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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그린 반려동물의 초상, 마음 회복의 첫걸음
수원시평생학습관, 국내 드문 ‘펫로스 마음 회복 코칭’ 과정 운영
2026-05-18 13:19:09최종 업데이트 : 2026-05-18 13:19:08 작성자 : 시민기자   강영아

관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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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깊은 상실감과 우울,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른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잃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이별일지 모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한 축이 무너지는 깊은 상실이다. 가족보다 더 가까웠던 존재를 떠나보낸 뒤 많은 이들이 공허함과 자책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고작 동물"이라는 편견이 남아 있어, 이들의 슬픔은 쉽게 공감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14일 오전, 따스한 봄볕이 내려앉은 수원시평생학습관의 한 강의실에는 조금 특별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속에 다른 이름과 다른 사연을 가진 '그 아이'를 품고 있었다. 수원시평생학습관이 2026년 2분기 기획 강좌로 마련한 '반려동물과의 이별 - 펫로스 마음 회복 코칭'은 바로 이러한 상실의 감정을 함께 나누고 치유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슬픔을 달래는 위로 차원을 넘어,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건강한 애도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삶 속에서 다시 의미화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억지로 잊거나 감정을 억누르라고 말하는 대신, 슬픔을 충분히 표현하고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는 시간을 통해 상실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것이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벽면에 붙은 '우리의 약속'이라는 대자보였다. 5주간의 긴 여정을 함께할 참가자들이 서로 신뢰를 쌓기 위해 공유한 다짐들이다. 비밀 보장, 존중, 자율, 경청 등의 조항과 함께, 그중에서도 가장 묵직하게 다가오는 문구는 '비교하거나 평가하지 않기'였다. 외부의 편견 어린 시선에 상처받아 온 보호자들에게 이 작은 강의실만큼은 마음 놓고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기지'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온전한 치유와 안전한 나눔을 위해 참가자들이 함께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약속이 적혀 있다.

온전한 치유와 안전한 나눔을 위해 참가자들이 함께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약속이 적혀 있다.

이번 과정은 반려견과의 이별을 직접 경험한 봄그림테라피센터 대표이자 미술심리치료사인 성선화 강사와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이자 멘탈코칭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인 조영호 교수가 공동 설계했다. 정신적 회복을 돕는 멘탈코칭 이론과 감정을 시각화하는 미술치료, 그리고 명상 활동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참가자들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자연스럽게 꺼내놓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저마다 가슴에 묻은 반려동물과의 기억을 조심스럽게 나누고 있다

저마다 가슴에 묻은 반려동물과의 기억을 조심스럽게 나누고 있다

 

프로그램은 5월 14일부터 6월 11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총 5주 과정으로 운영된다. 반려동물과 이별을 경험했거나, 이별을 앞두고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 청소년과 성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도 낮췄다.

 

첫 수업의 주제는 '내 마음 마주하기'였다. 참가자들은 둥글게 둘러앉아 차례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반려견을 떠나보낸 사연, 새끼를 낳다가 세상을 떠난 강아지 이야기, 오랜 세월 함께하다 노환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에 대한 기억까지 각자의 사연은 모두 달랐다. 어린 시절 가족의 결정으로 키우던 개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내야 했던 기억이 평생의 상처로 남아 있다는 참가자의 고백도 이어졌다.

