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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그 찰나의 순간’ 제 44회 대한민국 연극제 현장을 가다
경기도 수원편, 빛누리아트홀서 공연
2026-04-24 10:33:00최종 업데이트 : 2026-04-24 10:32:57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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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누리아트홀
요즘 단종애사를 다룬 '왕과 사는 남자' 영화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이긴 자가 살아남는다'는 역사의 철칙 아래 오랫동안 잊혔던 어린 왕의 슬픔을 온 민족이 돌아보고 누군가는 전 국민이 잊혀진 왕의 장례를 엄숙히 새로 치르는 듯하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핏빛 그 찰나의 순간'은 극단 촌벽의 최준호 극본 작품이다.
'핏빛, 그 찰나의 순간' 공연 포스터
희곡의 대사는 당시 어체에 얽매이지 않았고 특별한 무대장치도 하지 않았지만 그 시대의 복장을 한 인물들이 주는 연기와 밀도 있는 대사의 아우라가 장중을 압도했다. 시퀀스를 달리하며 1장부터 6장까지 연극은 밀도감 있는 전개를 이어간다.
조선 전기 최대의 참극 계유정난(1453)은 할아버지 태종 이방원을 가장 닮은 듯한 수양대군에 의해 벌어진다. 피로 물든 역사 속에서 붙잡으려 했던 영원한 찰나의 기록, 권력의 일등공신이었던 한명회와 신숙주는 역모의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힌다. 죽음의 문턱에서 한명회는 과거 자신들이 제거했던 수많은 망령의 환영을 마주하며 괴로워 한다. 이때 병색이 짙은 세조가 찾아오고 두 사람은 피비린내 나던 1453년 10월의 계유정난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간다.
공연이 끝난뒤 커튼콜
역대 임금의 초상화를 봉안한 창덕궁내 선원전의 수양대군은 그의 아버지 세종대왕의 초상을 보며 자신의 선택에 대해 고뇌한다. 세조는 '죽어서도 우린 욕을 먹을 거야' 넋두리한다.
제6장에선 세조가 단종과 사육신을 위시한 무수한 망령들과 조우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희왕후의 회상장면에서 세종대왕의 말씀과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공연 후 객석의 열기와 여운
김예기 연출가는 "왕이 되고자 하는 사람과 왕을 만든 사람, 그들의 목적은 폭력으로 완성되며 무대는 이들이 저지른 선택의 결과를 단순히 재현하지 않는다. 그 두 욕망이 만나는 지점에서 역사는 피로 쓰이고 우리는 그 '순간'을 붙잡는다. 무대위에서 흐르는 피는 하나의 상징으로 변해가고 지금 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고 연출의 변을 말한다. 또한 "성의껏 작품을 준비했고 많은 시민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고 하였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일찌기 쓸쓸히 사라진, 결국은 세월의 물줄기앞에서 모두 스러져 간 수많은 인물들의 군상을 보며 '역사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고작 13년을 권좌에 앉기 위해 나라를 흔들어 혈육인 동생들과 조카 그 외 충신등 수백명을 죽게 한 세조. 무수한 죽음을 딛고 자신이 살고자 했던 그들의 행동은 정당했을까. 어쩌면 그는 천형(天刑)으로 지독한 피부병을 얻어 고생했는지도 모른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아름다웠다고 누가 말했나. 왕이 되고자 했던 왕이 되었어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저 밑 가슴속 이야기.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그런 역사를 반추하며 무엇을 얻기 위해 살아가고 있을까. 연극제 수상발표는 28일에 난다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여 본다. 한편 빛누리아트홀은 5월 초 이 공연을 앙콜공연을 한다니 시민들의 많은 관람을 바란다.
<핏빛, 그 찰나의 순간- 앙콜공연> ○ 장소 : 빛누리아트홀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로 237) ○ 전화 : 031-244-2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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