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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키보다 ‘마음의 키’를 먼저 들여다본 시간, 우리 아이 성장보고서
수원교육지원청 학부모 특강, 수원시평생학습관 대강당에서 열려
2026-04-06 13:45:19최종 업데이트 : 2026-04-06 13:45:08 작성자 : 시민기자   강영아

조병익 교육국장이 특강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조병익 교육국장이 특강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벚꽃 잎이 흐드러지게 휘날리던 4월 2일 오전,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교육장 김선경)이 주관한 '2026 학부모 특강: 내 아이 바른 성장을 위한 부모의 역할'이 열린 수원시평생학습관 대강당은 이른 아침부터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평소 한산했던 대강당 로비는 자녀의 '키 성장'과 '비만 관리'라는 해묵은 고민을 풀기 위해 모여든 학부모들로 금세 북적였다. 강연장을 찾은 부모들의 눈빛에는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선 절실함과 기대가 교차했다. 이번 특강은 자녀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부모가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소중한 소통의 장이었다.

 

특강의 문을 연 조병익 수원교육지원청 교육국장은 인사말을 통해 "수원 지역 학부모들의 제안을 응원하고 자녀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며 강연 취지를 밝혔다.

 

이어 무대에 오른 박기원 원장(의학·한의학 박사)은 수많은 임상 경험을 가진 베테랑답게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핵심을 정확히 짚어냈다. 강연의 첫 번째 주제는 '검사'가 아닌 '루틴'이었다.


박 원장은 시종일관 명쾌하고 단호한 어조로 현대 부모들이 놓치기 쉬운 성장 관리의 본질을 설명하며 청중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최근 많은 부모가 아이의 성장이 더디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를 찍고 뼈 나이 수치에 매달리는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현상에 단호히 경종을 울리며 고개를 저었다.
 

"자꾸 엑스레이에 노출되는 것이 결코 능사가 아닙니다. 검사 결과 수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아이의 체력이 어디서 오는지, 매일의 삶 속에서 어떤 루틴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의 지적에 객석 곳곳에서는 나지막한 탄식과 함께 공감의 끄덕임이 이어졌다. 옆집 아이와의 비교나 표준 성장 곡선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어, 정작 내 아이가 오늘 어떤 표정으로 밥을 먹고 얼마나 활기차게 움직였는지를 놓치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자성이 강연장을 메웠다. 성장은 기계적인 수치 계산이 아니라 부모의 세밀한 관찰과 기다림이 빚어내는 '미학'이라는 메시지는 학부모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명쾌한 어조로 부모들이 놓치고 있는 성장 관리의 핵심을 짚어 준 박기원 원장

명쾌한 어조로 부모들이 놓치고 있는 성장 관리의 핵심을 짚어 준 박기원 원장


강연 중반부에 접어들자 장내 분위기는 더욱 뜨겁고 진지해졌다. 화두는 현대 아이들의 가장 큰 적인 비만과 식습관이었다. 박 원장은 소아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을 경고하며 식단 관리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특히 그가 강조한 핵심은 '밀가루와의 결별'이었다.
 

"밀가루를 끊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 면, 과자가 성장을 방해하고 비만을 유발하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해요. 단순히 못 먹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공부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건강한 식단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한 학부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메모장에 '밀가루 금지'라고 굵게 적어 넣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제한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아프지만, 그 단호함이 아이의 평생 건강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보였다. 식탁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니라 아이의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중요한 교실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아이를 기계적인 수치로 판단하기 보다, 매일의 삶을 관찰하는 부모의 눈이 더 중요합니다.

아이를 기계적인 수치로 판단하기 보다, 매일의 삶을 관찰하는 부모의 눈이 더 중요합니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질문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 가운데, 한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고 고민을 토로했다. 또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작고, 4개월 간격의 검사 결과도 좋지 않아 밤잠을 설친다는 고백에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불안함이 가득 배어 있었다. 박 원장은 조급함을 경계해야 한다며 다정한 조언으로 화답했다.
 

"키가 작다고 무조건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가족력이나 성장판이 늦게 닫히는 대기만성형일 수도 있죠. 중요한 건 아이가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고 깊은 잠을 자는지와 같은 기본입니다. 특히 아들들은 뒤늦게 성장이 폭발하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 졸속으로 결론 내지 마세요."

 

이어 다른 학부모는 환경적 요인과 스트레스에 대해 질문했고, 박 원장은 활동량 부족을 지적하며 실내에 갇힌 아이들에게 움직임의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의 진심 어린 답변은 불안해하던 부모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박기원 원장이 학부모의 고민에 다정한 조언으로 화답하고 있다

박기원 원장이 학부모의 고민에 다정한 조언으로 화답하고 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느낀 점은 오늘날의 학부모들이 과거보다 훨씬 방대한 정보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깊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인터넷에는 각종 성장 보조제와 비법이 범람하지만, 정작 현장의 전문가가 강조한 것은 '밀가루 제한',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활동' 같은 지극히 기본적이고 고전적인 원칙들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그동안 옆집 아이가 먹는 영양제나 유명한 병원에만 신경 썼지, 정작 내 아이가 매일 무엇을 먹고 얼마나 움직이는지는 간과했던 것 같다"며, 당장 오늘 저녁 메뉴부터 바꿔보겠노라는 다짐을 전했다.
 

수원교육지원청  2026 학부모 특강 내 아이 바른 성장을 위한 부모의 역할

수원교육지원청 2026 학부모 특강, 내 아이 바른 성장을 위한 부모의 역할


이번 특강은 단순히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 공동체의 선순환을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수원교육지원청은 강연에 앞서 지역 교육 자원을 연계한 '수원 E:음 공유학교'를 소개하며 학부모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는 학부모가 단순한 교육 수혜자에 머물지 않고, 함께 성장하며 자녀의 교육력을 높이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돕겠다는 의지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가정 내에서 자녀와 더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강을 마치고 부모의 작은 관심, 아이 성장의 큰 발걸음 피켓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다.사진제공: 수원교육지원청

특강을 마치고 부모의 작은 관심, 아이 성장의 큰 발걸음 피켓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다. (사진제공: 수원교육지원청)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 마무리된 강연장,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날 학부모들이 얻어간 진정한 수확은 비법 영양제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인내와 기본을 지키는 부모의 정직한 태도였다. 아이의 성장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긴 마라톤이다. 부모가 앞에서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 옆에서 보폭을 맞추며 함께 호흡하는 페이스메이커가 될 때, 아이들은 비로소 자신만의 속도로 당당하게 자라날 수 있다.
 

4월의 따스한 햇살 아래 수원시평생학습관을 나서는 학부모들의 가벼워진 뒷모습에서 수원의 교육 미래가 한 뼘 더 자라난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키보다 부모들의 '마음의 키'가 먼저 성숙해졌던, 참으로 눈부신 봄날의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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