 

따뜻한 색감의 반려동물 그림들이 붙어 있어, 슬픔을 편안하게 꺼내놓을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따뜻한 색감의 반려동물 그림들이 붙어 있어, 슬픔을 편안하게 꺼내놓을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이야기였지만, 참가자들은 금세 하나의 감정으로 연결됐다. "나만 이렇게 아픈 게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과 공감이 강의실을 채웠다. 누군가의 흐느낌은 다른 누군가의 눈물로 이어졌고, 그동안 애써 숨겨왔던 감정들이 안전한 공간 안에서 비로소 터져 나왔다. 강의실은 단순한 수업 공간이 아니라, 슬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어진 미술치료 활동에서는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반려동물의 모습'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반려견의 뒷모습, 함께 시간을 보냈던 풍경, 생전의 눈빛과 털의 감촉까지 그림 속에는 미처 전하지 못한 사랑과 그리움, 미안함이 담겼다. 그림의 완성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마음속 깊이 눌러두었던 감정을 꺼내 표현하는 과정 자체였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도화지에 채워나가고 있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도화지에 채워나가고 있다

 

그림을 완성한 뒤 참가자들은 강의실 중앙에 꾸며진 무지개빛 천과 꽃, 그림책으로 이루어진 공간, 센터피스 주위에 모여 앉았다. 잔잔한 싱잉볼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묵언 명상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바라보며 조용히 이별의 감정을 마주했다. 명상이 끝난 뒤 한 참가자는 "그동안 아이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너무 아파 피했는데, 오늘 그림을 그리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이별을 마주한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무지개다리를 상징하는 소품들과 싱잉볼이 놓인 센터피스를 중심으로 참가자들이 둥글게 둘러앉아 있다

무지개다리를 상징하는 소품들과 싱잉볼이 놓인 센터피스를 중심으로 참가자들이 둥글게 둘러앉아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일회성 위로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5주 동안 참가자들이 상실의 감정을 단계적으로 이해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성됐다. 특히 프로그램은 펫로스 과정에서 가장 깊은 상처로 남는 감정이 '죄책감'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2주 차 수업에서는 이러한 죄책감을 점토 작업을 통해 시각화하고 손으로 직접 만지며 감정의 응어리를 해소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어지는 3주 차와 4주 차 과정에서는 '아름다운 작별'과 '나의 인생축 여행'을 주제로, 이별을 단순한 단절이 아닌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을 마련한다.

마지막 5주 차 수업에서는 '새로운 일상의 재설계'를 주제로 치유 이후의 삶을 준비한다. 참가자들은 슬픔 속에서 놓아두었던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앞으로의 일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계획한다. 마지막 활동인 비전 보드 만들기에서는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한 채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삶의 목표와 희망을 담아낸다.

 

프로그램 공동 개발자인 조영호 교수는 "상실은 단순히 기억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아픔을 새로운 의미로 전환해가는 과정"이라며 "반려동물과 함께 했던 사랑의 기억은 남은 삶을 더 깊고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펫 로스는 더 이상 일부 사람들의 과민한 감정으로 치부할 수 없는 보편적인 상실의 문제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누군가에게 단순한 헤어짐이 아니라, 삶의 한 축이 무너지는 깊은 아픔으로 다가온다. 가족 같은 존재를 떠나보낸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잊으라'는 말이 아니라, 슬픔을 충분히 드러내고 공감받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상실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함께 마주하며, 상처를 회복의 언어로 바꾸어가는 드문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완성한 그림들을 센터피스 주변에 펼쳐놓고 싱잉볼 소리와 함께 이별의 감정을 마주하는 명상 시간을 갖고 있다.

완성한 그림들을 센터피스 주변에 펼쳐놓고 싱잉볼 소리와 함께 이별의 감정을 마주하는 명상 시간을 갖고 있다.


작은 그림 한 장과 조심스러운 고백에서 시작된 이날의 만남은, 누군가에게는 오래 멈춰 있던 마음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첫걸음이 되고 있었다.

'당신만 그렇게 아픈 것이 아니다'라는 공감의 메시지는 무엇보다 강한 치유의 힘이 되고 있었다. 이 작은 위로의 온기가 더 넓게 퍼져, 지금 이 순간에도 홀로 반려동물의 빈자리를 견디며 눈물 흘리고 있을 수많은 이들의 마음에도 닿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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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평생학습관, 펫로스, 마음 회복 코칭, 조영호, 성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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