, 행궁동으로 발걸음을 옮겨 일상적인 옷 입기가 깊은 예술적 생각으로 바뀌는 시간을 직접 마주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2026 수원시립미술관 상반기 기획전 《입는 존재》 전시 기간과 장소를 알리는 메인 홍보 포스터 《입는 존재》 (Wearing Being: On the Matter of Clothing)○ 기 간: 2026년 3월 19일(목) ~ 2026년 6월 28일(일) ○ 시 간: 하절기(3월~10월) 10:00~19:00 / 동절기(11월~2월) 10:00~18:00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매주 월요일 휴관 ○ 부 문: 기획전 ○ 장 르: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등 ○ 작 가: 김준, 니키 리, 마사 로슬러, 박영숙, 서도호, 송상희, 안창홍, 앤디 워홀, 연진영, 오형근, 윤정미, 이형구, 잉카 쇼니바레, 제임스 로젠퀴스트, 차영석, 후유히코 타카타 등 16명 ○ 구 성: 입는 행위와 관련된 동시대 미술작품 ○ 해 설: 매일 오후 2시, 4시 정규 도슨트 운영 (전시장 입구 시작) ○ 대 상: 전체 관람 ○ 요 금: 관람안내 참조 ○ 장 소: 수원시립미술관 행궁본관 2~4전시실 ○ 주 최: 수원시립미술관 ○ 주 차: 미술관 내 지하 주차장 이용 가능 ○ 홈페이지: https://suma.suwon.go.kr ○ 문 의: 031-5191-3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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