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달문화센터 야와마당서 펼쳐진 수울 퓨전국악밴드 공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 13일 주말 오후, 수원 팔달문화센터 야외무대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특별한 울림이 퍼져 나갔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수원예총 오현규 회장은 "더 높은 책임감으로 수원시민들이 수원 예술인의 존재 이유를 다시 인식하고, 공연 활성화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60년을 향해서도 힘차게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봄부터 이어지고 있는 청년예술가 지원사업 상설 버스킹 무대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퓨전국악밴드 '수울'은 판소리와 서양 악기로 구성된 밴드 사운드를 결합한 다채로운 무대로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여름날의 추억을 선사했다.
무대에는 깊이 있는 가창력이 인상적인 보컬 정윤서를 비롯해 밴드의 리더이자 피아노를 맡은 김다인, 기타 박진영, 베이스 박오성, 드럼 이기은이 참여해 각자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날 일정상 함께하지 못한 보컬 박지수와 퍼커션 박노훈 역시 수울의 정식 멤버다.

아이들을 대동한 가족관객이 많다
오후 4시 30분. 아직 한낮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시간이었다. 고즈넉한 한옥으로 둘러싸인 팔달문화센터 야외마당에는 60여 명의 관객이 모여들었고, 청량한 국악 선율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찾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판소리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된 우리 전통예술이다. 원래는 12마당이 전승되었으나 현재는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 흥보가 등 다섯 마당이 전해지고 있다.
공연의 문을 연 첫 곡은 판소리 적벽가의 한 대목인 '적벽강 불이야'였다. 수울은 이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강렬한 밴드 사운드와 결합했다. 북소리와 드럼 비트가 어우러진 무대는 마치 전쟁터를 질주하는 듯한 긴장감과 박진감을 선사했고, 객석을 순식간에 뜨거운 열기로 채우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진 '에헤야'는 관객 참여형 무대로 꾸며졌다. 흥겨운 리듬과 반복되는 후렴구는 자연스럽게 박수와 손짓을 이끌어냈고, 관객들은 국악 특유의 추임새를 더하며 무대와 하나가 됐다. "사람들의 가슴 속엔 이 노래가 있다"는 가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공동체의 정서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수궁가를 바탕으로 한 '난감하네'는 공연의 백미 중 하나였다.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를 찾아 나서는 별주부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낸 곡으로, 익살스러운 가사와 경쾌한 리듬이 어우러져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전통 설화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며 판소리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전달한 무대였다.

결이 고운 선을 느끼게 하는공연에 나선 박하은 무용수의 춤사위
공연 중반에는 무용수 박하은이 함께한 '사랑가' 무대가 펼쳐졌다. 춘향가의 대표 대목인 사랑가는 부드러운 선율과 우아한 한국무용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사랑에 빠진 춘향과 이몽룡의 설렘이 섬세한 몸짓과 소리로 표현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반면 '쑥대머리'는 전혀 다른 감정선을 보여주었다. 옥중에 갇힌 춘향이 이몽룡을 그리워하는 절절한 심정을 담은 이 곡은 애절한 창법과 서정적인 울림으로 객석을 깊은 감성에 빠져들게 했다. 특히 수울만의 감각으로 편곡된 무대는 전통 판소리의 한(恨)을 현대적인 사운드 속에서도 고스란히 살려내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어 등장한 '어사출두'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 충분했다.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춘향을 구하러 돌아오는 장면을 신명 나는 리듬으로 풀어낸 이 곡은 관객들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만들었다. 통쾌함과 해방감이 가득한 무
대는 판소리가 지닌 극적인 매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이어진 '매화타령'은 겨울 추위를 견디고 피어나는 매화처럼 삶의 고난을 이겨내는 강인함을 노래했다. 잔잔하면서도 힘 있는 메시지가 관객들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배 띄워라'에서는 다시금 흥겨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인생을 강물 위에 띄운 배에 비유하며 흐름에 몸을 맡기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힘찬 리듬과 시원한 가창은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마지막 정규 무대는 '아름다운 나라'였다. 우리 산하의 풍경과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이 곡은 웅장하면서도 따뜻한 감동을 선사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노랫말은 공연을 함께한 관객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으며 진한 울림을 남겼다.
관객들의 뜨거운 앵콜 요청에 화답해 선보인 마지막 곡은 '막걸리 한 잔'이었다. 부모 세대에 대한 그리움과 인생에 대한 성찰,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담은 이 노래는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구수한 가락과 해학적인 정서, 삶의 용기를 전하는 진솔한 가사가 어우러진 무대에 곳곳에서 공감의 미소가 번졌다. 공연장은 어느새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가족 축제 같은 분위기로 물들었다.

공연후 포즈를 취한 수울 밴드
공연이 끝난 뒤 관객 인터뷰도 이어졌다. 용인 소재 군부대에서 주말 외출을 나왔다는 한 장병은 "어머니와 함께 공연을 보러 왔는데, 멋스러운 한옥을 배경으로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국악 한마당이 무척 신명 났다"며 "국악이 생각보다 훨씬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온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수울은 단순히 국악을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판소리 다섯 마당에 대한 설명과 퀴즈를 진행하며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고, 전통문화를 쉽고 친근하게 소개했다. 서양 악기와 판소리, 한국무용이 어우러진 무대는 국악이 결코 과거에 머무는 예술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문화예술임을 보여주었다. 필자 역시 과거 타 지역 문화원에서 서도입창을 배운 경험이 있어 국악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날 공연은 전통의 매력과 현대적 감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무더운 날씨에도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마지막까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퓨전국악밴드 수울이 들려준 한 시간 남짓의 무대는 전통의 깊이와 현대의 감각이 만나 만들어낸 아름다운 하모니였으며, 국악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7월 25일에도 공연이 예정돼 있다
한편 팔달문화센터 관계자는 "다음 달인 7월 25일 오후 5시에도 수울 밴드 공연이 예정돼 있다"며 "이번 공연을 놓친 시민들도 많이 찾아와 함께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