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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에서 ‘입는 존재’까지…수원시립미술관 ‘입는 존재’ & ‘블랑 블랙 파노라마’
2026년 봄 수원을 물들이는 예술의 파노라마
2026-04-10 15:26:43최종 업데이트 : 2026-04-10 15:26:40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혜정

'블랑 블랙 파노라마' 1전시관 전경

<블랑 블랙 파노라마> 1전시실 전경

                                                       
흑과 백, 시간을 쌓아 올린 화면

봄비가 대지를 적시던 4월 9일 수원시립미술관을 찾았다. 평일 낮의 전시장은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과 조용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했다. 관람객이 많지 않아 한 작품 앞에 오래 머물며 천천히 감상할 수 있었던 점이 평일 관람의 장점이었다.

1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블랑블랙 파노라마》는 흑과 백의 색감으로 구성된 전시다. 검은색 전시 보드와 어두운 공간, 그리고 조명이 만들어내는 대비는  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절제된 색의 구성은 우리나라 수묵화를 연상시키며, 비워냄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이배의 작품

이배의 작품 (좌)불로부터 (우)4M08


특히 이배 작가의 작품은 전시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불로부터>는 숯을 직접 붙여 완성한 작업으로, 타고 남은 시간의 흔적이 응집된 듯한 깊이를 보여준다. 반면 <4M08>은 아크릴 미디엄에 숯가루를 섞어 캔버스 위에 여러 겹 덧칠한 작품으로, 반복된 행위와 시간이 층층이 쌓인 밀도를 느끼게 한다. 같은 숯을 사용했지만, <불로부터>가 소멸 이후의 흔적이라면 <4M08>은 축적된 시간의 층처럼 다가오며, 검정이라는 색이 지닌 또 다른 깊이를 보여준다.


유혜숙 무제1 (머리)

유혜숙 무제1 (머리) 땋은 머리가 필자는 가채를 연상하게 했다

또한 유혜숙의 <무제1>(머리)와 장혜홍의 <흑(黑)_블랙 프로젝트 2020 (1-18)> 연작은 반복과 번짐, 축적의 과정을 통해 화면 위에 관계를 만들어가는 작업으로 인상 깊게 다가왔다.

장혜홍의 흑(黑)- 블랙 프로젝트 2020 (1-18)

장혜홍의 흑(黑)- 블랙 프로젝트 2020 (1-18) 흑색의 화면 속에서 떠오르는 용의 형상


옷을 통해 드러나는 사회와 정체성

2전시실부터 이어지는 《입는 존재》 전시는 '옷'을 매개로 인간의 정체성과 사회적 의미를 탐구한다. 이 공간에서는 잉카 쇼니바레, 서도호, 오형근 등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중에서도 잉카 쇼니바레의 <케이크 키드>는 화려한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질문이 담겨 있다. 머리 위에 쌓인 케이크는 풍요와 축하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인물이 그것을 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누가 이 풍요를 누리고, 누가 감당하는가'라는 물음을 떠올리게 한다. 화려함 뒤에 숨겨진 구조를 드러내며,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소비와 문화의 이면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서도호 <Some/One>

서도호   수천개의 인식표가 단단한 갑옷처럼 보임


서도호(2001) 작업은 군번줄로 불리는 인식표를 엮어 만든 형태로, 갑옷처럼 보이면서도 인어의 꼬리를 연상시키는 이중적인 이미지를 지닌다. 반복되는 구조는 단단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며, 같은 작품도 보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형근 <아줌마> 작품 앞의 관람객

오형근 <아줌마> 작품 앞의 관람객


오형근의 <아줌마> (1997) 연작은 익숙한 단어에서 오는 친근함으로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내가 자라온 시대의 어머니들을 떠올리게 했고, 각기 다른 옷차림과 표정 속에서 삶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몸과 존재, 그리고 우리가 '입고 있는 것'
니키 리 <프로젝트> (1991-2001) 작가가 아닌 공동체 일부가 되어 제삼자가 촬영한 스냅 사진에 담긴 모습들

니키 리 <프로젝트> (1991-2001) 작가가 아닌 공동체 일부가 되어 제삼자가 촬영한 스냅 사진에 담긴 니키 리


3전시실에서는 니키 리와 김준, 그리고 안창홍의 작업이 이어진다. 니키 리의 <프로젝트> (1997-2001) 연작은 힙합, 히스패닉, 펑크등 서로 다른 문화와 집단 속으로 스스로를 편입시키는 작업을 통해, 옷과 외형이 정체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김준은 몸 위에 입혀진 이미지와 패턴을 통해 소비문화와 욕망의 결합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안창흥 <유령패션> 주인없이 남겨진 옷의 의미를 형상화한 작품

안창홍 <유령패션> 주인없이 남겨진 옷의 의미를 형상화한 작품


안창홍의 <유령패션> (2021-2022) 연작은 화려한 의복만 남고 신체가 사라진 형태로,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옷을 입고 있는 듯한 이질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는 현대인의 정체성이 외형에 의해 규정되고 있음을 드러내며, 화려함 속에 감춰진 공허함과 '우리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3전시실 출구에서 바라본 전경

3전시실 출구에서 바라본 전경


마지막 4전시실에서는 이형구의 영상 작업이 전시된다. 기계 장치를 몸에 장착해 말의 움직임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는 인간의 신체 조건이 변화할 때 인식과 움직임 또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지던 동작이 반복될수록 자연스러워지는 과정은 '자연스러움'조차 학습된 결과일 수 있음을 드러내며, 인간과 동물, 기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4전시실 이형구의  작품

4전시실 이형구의 작품


《입는 존재》 전시는 이처럼 의복을 통해 개인의 삶과 사회적 맥락, 그리고 존재의 방식까지 함께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는 매일 옷을 입지만, 그 옷이 담고 있는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는 일은 많지 않다.

전시를 마치고 나오며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지금 무엇을 입고 살아가고 있을까. 보이는 옷뿐 아니라, 역할과 시선, 기억과 감정까지도 함께 입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전시 정보 
●장소 : 수원시립미술관 행궁본관
●소장품전 《블랑 블랙 파노라마》 : 2026.2.12 ~ 2027.3.1
 - 전시해설 11:00 (1회)
●근현대전 《입는 존재》 : 2026.3.19 ~ 2026.6.28
 - 전시해설 14:00/ 16:00 (2회)
●휴관일 : 매주 월요일
●관람료
 - 일반 (19세 이상 65세 미만) 4,000원 (수원시민 신분증 지참 시 25% 할인)
- 청소년 (13세 이상 19세 미만), 
- 군인 (하사 미만의 군인, 의무경찰, 사회복무요원) 2,000원 
- 어린이 (7세 이상 13세 미만) 1,000원
※ 다양한 할인 기준 있음 홈페이지 참조
- 무료 7세 미만 어린이와 내국인 한정 65세 이상 어르신, 매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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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행궁본관, 블랑 블랙 파노라마, 입는 존재, 4월부터 매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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