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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는 졸업이 없다”… 수원제일평생학교 시니어대학의 특별한 ‘인생수업’
60~80대 만학도들, 단순 학력 취득 넘어 삶을 재해석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 가져
2026-05-27 14:07:52최종 업데이트 : 2026-05-27 16:26:05 작성자 : 시민기자   강영아

배움에는 졸업이 없다… 조영호교수가 학습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인생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움에는 졸업이 없다… 조영호교수가 학습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인생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수원제일평생학교 시니어대학 강의실의 문이 열리면 조금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흰머리가 성성한 어르신들의 눈빛은 여느 대학의 청년들보다 뜨겁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국어나 영어, 미술 같은 일반 교과목이 아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격변하는 세상을 이해하며, 앞으로의 남은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는 시간, 이름하여 '인생수업'이다.

 

1963년 개교 이래 지역 사회 교육 소외 계층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온 수원제일평생학교는 뒤늦게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문해교육 학습자들이 졸업 후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도록 '시니어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학생들은 60대부터 80대까지의 만학도들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처럼, 배움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이곳에 따로 '졸업'이란 없다. 나이를 잊은 채 매주 학교로 향하는 어르신들의 발걸음 자체가 이미 하나의 감동이다.


이 특별한 여정의 중심에는 지난 2024년부터 '인생수업'을 이끌어온 조영호 교수가 있다.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전 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을 지낸 조 교수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을 이해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진짜 공부가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이 수업을 시작했다.
 

처음 10명 남짓한 인원으로 소박하게 출발했던 수업은 "인생이 달라지는 수업이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학습자들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20명 규모로 성장했다. 수업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내가 진짜 대학생이 된 것 같아 월요일 아침마다 가슴이 설렌다"며, "살면서 내 이야기를 이렇게 제대로 털어놓고 인정받아 본 것은 처음"이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조영호 교수의 '인생수업'은 매년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깊이를 더해가며 어르신들의 삶을 확장 시키고 있다.

 

2024년, '나'를 마주하다 (인생축 그리기)

첫해의 핵심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작업이었다. 학습자들은 '나는 누구인가?', '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것은 무엇인가?',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이 담긴 교재를 채워나갔다. 자신의 인생축을 직접 그려보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힘들었던 기억을 정리하는 과정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었다. 굴곡진 삶을 스스로 위로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어르신들은 잊고 지냈던 자존감과 존재감을 다시금 발견해 나갔다.

 

나의 이야기가 곧 교과서… 용기 있는 발표에 박수를!

나의 이야기가 곧 교과서… 용기 있는 발표에 박수를!


2025년, '인생의 품격'을 더하다 (6대 덕목 공부)

이듬해에는 '아름다운 삶'을 주제로 지혜, 사랑, 용기, 절제 등 노년에 지녀야 할 인생의 6대 덕목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삶의 연륜에 철학적 성찰이 더해지면서 어르신들의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건강 투자를 1순위로 꼽은 어르신의 진심 어린 글씨가 깊은 울림을 준다.

건강 투자를 1순위로 꼽은 어르신의 진심 어린 글씨가 깊은 울림을 준다.


2026년 현재, '세상'과 발맞추다 (현대사회 이해)

올해 수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흐름을 호흡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다문화 사회, 인구 감소와 초고령사회, 지방자치부터 시작해 시니어들에게는 다소 낯선 SNS, AI(인공지능)와 로봇 시대까지 다룬다. 세상의 중심에서 소외되지 않고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강의다.
 

동그랗게 모여앉아 신체활동, 팀티칭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동그랗게 모여앉아 신체활동, 팀티칭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수업에는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없다. 어려운 이론을 설명하는 대신, 조 교수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삶 속에서 몸소 경험한 기후변화는 무엇인가요?", "우리 동네 지방자치를 위해 내가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어르신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현상을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최근에는 전문 코치들과 함께하는 '팀 티칭(Team Teaching)' 방식을 도입해 수업의 활력을 더했다. 본 수업 시작 전 손놀림 활동을 통해 실버 세대의 두뇌를 깨우고, 친근한 동화를 활용해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등 다양한 활동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손끝으로 나누는 소통, 함께라서 더 즐거운 인생수업

손끝으로 나누는 소통, 함께라서 더 즐거운 인생수업


하루도 빠짐없이 강의실 맨 앞자리를 지킨다는 강봉주(85) 씨는 "뉴스에서 어렴풋이 듣던 지방자치나 삼권분립 같은 단어들을 이 수업을 통해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며 "나이가 들어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크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이 공부라는 생각이 든다"며 환하게 웃었다.

 

학습자들이 두 손을 꼭 잡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공감하고 있다

학습자들이 두 손을 꼭 잡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공감하고 있다


수원제일평생학교는 1963년 문을 연 이래, 누구에게나 공정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며 배출해낸 졸업생만 무려 6,000여 명에 이른다.
 

현재도 약 40여 명의 교사들이 오직 '재능기부'와 봉사 정신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문해 교육, 초·중·고 검정고시 과정,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대안 교육, 다문화 주민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 등을 전방위로 펼치고 있다.


특히 시니어대학의 '인생수업'은 늦깎이 배움이 단순히 '글자를 깨우치고 학력을 취득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한 인간의 삶 전체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교실 안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는 이미 어르신들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누군가는 눈에 띄게 표정이 밝아졌고, 누군가는 자녀·손주들과 세상 이야기를 나누며 가정의 중심에 서게 되었으며, 또 누군가는 "살아있어 참 행복하다"며 존재의 이유를 찾았다. 황혼의 문턱에서 세상 가장 아름다운 '대학생'이 된 이들의 특별한 수업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수원제일평생학교 이용 및 참여 안내]

○ 주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중부대로 100, 풍림빌딩 2층 (인계동)

○ 전화: 031-222-0616

○ 주요 운영 프로그램: 초등·중학 학력 인정/초·중·고졸 검정고시/시니어대학(인생수업, 문학, 생활영어)/동아리(한글, 한자, 영어, 디지털, 난타, 라인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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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제일평생학교, 시니어대학, 인생수업, 조영호, 팀티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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