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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비밀의 숲에서 가족이 함께 걸은 봄… 생태 도시 수원의 재발견
서울대 수원수목원 ‘자연이 남긴 퍼즐’과 열림공원 유아숲체험원 ‘손잡고 함께 숲길 걸어 봄’ 체험기
2026-05-28 13:41:04최종 업데이트 : 2026-05-28 13:41:26 작성자 : 시민기자 길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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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풀숲 가까이 앉아 꽃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2026년 5월 9일, 서울대학교 수원수목원에서 마련한 생태프로그램인 「5월 에코 원정대2 : 자연이 남긴 퍼즐」에 남편, 아이와 함께 참여했다. 이어 5월 27일에는 열림공원 유아숲체험원에서 진행된 주말 가족 프로그램 「손잡고 함께 숲길 걸어 봄」에도 함께했다. 수원이 품고 있는 이 두 번의 숲 체험 프로그램은 가족이 자연 속에서 직접 걷고, 보고, 듣고, 만지며 짧지만 강렬했던 봄의 끝자락을 온몸으로 호흡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프로그램 참여자에게만 허락된 도심 속 '비밀의 수목원'
수원 권선구 서둔동에 조용히 자리한 서울대학교 수원수목원은 일반 시민에게 상시 개방되는 공원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학술 연구와 귀중한 식물 자원 보전을 최우선 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전 예약을 통해 정해진 생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입장이 허락된다. 이 때문에 마치 동화 속 '비밀의 화원'에 들어가는 듯한 특별한 설렘과 기대감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아이들이 벤치에 앉아 자연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수원수목원은 지난 1907년에 조성되어 무려 100년이 넘는 깊고 단단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수원농림학교를 전신으로 하며, 국내외 희귀 식물유전자원을 수집·전시·보전함과 동시에 생태 연구 및 교육 장소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오랜 세월의 풍파를 묵묵히 견뎌온 거대한 아름드리나무들과 희귀한 식물들이 빽빽하게 어우러진 고즈넉한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이곳이 단순한 도심 속 녹지가 아니라 1세기가 넘는 시간과 무수한 생명이 겹겹이 쌓여 온 경이로운 공간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나무와 풀 사이에서 숲 해설사가 아이들에게 식물의 특징을 알려주고 있다.
이날 생태 탐방을 이끈 이경옥 숲해설가(수원시평생학습관 언제든학교 강사)의 전문적이고 다정한 안내에 따라, 우리 가족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숲속을 거닐며 숲이 꽁꽁 숨겨둔 비밀을 하나씩 찾아 나섰다.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이날의 핵심 주제는 '자연이 남긴 퍼즐'이었다. 우리는 나무의 잎사귀마다 애벌레가 갉아 먹고 남긴 독특하고 다양한 흔적들을 주의 깊게 찾아보고, 그 퍼즐 조각 같은 단서들을 통해 이 숲에 과연 어떤 생명체들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지 추리해 보았다. 특히 회양목 군락지에서는 '회양목명나방' 애벌레를 직접 채집하여 돋보기로 세밀하게 관찰하는 흥미로운 시간도 가졌다.
이경옥 숲 해설사가 아이들에게 나뭇잎과 곤충의 흔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은 손바닥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은 작은 애벌레를 숨을 죽인 채 신기한 듯 들여다보았다. 숲해설가의 재미있는 설명을 듣고 난 후, 구멍 뚫린 나뭇잎은 더 이상 볼품없는 '벌레 먹은 잎'이 아니었다. 그것은 치열하게 살아가는 애벌레의 생존의 흔적이자, 자연이 우리에게 남겨둔 숭고한 생명의 단서였다. 아이들은 "이 잎은 누가 이렇게 예쁘게 먹었을까?", "애벌레는 왜 하필 이 나무만 좋아할까?"라며 끊임없이 맑은 호기심을 쏟아냈다. 진정한 생태 교육은 책 속의 활자가 아니라, 이처럼 직접 자연과 교감하며 피어나는 작은 질문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숲 해설사가 애벌레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열림공원에서 만난 도심 속 생태 놀이터의 반전 매력
이어 5월 27일에는 영통구에 위치한 열림공원 유아숲체험원으로 향해 「손잡고 함께 숲길 걸어 봄」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열림공원은 필자에게 다소 생소한 장소였지만, 복잡한 수원 도심 한가운데 이토록 아이들이 자연을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훌륭한 유아숲체험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는 사실에 큰 반가움과 든든함을 느꼈다. 공원 입구를 지나 아늑한 숲길로 한 걸음 들어서자 바깥세상과는 전혀 다른 맑은 공기가 우리 가족을 맞이했다. 시끄러운 찻길과 빽빽한 고층 아파트가 불과 지척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가니 공기의 결이 한층 부드럽고 상쾌해졌다. 짙어지는 초록 잎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부서지듯 내려앉고, 싱그러운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와 이름 모를 산새들의 경쾌한 지저귐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굳이 꽉 막힌 도로를 뚫고 멀리 시외로 떠나지 않더라도, 내가 숨 쉬며 살아가는 도심 속에서 충분히 훌륭한 자연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수원이 가진 탄탄한 생태적 인프라를 증명하는 듯했다.
푸른 나무 그늘 아래에서 숲해설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 아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숲길에 서서 자연의 생태를 배우고 있다.
가장 특별하고 어른들에게도 인상 깊었던 경험은 단연 '밀웜 시식' 시간이었다. 미래 식량으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는 식용 곤충을 맛보는 체험에 처음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낯설어하며 주춤했다. 하지만 숲해설가의 격려에 아이가 용기를 내어 한 입 맛본 후에는 예상치 못한 고소한 맛에 놀라워하며 이내 훌륭한 생태 체험으로 즐겁게 받아들였다. 이 과정은 곤충을 단순히 징그럽고 무서운 해충으로만 여기던 낡은 편견을 깨고, 거대한 지구 생태계의 순환 속에서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담당하는 소중한 생명체이자 미래의 자원으로 바라보게 하는 훌륭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초록빛이 가득한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느끼는 아이들과 가족들.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40대 아버지는 땀을 닦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리 동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아이들이 흙을 밟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좋은 숲 체험장이 있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주말마다 핸드폰만 보던 아이가 곤충을 찾으며 꺄르르 웃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자주 데리고 와야겠습니다." 필자 역시 격하게 공감했다. 열림공원 유아숲체험원은 멀리 떠나는 수고로움이나 큰 비용 없이도 가족이 함께 건강하고 유익한 주말을 보낼 수 있는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소중한 쉼터였다. 숲 탐방과 곤충 관찰이 끝난 후, 아이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한껏 자극하는 '자연물 액자 만들기' 활동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바닥에 떨어진 다채로운 모양의 잎사귀, 이름 모를 작고 앙증맞은 들꽃, 색색의 열매들을 신중하게 골라 담았다. 눈에 띄는 대로 아무거나 덥석 주워 담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나름의 뚜렷한 색감과 모양을 세밀하게 살피며 "엄마, 이 나뭇잎이 예뻐", "나는 이 빨간 열매를 액자에 넣고 싶어"라며 자신만의 미적 기준으로 예술 작품의 재료를 꼼꼼히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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