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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 송이에 담긴 삶의 이야기
국립농업박물관 특별전 '손끝에서 핀 나날의 꽃' 10월 5일까지 개최
2026-06-18 11:16:47최종 업데이트 : 2026-06-18 11:16:45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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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
꽃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다. 사람들은 들과 산에 핀 꽃을 정원과 화단에 옮겨 심고, 집 안에서도 화분을 가꾸며 꽃과 함께 생활해 왔다. 꽃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할 뿐 아니라 열매를 맺어 먹거리를 제공하고, 약재로 활용되며, 마음을 위로하는 존재로도 곁에 머물러 왔다.
전시의 첫 번째 공간은 자연 속 꽃이 사람들의 삶 가까이로 들어오게 된 과정을 소개한다. 들판과 산야에 피어 있던 꽃들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쳐 정원과 뜰로 옮겨졌다. 꽃을 가까이 두고 가꾸는 문화는 매우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전시장에는 궁궐에서 꽃과 과실을 체계적으로 재배하고 관리했던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다. 궁궐에서 꽃과 과일 재배를 기록한 경국대전
특히 『경국대전(經國大典)』에는 궁중의 중요한 행사와 제례에 사용하기 위해 꽃과 과실을 재배했던 내용이 기록돼 있다. 고려시대에는 『내원서(內苑署)』를 두었고, 조선시대에는 『장원서(掌苑署)』를 설치해 꽃과 과실을 관리했다. 꽃이 단순한 관상용 식물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관리할 만큼 중요한 존재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시를 둘러보며 꽃을 가꾸는 일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뜰과 정원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신을 수양하는 공간이었다. 매화와 국화, 연꽃, 소나무, 대나무 등을 심으며 지조와 절개, 군자의 덕목을 기르고자 했다. 궁궐에서 꽃과 과실 재배를 기록한 『경국대전』 관련 전시물은 당시 사람들에게 꽃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눈길을 끈다.
괴석과 꽃 새문양 항아리 전시장에는 괴석과 꽃, 새 문양이 장식된 항아리를 비롯해 다양한 생활 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선조들은 꽃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즐기는 동시에 꽃이 가진 상징적 의미도 함께 담아냈다. 꽃은 선비들에게 학문과 명예, 입신양명의 상징이었다. 사랑채에는 책과 문방구, 도자기, 꽃 등을 함께 그린 책가도 병풍을 두어 학문에 대한 뜻을 드러냈다. 또한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한 선비에게 임금이 내려준 어사화는 최고의 영광과 명예를 상징했다. 꽃과 새를 그린 동물 병풍 전시장에 전시된 책가도 병풍은 당시 선비들의 이상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끈다. 여성들이 생활하던 안채에도 꽃은 중요한 장식 소재였다. 병풍과 장롱, 반닫이, 함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꽃무늬가 새겨졌다. 모란은 부귀를, 매화는 절개를, 국화는 장수를 상징하며 사람들의 소망을 담아냈다. 꽃은 식문화에도 활용됐다. 음식 도구와 그릇에 꽃무늬를 새겨 아름다움을 더했으며, 명절이나 제사 때에는 꽃 모양 틀로 절편과 다식을 만들어 올렸다. 음식에도 꽃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담아낸 것이다. 또한 꽃은 오랫동안 약재로도 사용돼 왔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홍매화와 매화, 국화, 유채꽃 등 다양한 꽃이 약재로 기록돼 있다. 특히 전시장 한편에는 버튼을 누르면 화면을 통해 68종의 꽃과 약용 효능을 확인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 관람객들이 흥미롭게 참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난초는 독소 해독과 노폐물 배출,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기록돼 있으며, 봉선화는 외상 치료와 피부 회복에 사용된 것으로 소개된다. 꽃이 단순히 아름다운 존재를 넘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약재 역할도 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꽃의 약재 효능을 살펴보는 관람객
민화에 그려진 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복과 부귀,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상징이었다. 꽃과 함께 그려진 나비와 벌, 잠자리, 새 등은 생명의 순환과 풍요를 의미했다. 전시장에 전시된 꽃과 오리, 새가 그려진 민화 병풍은 화려한 색채와 생동감 있는 표현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조들은 민화를 가까이 두고 보며 행복과 풍요를 기원했고, 재앙을 물리치고자 하는 소망도 담아냈다. 꽃 한 송이에도 사람들의 바람과 꿈, 그리고 삶의 철학이 담겨 있었음을 알 수 있는 공간이다.
최근에는 반려식물을 키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꽃과 식물을 가까이 두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시대는 변했지만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꽃이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역사, 문화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꽃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물론 선조들의 생활문화와 가치관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전시다. ![]()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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