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도심 속 비밀의 숲에서 가족이 함께 걸은 봄… 생태 도시 수원의 재발견
서울대 수원수목원 ‘자연이 남긴 퍼즐’과 열림공원 유아숲체험원 ‘손잡고 함께 숲길 걸어 봄’ 체험기
2026-05-28 13:41:04최종 업데이트 : 2026-05-28 13:41:26 작성자 : 시민기자   길선진

아이들이 풀숲 가까이 앉아 꽃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아이들이 풀숲 가까이 앉아 꽃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눈부신 신록이 절정을 이루며 온 세상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5월의 숲은 아이들의 발걸음을 자꾸만 멈춰 세운다. 나뭇잎 하나, 벌레가 지나간 작은 흔적 하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청아한 새소리 하나에도 아이들의 눈망울은 보석처럼 반짝인다. 어른들에게는 매일같이 지나치는 익숙하고 평범한 일상의 풍경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게 숲은 끝없는 질문과 새로운 발견이 무궁무진하게 숨어 있는 거대한 놀이터이자 가장 훌륭한 학교다. 스마트폰과 네모난 모니터 화면 속 세상에 익숙해진 요즘 아이들에게, 흙을 밟고 잎사귀를 만지며 자연이 내어주는 생생한 감각을 체험하는 것은 그 어떤 교육보다 값진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필자는 지난 2026년 5월 9일, 서울대학교 수원수목원에서 마련한 생태프로그램인 「5월 에코 원정대2 : 자연이 남긴 퍼즐」에 남편, 아이와 함께 참여했다. 이어 5월 27일에는 열림공원 유아숲체험원에서 진행된 주말 가족 프로그램 「손잡고 함께 숲길 걸어 봄」에도 함께했다. 수원이 품고 있는 이 두 번의 숲 체험 프로그램은 가족이 자연 속에서 직접 걷고, 보고, 듣고, 만지며 짧지만 강렬했던 봄의 끝자락을 온몸으로 호흡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프로그램 참여자에게만 허락된 도심 속 '비밀의 수목원'

 

수원 권선구 서둔동에 조용히 자리한 서울대학교 수원수목원은 일반 시민에게 상시 개방되는 공원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학술 연구와 귀중한 식물 자원 보전을 최우선 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전 예약을 통해 정해진 생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입장이 허락된다. 이 때문에 마치 동화 속 '비밀의 화원'에 들어가는 듯한 특별한 설렘과 기대감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아이들이 벤치에 앉아 자연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아이들이 벤치에 앉아 자연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수원수목원은 지난 1907년에 조성되어 무려 100년이 넘는 깊고 단단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수원농림학교를 전신으로 하며, 국내외 희귀 식물유전자원을 수집·전시·보전함과 동시에 생태 연구 및 교육 장소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오랜 세월의 풍파를 묵묵히 견뎌온 거대한 아름드리나무들과 희귀한 식물들이 빽빽하게 어우러진 고즈넉한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이곳이 단순한 도심 속 녹지가 아니라 1세기가 넘는 시간과 무수한 생명이 겹겹이 쌓여 온 경이로운 공간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나무와 풀 사이에서 숲 해설사가 아이들에게 식물의 특징을 알려주고 있다.

나무와 풀 사이에서 숲 해설사가 아이들에게 식물의 특징을 알려주고 있다.

 

이날 생태 탐방을 이끈 이경옥 숲해설가(수원시평생학습관 언제든학교 강사)의 전문적이고 다정한 안내에 따라, 우리 가족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숲속을 거닐며 숲이 꽁꽁 숨겨둔 비밀을 하나씩 찾아 나섰다.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이날의 핵심 주제는 '자연이 남긴 퍼즐'이었다. 우리는 나무의 잎사귀마다 애벌레가 갉아 먹고 남긴 독특하고 다양한 흔적들을 주의 깊게 찾아보고, 그 퍼즐 조각 같은 단서들을 통해 이 숲에 과연 어떤 생명체들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지 추리해 보았다. 특히 회양목 군락지에서는 '회양목명나방' 애벌레를 직접 채집하여 돋보기로 세밀하게 관찰하는 흥미로운 시간도 가졌다.


이경옥 숲 해설사가 아이들에게 나뭇잎과 곤충의 흔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경옥 숲 해설사가 아이들에게 나뭇잎과 곤충의 흔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은 손바닥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은 작은 애벌레를 숨을 죽인 채 신기한 듯 들여다보았다. 숲해설가의 재미있는 설명을 듣고 난 후, 구멍 뚫린 나뭇잎은 더 이상 볼품없는 '벌레 먹은 잎'이 아니었다. 그것은 치열하게 살아가는 애벌레의 생존의 흔적이자, 자연이 우리에게 남겨둔 숭고한 생명의 단서였다. 아이들은 "이 잎은 누가 이렇게 예쁘게 먹었을까?", "애벌레는 왜 하필 이 나무만 좋아할까?"라며 끊임없이 맑은 호기심을 쏟아냈다. 진정한 생태 교육은 책 속의 활자가 아니라, 이처럼 직접 자연과 교감하며 피어나는 작은 질문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숲 해설사가 애벌레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숲 해설사가 애벌레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열림공원에서 만난 도심 속 생태 놀이터의 반전 매력

 

이어 5월 27일에는 영통구에 위치한 열림공원 유아숲체험원으로 향해 「손잡고 함께 숲길 걸어 봄」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열림공원은 필자에게 다소 생소한 장소였지만, 복잡한 수원 도심 한가운데 이토록 아이들이 자연을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훌륭한 유아숲체험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는 사실에 큰 반가움과 든든함을 느꼈다.
 

