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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천천히 읽는 시간. 경기사진센터 개관 특별전
사회적 인물에서 가족까지, 사진이 묻는 ‘우리는 누구인가’
2026-05-06 15:56:02최종 업데이트 : 2026-05-06 15:56:01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혜정
외부에서 본 사(SA)관과 진(JIN)관을 잇는 2층 연결 통로

외부에서 본 사(SA)관과 진(JIN)관을 잇는 2층 연결 통로

경기상상캠퍼스 내 경기사진센터가 지난 3월 28일 문을 열었다. 과거 서울농대 건물이었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조성된 이곳은 오래된 구조를 유지한 채 사진 전시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사(SA)동'과 '진(JIN)동'으로 나뉜 건물은 외부에서 보면 연결 통로가 있지만, 해당 통로가 사무실과 연결되어 있어 관람객은 사실상 이용할 수 없다. '진(JIN)동'을 관람하려면 다시 외부로 나와 이동해야 한다.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잡은 목정욱의 작품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잡은 목정욱의 작품

개관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 기획전 '빛나는 얼굴들 : 아이콘에서 우리로'는 3월 28일부터 8월 9일까지 진행된다. 고원태, 구본창, 김용호, 목정욱, 신선혜, 오형근, 조세현 등 국내 대표 사진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얼굴'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대상에서 출발해, 인물의 내면과 시대적 의미를 확장하여 보여준다.
조세현의 법정

조세현의 법정

전시에서는 각 작가의 방식으로 해석된 인물 사진이 이어진다. 구본창의 작업은 사진을 단순 기록이 아닌 내면을 드러내는 매체로 확장시키며, 시간의 층위를 담아낸다. 조세현 작가의 작업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는 인물의 외형을 넘어 내면의 존재감을 끌어내는 초상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시장 한편에 놓인 법정 스님의 초상은 그 특징을 잘 보여준다. 눈을 감은 채 고요히 앉아 있는 모습은 특별한 감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 바라보게 만든다. 화려한 연출 없이 담긴 얼굴은 설명보다 침묵에 가까웠고, 그 침묵은 관람객을 잠시 멈추게 한다. 무엇을 느껴야 할지 규정하지 않는 사진 앞에서, 관람객은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게 된다.
무용가 안은미와 홍매화를 나란히 담은 김용호의 작품

무용가 안은미와 홍매화를 나란히 담은 김용호의 작품

김용호의 작업에서는 서로 다른 이미지가 한 화면에서 만난다.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초상과 절개를 상징하는 매화를 나란히 배치한 작품은 강한 대비 속에서도 하나의 메시지로 이어진다. 화려한 장식과 정면을 응시하는 얼굴, 그리고 붉게 피어난 매화는 서로 다른 이미지임에도 한 인물의 내면을 확장해 보여준다. 이러한 딥틱(diptych) 기법은 인물의 외형과 상징을 동시에 읽게 하며, 개인과 의미 사이의 간극을 좁힌다.

이처럼 '빛나는 얼굴들' 전시는 사회적으로 알려진 '아이콘'의 얼굴에서 출발하지만, 전시를 따라갈수록 그 얼굴은 점차 '우리'의 얼굴로 다가온다. 특정 인물에 대한 정보는 흐려지고, 남는 것은 표정과 시선,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이다.

이어지는 개관 기념 특별 상설전 '파밀리아 : 가족과 가족사진'은 3월 28일부터 12월 6일까지 이어진다. 김도영, 김옥선, 이선민, 윤정미, 정연두, 최은주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는 가족이라는 가장 익숙한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진(JIN)관 1층에 전시된 정연두의  '상록타워(2001)'

진(JIN)관 1층에 전시된 정연두의 '상록타워(2001)'

특히 진(JIN)동에 전시된 '상록타워(2001)' 시리즈는 인상적이다. 실제 상록타워 아파트에 거주하는 32가구의 가족을 촬영한 이 작업은 동일한 구조의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각기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구조의 거실과 방, 같은 형태의 창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표정과 가족 구성원, 삶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같은 공간이지만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은 사진을 하나하나 비교해 보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사진 속 가족들은 때로는 어색하고, 때로는 자연스럽다. 함께 있지만 완전히 하나로 보이지 않는 거리감, 혹은 아무 말 없이도 전해지는 시간의 흔적이 화면 안에 담겨 있다. 가족이라는 관계가 단순한 따뜻함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오히려 다양한 감정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관계임을 보여준다.

전시장은 붐비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운영되고 있어 관람객이 작품 앞에 오래 머물 수 있다. 인물의 얼굴을 천천히 바라보는 경험은 생각보다 낯설다. 우리는 일상에서 타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듯 보지만, 이곳에서는 그 시선을 멈추게 된다. 한 장의 사진 앞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감정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2층에서 내려다본 구본창의 작품들

2층에서 내려다본 구본창의 작품들

경기사진센터의 이번 개관전은 화려한 장치 없이도 충분한 울림을 전한다. '아이콘에서 우리로'라는 주제는 단순한 전시 제목을 넘어, 우리가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파밀리아'는 그 질문을 다시 가장 가까운 관계로 확장시킨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수많은 얼굴들은 결국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그것은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우리'의 얼굴이다.
김혜정님의 네임카드

경기사진센터, 경기상상캠퍼스, 빛나는얼굴들 : 아이콘에서 우리로, 파밀리아 : 가족과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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