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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공간 ‘잇-다’에 스민 수원의 향기
수원문화예술아카데미 기획전 《수원향(香)》, 전통·자연·일상으로 현대미술을 읽다
2026-05-28 11:19:57최종 업데이트 : 2026-05-28 11:19:55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기억공간 '잇-다' 전시장에 걸린 곽용자·윤혜숙 작가 작품

기억공간 '잇-다' 전시장에 걸린 곽용자·윤혜숙 작가 작품
 

수원 팔달구 기억공간 '잇-다'에 전통과 자연, 일상의 색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수원문화예술아카데미가 주최하고 수원시가 후원한 2026 상반기 기획전 《수원향(香)》이 5월 7일부터 27일까지 열렸다.

전시 주제는 '찾아가는 미술관, 전통·자연·일상으로 읽는 현대미술'이다. 강남철, 김순옥, 정현숙, 곽용자, 이호진, 윤혜숙 작가가 참여해 수원의 기억과 한국적 정서를 각자의 화면으로 풀어냈다. 여섯 시선이 모였다.

현장을 찾았을 때 전시는 크기보다 밀도에 가까웠다. 벽면에는 회화 작품이 걸렸고, 중앙 테이블에는 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카드, 목걸이형 소품, 에코백 등이 놓여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현장은 차분했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카드, 목걸이형 소품, 에코백 등 전시 연계 굿즈

참여 작가들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카드, 목걸이형 소품, 에코백 등 전시 연계 굿즈

전시의 취지는 현장 구성에서 자연스럽게 읽혔다. 작품을 액자 안에만 두지 않고 시민의 손과 생활 가까이 옮기려는 시도다. 예술을 '보는 것'에서 '간직하고 사용하는 경험'으로 넓혔다. 그래서 친근했다.

시민들이 작품 이미지를 바탕으로 색을 입히는 전시 연계 체험 프로그램

시민들이 작품 이미지를 바탕으로 색을 입히는 전시 연계 체험 프로그램

한쪽에서는 전시 연계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시민들은 붓을 들고 색을 입히며 관람자에서 참여자로 이동했다. 미술을 어렵게 바라보던 거리감이 조금씩 줄어드는 장면이었다. 표정도 한결 편안해 보였다.

《수원향(香)》이라는 제목에는 지역성과 예술의 향기가 함께 담겨 있다. 기억공간 '잇-다'라는 장소성도 전시와 맞물린다. 과거와 현재, 작가와 시민, 작품과 일상을 잇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름도 잘 맞았다.

작품 세계는 각기 다르지만, 전통과 현대를 잇는 흐름은 공통적이다. 곽용자 작가는 보금자리와 자연을 소재로 삶의 희망과 회복을 전하고, 필자는 활옷과 문자도, 책가도에 수원화성과 정조대왕의 이야기를 연결했다. 서로 다른 재료가 한 흐름을 이뤘다.

김순옥 작가의 달항아리 작품. 전통 소재가 현대적 색감으로 재해석됐다

김순옥 작가의 달항아리 작품. 전통 소재가 현대적 색감으로 재해석됐다

김순옥 작가는 달항아리와 수원화성, 정조대왕의 이미지를 통해 전통의 품격과 현대적 감성을 함께 보여준다. 둥근 달항아리는 복과 평온, 완전함을 품은 상징으로 다가오며 전시장에 차분한 울림을 남긴다.

정현숙 작가의 작품 전시 모습. 민화적 소재와 소나무 이미지가 공간 속에서 확장돼 보인다

정현숙 작가의 작품 전시 모습. 민화적 소재와 소나무 이미지가 공간 속에서 확장돼 보인다

정현숙 작가는 수묵과 분채, 자개, 크리스털, 자연물 오브제 등을 결합해 평면 회화의 감각을 확장한다. 소나무와 민화 도상은 질감과 입체감을 얻으며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다. 재료도 눈길을 끌었다.

윤혜숙 작가는 해바라기, 연꽃, 달항아리 등 자연의 상징을 강렬한 색채로 풀어낸다. 화면에는 생명력과 위로, 새로운 시작을 향한 바람이 흐른다. 자연은 그의 작품에서 따뜻한 안식처가 된다. 색은 힘이 있었다.

이호진 작가는 책거리, 일월오봉도, 연화도 등 전통 민화의 도상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옛 그림의 형식을 복원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복과 소망을 오늘의 언어로 옮긴다. 여백도 담백했다.

이호진 작가가 작품 앞에서 전통 민화 소재와 작품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이호진 작가가 작품 앞에서 전통 민화 소재와 작품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이호진 작가는 "전통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시 말을 걸 수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라며 "관람객이 작품 앞에서 자신의 소망과 위로를 떠올릴 수 있다면 전시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수원 시민에게 문화 향유의 문턱을 낮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민은 생활권 가까운 공간에서 작품을 만나고, 체험을 통해 예술을 직접 경험한다. 미술관이 낯선 이들에게도 편안한 첫 만남이 된다.

작품을 응용한 굿즈와 체험 자료는 예술교육의 가능성도 넓힌다. 작품 이미지는 감상으로 끝나지 않고 카드, 가방, 소품, 체험 활동으로 이어진다. 시민은 예술이 생활 속에서 쓰이는 방식을 배운다. 쓰임도 보인다.

수원문화예술아카데미의 작가 지원, 예술 체험 교육, 굿즈 개발 활동 안내 자료

수원문화예술아카데미의 작가 지원, 예술 체험 교육, 굿즈 개발 활동 안내 자료

수원문화예술아카데미는 작가 지속 지원, 예술 체험 교육, 굿즈 상품 개발 등을 통해 지역 예술 생태계를 넓혀 왔다. 작가에게는 발표의 자리를, 시민에게는 참여의 시간을 마련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의미가 크다.

지역 문화예술 단체의 역할은 행사를 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과 작품 사이의 관계를 만들고, 시민이 예술을 생활 속에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길을 내는 데 있음을 현장에서 느꼈다. 그런 점이 오래 남았다.

전시장을 나서며 오래 남는 것은 작품 하나의 화려함만이 아니었다. 전통 민화의 선, 자연의 색, 수원의 기억, 시민의 손길이 한 공간에서 조용히 어우러지는 감각이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여운은 길었다.

《수원향(香)》은 예술이 삶을 압도하는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에 은은히 스며드는 향기일 수 있음을 전했다. 기억공간 '잇-다'에서 그 향기는 수원 시민의 생활 가까이 머물렀다. 제목처럼 오래 남았다.

수원문화예술아카데미 기획전 《수원향(香)》 전시 안내 포스터

수원문화예술아카데미 기획전 《수원향(香)》 전시 안내 포스터

《수원향(香)》 찾아가는 미술관 – 기억공간 '잇-다'편
○ 기간 : 2026년 5월 7일(목) ~ 2026년 5월 27일(수) 10:00~17:00
○ 휴무 : 월요일
○ 장소 : 기억공간 '잇-다'
○ 요금 : 무료
○ 예약 : 자유 관람
○ 해설 : 없음
○ 내용 : 수원의 역사와 전통, 자연과 일상의 기억을 여섯 작가가 달항아리·소나무·활옷·보금자리·책거리·해바라기 등으로 현대적으로 풀어낸 전시
○ 대상 : 전체 관람
○ 주최·주관 : 수원문화예술아카데미
○ 후원 : 수원시
○ 주차 : 별도 주차장 없음, 인근 공영주차장 또는 대중교통 이용 권장
○ 문의 : 010-3070-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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