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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도서관에 울려 퍼진 아이들 목소리...낭독으로 채운 특별한 오후
수원시 중앙도서관서 서혜정 성우와 함께 떠나는 『아이랑 낭독 나들이』 강연 열려
2026-04-20 14:36:57최종 업데이트 : 2026-04-20 14:36:55 작성자 : 시민기자 허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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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중앙도서관 (수원시 팔달구 팔달산로 318)
잠시 뒤 강의실에 또렷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참가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 곳으로 모였다. 이날 강연을 맡은 이는 서혜정 성우였다. KBS 성우극회 출신인 그는 오랜 시간 방송과 무대에서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해 온 베테랑 성우다. 다큐멘터리 생로병사의 비밀 내레이션과 미드 X-파일의 스컬리 더빙, 예능 프로그램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 내레이션 등으로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수원시 중앙도서관에서 진행된 서혜정 성우와 함께 떠나는 『아이랑 낭독 나들이』강연 모습
이날 강연의 주제는 '목소리와 낭독의 힘'이었다. 서혜정 성우는 사람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요소 가운데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발음과 발성이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에게 주는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낭독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발음이 정확하면 왠지 믿음이 가고 정직할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무엇이든 잘할 것 같다는 인상도 주죠." 그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좋은 목소리'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정확한 발음이고, 다른 하나는 안정된 발성이다. 이 두 가지가 갖춰지면 타고난 목소리가 아니어도 충분히 좋은 목소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45년째 성우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요즘 교육 환경에 대한 생각도 함께 나눴다. 학교 교육에서는 듣기와 쓰기, 논술 능력이 강조되지만 정작 사회에서 중요한 '말하기 능력'을 키울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명문대를 졸업한 취업 준비생들도 대기업 면접을 앞두고 스피치 학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낭독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워줘 학습효과, 기억력, 어휘력, 문해력을 향상 시키고 독서의 즐거움을 준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낭독의 중요성으로 이어졌다. 낭독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행위가 아니라 글쓴이의 생각을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낭독은 눈, 입, 귀가 동시에 움직이는 활동입니다.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면 자신의 목소리가 귀로 다시 들어오면서 기억이 훨씬 깊이 남습니다."
강사의 어린시절 모습을 보여주며 천둥소리의 두려움을 잊기 위해 책을 큰소리로 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연 중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어린 시절 천둥 소리를 몹시 무서워하던 그는 어느 날 큰 소리에 놀라 숙제를 하다가 두려움을 잊기 위해 책을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낭독은 자연스럽게 그의 공부 방법이 되었고, 시험을 준비할 때도 늘 소리 내어 책을 읽었다고 했다. 낭독을 통해 기억력이 좋아지고 성적도 점차 오르게 됐다는 이야기에 강의실에서는 놀라움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강연은 설명에만 그치지 않았다. 직접 목소리로 읽어 보는 시간이 마련되자 아이들의 표정이 조금씩 긴장으로 바뀌었다. 마이크 앞에 선 아이들은 처음에는 작은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지만, 곧 또박또박 문장을 읽기 시작했다. 강의실에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하나둘 울려 퍼졌다. 서혜정 성우는 아이들에게 입을 크게 벌리고 천천히 읽어 보라고 격려했다. "아이들은 입을 크게 벌려 말하는 걸 조금 어려워합니다. 부모가 먼저 크게 읽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따라 합니다."
아이들이 또박또박 문장을 읽으면서 낭독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그의 저서 <낭독하는 아이>에 등장하는 문장을 함께 읽어 보기도 했다. "천둥아, 덤벼라! 내 목소리로 천둥과 싸우는 것처럼 말이야." 아이들은 웃으며 그 문장을 힘껏 따라 읽었고, 강의실에는 어느새 활기찬 목소리가 가득 찼다. 이어 참가자들은 어린 왕자의 한 구절도 함께 낭독했다. "마음으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어.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 그는 이 문장을 통해 목소리의 의미를 "목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에 닿습니다. 저는 목소리를 '영혼의 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이 직접 낭독 체험을 해 본 문장들
초등학교 3학년 딸과 함께 참여한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려고 노력했지만 함께 소리 내어 읽어 본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며 "오늘 강연을 듣고 나니 집에서도 가족이 함께 낭독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낭독 체험에 참여한 한 초등학생도 "처음에는 마이크를 잡고 읽는 게 조금 떨렸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읽으니까 재미있었어요"라며 "집에서도 엄마랑 같이 크게 읽어 보고 싶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마이크가 내려놓이고 강연은 끝났지만, 낭독의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읽어 낸 문장들은 강의실에 부드럽게 퍼지며 도서관의 오후를 따뜻하게 물들였고, 참가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특별한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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