공원 입구를 지나 아늑한 숲길로 한 걸음 들어서자 바깥세상과는 전혀 다른 맑은 공기가 우리 가족을 맞이했다. 시끄러운 찻길과 빽빽한 고층 아파트가 불과 지척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가니 공기의 결이 한층 부드럽고 상쾌해졌다. 짙어지는 초록 잎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부서지듯 내려앉고, 싱그러운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와 이름 모를 산새들의 경쾌한 지저귐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굳이 꽉 막힌 도로를 뚫고 멀리 시외로 떠나지 않더라도, 내가 숨 쉬며 살아가는 도심 속에서 충분히 훌륭한 자연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수원이 가진 탄탄한 생태적 인프라를 증명하는 듯했다.


푸른 나무 그늘 아래에서 숲해설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 아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숲길에 서서 자연의 생태를 배우고 있다.

푸른 나무 그늘 아래에서 숲해설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 아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숲길에 서서 자연의 생태를 배우고 있다.


이날 열림공원 프로그램의 백미는 다양한 숲속 곤충들을 직접 관찰하고 교감하는 오감 만족 활동이었다. 아이들은 각자 고사리 같은 손에 돋보기를 하나씩 쥐고 풀숲에 숨어 있는 작은 곤충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징그럽다며 무심코 지나치거나 무서워하며 피했을 법한 작은 생명들이, 돋보기 렌즈 안에서는 경이롭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은 곤충의 미세한 다리 움직임, 화려하고 복잡한 등딱지 무늬, 바쁘게 안테나처럼 움직이는 작은 더듬이까지 숨죽여 관찰하며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존중을 자연스럽게 체득해 나갔다.
 

가장 특별하고 어른들에게도 인상 깊었던 경험은 단연 '밀웜 시식' 시간이었다. 미래 식량으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는 식용 곤충을 맛보는 체험에 처음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낯설어하며 주춤했다. 하지만 숲해설가의 격려에 아이가 용기를 내어 한 입 맛본 후에는 예상치 못한 고소한 맛에 놀라워하며 이내 훌륭한 생태 체험으로 즐겁게 받아들였다. 이 과정은 곤충을 단순히 징그럽고 무서운 해충으로만 여기던 낡은 편견을 깨고, 거대한 지구 생태계의 순환 속에서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담당하는 소중한 생명체이자 미래의 자원으로 바라보게 하는 훌륭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초록빛이 가득한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느끼는 아이들과 가족들.

초록빛이 가득한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느끼는 아이들과 가족들.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40대 아버지는 땀을 닦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리 동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아이들이 흙을 밟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좋은 숲 체험장이 있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주말마다 핸드폰만 보던 아이가 곤충을 찾으며 꺄르르 웃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자주 데리고 와야겠습니다." 필자 역시 격하게 공감했다. 열림공원 유아숲체험원은 멀리 떠나는 수고로움이나 큰 비용 없이도 가족이 함께 건강하고 유익한 주말을 보낼 수 있는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소중한 쉼터였다.
 

숲 탐방과 곤충 관찰이 끝난 후, 아이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한껏 자극하는 '자연물 액자 만들기' 활동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바닥에 떨어진 다채로운 모양의 잎사귀, 이름 모를 작고 앙증맞은 들꽃, 색색의 열매들을 신중하게 골라 담았다. 눈에 띄는 대로 아무거나 덥석 주워 담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나름의 뚜렷한 색감과 모양을 세밀하게 살피며 "엄마, 이 나뭇잎이 예뻐", "나는 이 빨간 열매를 액자에 넣고 싶어"라며 자신만의 미적 기준으로 예술 작품의 재료를 꼼꼼히 수집했다.

 

숲 체험 활동 후 자연물 작품을 들고 환하게 웃는 아이. 작은 잎과 꽃, 열매를 모아 만든 작품에는 아이가 직접 만난 봄의 흔적이 담겼다.

숲 체험 활동 후 자연물 작품을 들고 환하게 웃는 아이. 작은 잎과 꽃, 열매를 모아 만든 작품에는 아이가 직접 만난 봄의 흔적이 담겼다.

