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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돌아온 ‘한글본 정리의궤’, 수원화성의 기억을 깨우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등에 흩어진 13권… 수원시 복제·번역 통해 시민 공개
2026-05-26 10:20:54최종 업데이트 : 2026-05-26 10:20:51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출간한 한글 정리의궤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출간한 한글 정리의궤
 

19세기 전후에 한글로 기록한 '한글본 정리의궤' 13권이 있다. 프랑스 국립 동양어학교 도서관에 12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1권 등 총 13권이다. 이 책은 1887년 우리나라의 첫 번째 프랑스 외교관이었던 쁠랑시(Collin de Plancy, 1853-1922)가 수집해 소장했다. 조선왕실 도서관에 있던 책이 어떻게 외국인에게 넘어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주한 프랑스 공사관에서 통역관으로 근무하던 모리스 쿠랑(Maurice Courant, 1865-1935)이 1901년 출간한 '한국서지 보유판'에서 '한글본 정리의궤' 13권을 소개한 게 최초의 기록이다. 우리나라에는 그 어디에도 '한글본 정리의궤'에 대한 기록이 없었다. 1994년이 되어서야 '한국서지'가 우리말로 번역되었지만 '한글본 정리의궤' 에 대해 주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1981년에 프랑스 국립 동양어학교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한국학 관계 고문헌 목록 및 서지를 조사, 작성한 기록에 '한글본 정리의궤' 12권이 있었다. 이 책은 2002년에 해외전적문화재연구회에서 추진한 '해외전적 조사사업'에서 마이크로필름으로 복제해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나머지 1권의 행방은 100여 년간 오리무중이었는데 2016년 여름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도서관 홈페이지에는 전체 내용이 고해상도 이미지로 나와 있었다. 

수원시에서 원본을 복제한 한글 정리의궤

수원시에서 원본을 복제한 한글 정리의궤

 
'한글본 정리의궤'는 총 48권(48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존하는 것은 29권-36권, 39권-40권, 46권-48권 등 13권뿐이다. 29권부터 36권까지는 현륭원 원행과 혜경궁홍씨 탄신경하를 기록했다. 의궤 겉표지에는 '정리의궤 29', '丙辰', '共四十八'이란 형식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 책의 편찬체계나 기록방식으로 봤을 때 결본인 1권부터 28권까지는 1789년 10월 6일의 1차 원행부터 1795년 윤2월에 있었던 8일간의 수원 행차인 7차 원행까지 기록했을 것이다. 37권부터 38권까지는 1797년 8월 15부터 있었던 10차 원행부터 1800년 1월 16일의 13차 원행까지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정조대왕 생전의 마지막 원행까지 기록해야 의궤로서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1권부터 38권까지는 수원 행차와 현륭원 원행, 혜경궁홍씨 탄신경하에 관련된 내용이고, 39권부터 48권까지는 화성성역에 관련된 내용이다. 39권은 '성역도'로 수원화성, 화성행궁의 주요 건축물을 채색으로 그렸다. 40권, 46권부터 48권까지는 화성성역에 대한 내용이다. 

정리의궤 권39에 들어있는 '낙남헌', '노래당' 채색그림

정리의궤 권39에 들어있는 '낙남헌', '노래당' 채색그림


'한글본 정리의궤'  48권은 현륭원 원행, 원행을묘정리의궤, 화성성역의궤, 혜경궁홍씨 탄신경하 등의 내용을 1789년부터 1797년까지 기록한 방대한 책이다. 이 책의 미스터리는 언제 편찬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것과 48권 중 35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승정원일기의 기록을 근거로 1797년 정조대왕이 혜경궁홍씨를 위하여 한문으로 된 의궤를 한글로 번역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한문으로 된 의궤'가 어떤 책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당시의 한문 의궤인 '원행을묘정리의궤', '화성성역의궤'는 주제별로 기록했는데 '한글 정리의궤'는 전체 내용이 날짜 순서로 되어있어 편찬체계에 큰 차이가 있다. 1827년에 간행한 '자경전진작정례의궤'는 한문본 의궤를 한글로 번역한 것인데 편찬체계가 한문본과 같이 주제별로 기록했다.

2016년 여름에 '권39 채색본'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2018년 수원시에서는 '한글본 정리의궤' 13권을 복제해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한글본 정리의궤'는 18세기에 사용하던 한글로 되어있어 현재의 한글과는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제대로 읽거나 뜻을 이해하기도 힘들다. 2019년 수원화성박물관에서는 18세기의 한글을 현대의 한글로 번역해서 정리의궤를 출간했다. 

프랑스국립도서관 홈페이지에 있는 한글 정리의궤 권39 채색그림 중 화성전도

프랑스국립도서관 홈페이지에 있는 한글 정리의궤 권39 채색그림 중 화성전도


필자가 한글본 정리의궤를 알게된 것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옥영정 교수의 2006년 논문인 '새자료 한글본 정리의궤의 서지학적 분석과 역주'라는 글을 보고 난 이후이다. 이 논문에서는 12권에 대해 체계와 내용을 자세히 분석한 것이고 권39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화성성역의궤, 원행을묘정리의궤, 정조실록, 홍재전서, 일성록 등과 정밀하게 비교하면서 읽어보니'한글본 정리의궤' 란 책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한글본 정리의궤' 권39 채색본에서 '낙성연도'와 권48에서 '낙성연' 부분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어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수원화성문화제 전야제 행사였던 '낙성연' 공연에서 시나리오 작성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고 연출을 할 수 있었다. 

'수원화성 낙성연'이란 1796년 10월 16일 수원화성 축성을 완료하고 축성 관계자를 초청해 준공잔치를 한 것이다. 이날 잔치는 총리대신인 채제공의 주관으로 낙남헌에서 열렸는데 관료들을 위해서는 궁중정재, 기술자들과 일반 백성을 위해서는 민간연희가 펼쳐졌다. 정조대왕이 추구한 상하동락과 인인화락의 이념을 실현한 잔치이기도 하다. '낙성연'은 수원화성문화제의 핵심적인 정체성이면서도 콘텐츠이므로 수원화성문화제에서 공연으로 실행했으면 좋겠다.

한글 정리의궤(뎡니의궤)는 수원화성박물관 2층 화성축성실에 화성성역의궤, 프랑스어판 화성성역의궤와 나란히 전시되어있다. 수원화성에 관심이 많다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수원화성박물관은 5월 1일부터 31일까지 '박물관 미술관 주간'으로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09시부터 18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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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정리의궤, 수원화성박물관,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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