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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반도체 연구실에서 피어난 뜨거운 예술의 꽃… 임가현 개인전 ‘피어나는 순간들’
화려한 색채로 일상에 던지는 열정과 위로의 메시지, 갤러리 윤슬에서 7월 4일까지
2026-07-01 11:01:47최종 업데이트 : 2026-07-01 11:01:43 작성자 : 시민기자   강영아

임가현 개인전 피어나는 순간들 포스터

임가현 개인전 '피어나는 순간들' 포스터


세계 굴지의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연구원, 그리고 캔버스 위에 화려한 색채를 수놓는 그림작가.
언뜻 보면 기름과 물처럼 절대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두 세계가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극적으로 만났다. 차가운 이성과 최첨단 기술이 지배하는 반도체 연구실을 나와, 뜨거운 감성과 예술의 꽃을 피워내는 직장인 임가현 작가의 이야기다. 기술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그녀가 캔버스 위에 새겨놓은 열정과 위로의 흔적들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을까.
 

6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에 위치한 경기도교육청 평생학습관 갤러리 윤슬에서 임가현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피어나는 순간들(In the Moment of Bloom)'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오랜 시간 그려온 회화 작품 총 26점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전시장은 단순히 그림을 보여주는 공간을 넘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빛을 잃지 않고 꿈을 길어 올린 한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이웃의 고백록과도 같다.

 

전시실 바닥위로 조명과 화사한 꽃그림들이 비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시실 바닥위로 조명과 화사한 꽃그림들이 비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차가운 기술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임 작가. 주변 사람들은 대개 공대 출신의 반도체 연구원이라는 이력 때문에 예술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학창 시절 학업을 위해 잠시 내려놓아야 했던 그림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열정이 다시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민 것은 지난 2018년, 아이를 출산하며 맞이한 육아휴직 시기였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정신없고 고단해야 할 육아의 틈바구니 속에서 예술적 영감이 다시 깨어난 것이다. 친정 부모님이 흔쾌히 아이를 돌봐주며 선물처럼 찾아온 여유 시간, 임 작가는 먼지가 쌓여있던 붓을 다시 잡았다.
 

전시장 벽면에 나란히 걸린 추상화, 정물화 등은 작가의 넓은 예술적 스펙트럼을 증명한다

전시장 벽면에 나란히 걸린 추상화, 정물화 등은 작가의 넓은 예술적 스펙트럼을 증명한다


복직 후에도 퇴근 후와 주말의 자투리 시간을 쪼개어 하루 3~4시간씩 그림에 완전히 몰두했다. 회사 일과 육아로 몸은 녹초가 되기 일쑤였지만, 캔버스 앞에 앉아 붓을 움직이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소음이 소거되는 온전한 '힐링'과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었다. 일상의 잡념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고 내면의 에너지가 가득 충전되는 이 마법 같은 경험이 그녀를 계속 캔버스 앞으로 이끌었다.

 

임가현 작가의 작품들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고 밀도 높은 색채감에 압도된다. 과감하고 짙은 유채의 매력이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데, 이는 원래 화려하고 선명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작가의 태생적 성향과 내면의 에너지가 투영된 결과물이다. 이번 전시의 주요 작들을 살펴보면 그녀가 추구하는 예술적 지향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심연 속의 꽃- 임가현 作

심연 속의 꽃- 임가현


'심연 속의 꽃'

짙고 깊은 어둠 속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생명의 에너지를 강렬한 선홍빛 붉은색으로 표현해 낸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칠흑 같은 배경과 대비를 이루며 터져 나오는 붉은 꽃잎들은, 마치 차가운 현실의 벽을 뚫고 피어나는 작가 내면의 뜨거운 열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나의 뒷 모습-임가현 作

나의 뒷 모습-임가현 作


'나의 뒷모습'

여인의 뒷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자화상과도 같다. 여인의 등을 감싸고 흐르는 다채로운 색채의 향연은 그동안 지나온 시간의 궤적과 감정의 흔적들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서술한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온전한 빛으로 당당하게 걸어가겠다는 주체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이 묵직한 울림을 준다.
 

숲의 숨결-임가현 作

숲의 숨결-임가현 作


'숲의 숨결'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자작나무와 그 아래 피어난 붉은 꽃들이 완벽한 시각적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싱그러운 푸른빛의 스펙트럼과 화사함 속에서 고요하게 일렁이는 숲의 숨결을 느끼다 보면,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이 이내 평온해지는 위로를 경험하게 된다.

 

한 관람객이 작가의 섬세하고 강렬한 터치가 담긴 풍경 작품을 조용히 응시하며 사색에 잠겨있다

한 관람객이 작가의 섬세하고 강렬한 터치가 담긴 풍경 작품을 조용히 응시하며 사색에 잠겨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매번 시간을 내어주고 아이를 돌봐주신 부모님, 그리고 어제 전시장 작품 설치까지 도맡아 해준 남편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본업이 따로 있기에 그룹전조차 참여하기 버거웠던 임 작가가 이처럼 당당히 단독 개인전을 열 수 있었던 바탕에는 가족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있었다. 전시 전날, 4시간이 넘도록 갤러리의 까다로운 조명 각도를 맞추고 수평을 재며 액자를 걸어준 남편, 그리고 주말마다 작가가 온전히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육아를 도맡아 준 부모님이 없었다면 이 아름다운 결실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임가현 작가가 자신의 작품앞에서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임가현 작가가 자신의 작품앞에서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수줍어 지인들에게만 소박하게 보여주려 했던 전시였지만, 이웃들의 따뜻한 칭찬과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면서 임 작가는 이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그녀의 시선은 이미 더 먼 미래를 향하고 있다. 훗날에는 한쪽에서는 그림을 감상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카페처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수줍게 고백한다.

 

도서관이나 거리를 지나던 평범한 이들이 문득 찾아와, 자신이 그려낸 정렬적인 색채를 보고 다시금 살아갈 에너지를 얻고 치유 받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바로 반도체 연구원 임가현이 매일 밤 차가운 이성을 내려놓고 캔버스 위에 끊임없이 뜨거운 꽃을 피워내는 진짜 이유일 것이다.
 

<전시 정보>

○ 전시명 : 임가현 개인전 '피어나는 순간들(In the Moment of Bloom)'

○ 전시 기간 : 2026. 6. 30.(화) ~ 7. 4.(토)

○ 전시 장소 : 경기도교육청 평생학습관 갤러리 윤슬 (수원시 권선구 권중로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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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평생학습관 갤러리 윤슬,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임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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