 

작은 손으로 하나하나 소중히 채집한 자연물들은 투명한 아크릴 창 안에 차곡차곡 담겨,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근사한 '나만의 숲 액자'로 재탄생했다. 샛노란 꽃잎과 싱그러운 초록 잎, 그리고 작은 갈색 열매가 한데 조화롭게 어우러진 액자는 그 자체로 미술관에 걸려도 손색없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그 작은 프레임 안에는 우리 가족이 그날 숲에서 만난 봄날의 따스한 기억과 짙은 숲의 향기가 고스란히 박제되어 있었다.
 

완성된 자연물 액자를 햇빛에 이리저리 비춰 보며 환하게 웃는 아이의 얼굴에는, 자신이 직접 대자연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냈다는 벅찬 뿌듯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해맑고 순수한 미소는 곁에서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에게 또 다른 형태의 잊지 못할 봄날의 큰 선물이 되었다.


5월에 진행된 수원의 두 가지 숲 체험 프로그램을 연달아 참여하며 필자가 가장 가슴 깊이 명확하게 느낀 바는, 숲 체험이란 결코 아이들의 교육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라 팍팍한 일상에 지친 가족 구성원 모두의 몸과 마음을 다독이고 치유하는 시간이라는 점이었다.

 

발끝으로 균형을 잡으며 자연과 가까워지는 순간, 숲은 아이에게 가장 넓은 놀이터가 되어준다.

발끝으로 균형을 잡으며 자연과 가까워지는 순간, 숲은 아이에게 가장 넓은 놀이터가 되어준다.

 

아이들은 탁 트인 자연 속에서 그간 아파트와 교실에서 억눌렸던 에너지를 맘껏 발산하며 엉뚱하고 기발한 호기심을 펼쳤다. 부모는 그런 아이와 함께 흙길을 걸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아이의 새로운 표정과 숨겨진 관찰력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평일에는 서로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가족 간의 깊은 대화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숲길을 걷다 보니 억지스러움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이가 신기한 곤충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면 부모도 기꺼이 바쁜 걸음을 멈추었고, 아이의 시선이 머무는 낮은 곳을 함께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나뭇잎은 가장자리가 왜 톱니처럼 뾰족뾰족하게 생겼을까?" "어디선가 '딱따구르르' 소리가 나는데, 숲속의 어떤 새가 악기처럼 내는 소리일까?" "이 작은 애벌레는 왜 하필 다른 나무도 아니고 이 나무의 잎만 골라서 먹는 걸까?"


경쟁할 필요가 없는 평화로운 숲에서는 남보다 정답을 빨리 찾는 것보다, 이렇듯 함께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 무한한 상상을 펼치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했다. 그리고 그 무수한 질문이 오가는 속에서 아이와 부모는 서로의 눈을 다정하게 맞추며, 숲의 생명들처럼 함께 성장하는 귀중한 유대감의 시간을 만들었다.
 

서울대학교 수원수목원은 100년이라는 묵직한 역사와 대체 불가능한 귀중한 생태적 가치를 품은 수원의 자랑스러운 생태 자산이었다. 열림공원 유아숲체험원은 복잡다단한 일상의 도심 속에서 수원의 가족들이 언제든 가벼운 옷차림으로 편안하게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는 친근하고 열린 공간이었다. 두 장소는 서로 다른 매력과 뚜렷한 특색을 지니고 있었지만, 수원의 시민과 가족들에게 '자연을 매개로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힐링의 시간'을 듬뿍 선물해 주었다는 점에서는 완벽히 일치했다.


열림공원 유아숲체험원에서 열린 주말 가족 숲체험 '수원유아숲 패밀리클럽'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열림공원 유아숲체험원에서 열린 주말 가족 숲체험 '수원유아숲 패밀리클럽'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난히 화사했던 봄은 이제 초여름의 뜨거운 열기 속으로 금세 자취를 감추고 녹음이 우거질 것이다. 그러나 따스한 햇살 아래 아이와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걸었던 폭신폭신한 숲길, 돋보기 렌즈 너머로 경이롭게 들여다본 작은 곤충들의 생태계, 애벌레가 치열하게 삶을 영위하며 잎을 갉아 먹은 흔적들, 아이가 흙 묻은 고사리 손으로 정성껏 빚어낸 자연물 액자, 그리고 숲속에서 맑게 울려 퍼지던 새소리는 우리 가족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시들지 않는 푸른 잎사귀로 남을 것이다.
 

이번 2026년 5월, 우리 가족은 수원의 숲에서 진정한 봄을 눈으로 보았고, 귀로 들었으며, 두 손으로 만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중한 소득은, 그 아름다운 생명이 약동하는 숲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걸으며' 찬란했던 봄을 서로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시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쉽게 누릴 수 있는 수원의 훌륭한 생태 환경과 숲 체험 프로그램들이 앞으로도 더 많은 가족의 일상에 스며들어, 이토록 잊지 못할 숲속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아낌없이 선물해 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응원한다.

길선진님의 네임카드

수원유아숲체험원, 서울대수원수목원, 열림공원유아숲체험원, 수원숲체험

연관 뉴스


추천 4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