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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놀고, 그림 보고, 책 읽고
경기도서관 지하 1층에서 만난 특별한 일상
2026-06-02 11:02:50최종 업데이트 : 2026-06-02 11:02:49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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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명령에 따라 걸으며 이용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라고 한다. 스마트폰 속 음성서비스부터 로봇 청소기, 무인 주문기 등 여러 기술이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인공지능 로봇은 다소 낯설고 먼 존재로 느껴진다.
경기도서관 지하 1층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특별한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책장을 넘기는 대신 로봇과 바둑을 하는 색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도서관 AI와 바둑 한판!' 코너다. 바둑판 앞에는 어린아이와 AI 바둑 로봇이 마주 앉았다. 아이가 바둑돌을 놓을 때마다 로봇은 돌을 들어 흐트러짐이 없이 바둑판에 놓는다. 순식간에 상대 수를 분석하고 협공을 한다. 어린아이도 로봇의 움직임을 유심히 바라보며 신중하게 응수했다. 진지한 승부를 펼치고 있는 모습에 구경꾼들도 말이 없다. 10년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풍경이 연상된다. 바로 옆에서는 텔레비전 등에서 보던 귀여운 강아지 모습의 로봇이 있다. 이른바 먹구네 집에 있는 '댕댕로봇'이다. 로봇은 네 발로 걸으며 이용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린아이들은 로봇을 따라다니며 명령을 했고, 어르신들은 신기한 듯 사진을 찍으며 관심을 보였다. 사람들 곁을 천천히 이동하며 친근하게 다가서는 로봇은 마치 도서관의 새로운 안내원 같았다. '도서관 AI와 바둑 한판!' 코너. 어린아이와 AI 바둑 로봇이 대국을 하고 있다. 경기도서관 지하 1층은 아예 AI 놀이터로 변신했다. AI 스쿨에서는 성인들이 AI 생성형 이미지 도구로 원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공부를 하고 있었다. AI Studio는 일반적인 컴퓨터실과는 달리 최신 생성형 AI를 활용해 영상, 이미지, 문서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ChatGPT, Gemini, Claude, Imagen, Runway 등 최신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고가의 유료 AI 서비스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어 학생과 창작자,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글쓰기와 번역은 물론 이미지 생성, 영상 제작, 아이디어 기획까지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 AI Studio 체험객은 "VR 게임용 헤드셋을 쓰고 가상 현실 속에서 게임을 했는데, 몰입도가 높다. 여기서 미래 기술을 직접 활용해 볼 수 있는데, 이제 도서관도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AI Studio 주변에는 AI 독서토론실과 책공방 등 창의 활동 공간도 함께 조성돼 있다. AI 독서토론실에서는 이용자가 책에 관한 생각을 인공지능과 나누며 토론할 수 있고, 책공방에서는 직접 책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경험도 가능하다. 전시장과 책을 읽는 공간이 그리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경기도서관 지하 1층은 조용히 책을 읽는 도서관 모습이 아니었다. 주말 오후를 맞아 인공지능[AI]을 체험하는 시민들과 달리 미술 전시회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천지수(38·여) 작가 초대전 '마지네일리아-틈새의 상상'은 책을 읽고 난 감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독후화(讀後畵)' 전시였다. 전시명 '마지네일리아(Marginalia)'는 중세 시대부터 서구에서 책의 여백에 기록된 메모나 주석, 삽화 등을 뜻한다. 이번 전시는 인쇄된 글자 사이와 종이 여백에 존재하는 무한한 '틈'에 주목해, 경기도서관이라는 거대한 '책의 집'에서 틈새의 상상력을 펼쳐 보이기 위해 기획됐다고 한다. AI Studio는 최신 생성형 AI를 활용해 영상, 이미지, 문서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사실 책을 읽다 보면 누구나 문장 사이에서 잠시 생각이 멈추는 순간이 있다. 이야기 속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하고, 글로 표현되지 않은 여백을 상상으로 채우기도 한다. 관람객들은 그림을 감상하면서 자신이 만났던 한 권의 책을 떠올릴 것이다. 그때 그 순간 "나는 이야기 속 상상력을 어떤 색과 선으로 펼치게 될까."라는 질문에 빠지며 새로운 독서의 즐거움을 기대하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는 작품 감상의 여운을 이어가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비치된 책을 천천히 넘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누군가는 방금 본 작품의 의미를 되새기듯 책장을 천천히 넘겼고, 누군가는 마음에 드는 구절 앞에서 한참 시선이 머물렀는지 명상을 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난 감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독후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하 1층은 공간 사이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는다. 전시장과 책을 읽는 공간이 그리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조금 소란한 곳도 있었지만, 서로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도서관도, 단순한 미술관도 아니었다. 책과 예술, 놀이와 기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특별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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