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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도 아이의 말입니다'… 팔달구보건소에서 열린 감정 코칭 특강
김영숙 상담학 박사, 예비·임신·출산가정에 전한 부모와 아이의 따뜻한 소통법
2026-07-02 15:50:44최종 업데이트 : 2026-07-02 15:50:39 작성자 : 시민기자   길선진

아이를 품에 안고 참석한 부모를 비롯한 수원시민들이 감정 코칭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참석한 부모를 비롯한 수원시민들이 감정 코칭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김영숙 상담학 박사, 예비·임신·출산가정에 전한 부모와 아이의 따뜻한 소통법
햇살이 유난히 강하게 내리쬐던 초여름의 오후, 수원시 팔달구보건소 3층 대강당은 다정한 활기로 가득 찼다.
임산부 배지를 단 예비 엄마,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품에 안은 부모, 유모차를 조심스레 밀고 들어오는 가족들이 하나둘 강당으로 모여들었다. 특히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연차를 내고 참석한 아빠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많았다. 서툴지만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기꺼이 배우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이 강의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언어, 감정 코칭' 특강 홍보물. (출처 : 팔달구보건소)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언어, 감정 코칭' 특강 홍보물. (출처 : 팔달구보건소)

 

지난 6월 29일 오후 2시부터 팔달구보건소에서는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언어, 감정 코칭'이라는 주제로 특별한 강의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팔달구보건소와 권선구보건소 건강관리과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경기도권역 난임·임산부 심리상담센터가 협력하여 마련한 자리였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예비·신혼부부 및 임신·출산가정을 대상으로 한 이번 특강은 부모와 아이가 정서적으로 깊이 교감하는 방법을 안내하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강단에는 김영숙 상담학 박사가 올랐다.
 

감정의 언어를 넓히는 첫걸음,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김영숙 박사는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오늘 여러분의 기분을 날씨로 한 번 표현해 보자"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긴장했던 부모들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고, 누군가는 "햇님 같이 맑고 따뜻한 기분"라고 답했으며, 누군가는 "여유로운 하루"라며 마음을 털어놓았다.


김영숙 상담학 박사가 참석자들에게 '오늘 나의 기분은?'이라는 질문으로 감정 코칭 강의를 시작하고 있다.

김영숙 상담학 박사가 참석자들에게 '오늘 나의 기분은?'이라는 질문으로 감정 코칭 강의를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감정을 물어보면 '좋아요, 별로예요, 잘 모르겠어요'처럼 아주 단조로운 몇 가지 단어로만 뭉뚱그려 표현하곤 합니다. 하지만 감정 코칭의 첫출발은 부모 스스로 내면의 감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그 감정에 맞는 다양한 언어를 찾아 넓혀가는 데서 시작됩니다."

 

강사는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섬세하게 인식할 줄 알아야 아이의 복잡한 감정선도 놓치지 않고 읽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몇 번이나 말해야 돼', '네가 형이잖아' 등 일상 속 훈육 언어를 돌아보며, 감정 코칭에서 피해야 할 말들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몇 번이나 말해야 돼', '네가 형이잖아' 등 일상 속 훈육 언어를 돌아보며, 감정 코칭에서 피해야 할 말들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모든 감정은 옳다, 단 표현은 안전하게"
이날 강의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묵직했다. "모든 감정은 좋은 것이다. 다만 나도 다치지 않고, 타인도 다치지 않아야 한다." 강사는 자연 생태계의 비유를 들어 이를 설명했다. 거센 태풍과 비바람이 불어닥칠 때는 두렵고 위험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대기를 순환시키고 바다를 정화하여 생태계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감정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분노, 짜증, 슬픔, 억울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 역시 무조건 억누르거나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며, 마음의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다.
 

문제는 감정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다.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면 결국 엉뚱한 곳에서 폭발하게 된다. 따라서 감정을 안전하게 알아차리고,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법을 부모가 먼저 배우고 아이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강사의 설명이다.
 

특히 아이의 '울음'을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은 현장에 모인 부모들의 깊은 탄성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말문이 트이지 않은 아이에게 울음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아이가 울 때 당황해서 '뚝 그쳐!'라고 다그치기보다는, '아이고, 우리 아가 졸렸구나', '기저귀가 축축해서 불편했구나', '더 놀고 싶었는데 아쉬웠구나'처럼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여주세요."


아이는 부모가 들려주는 언어를 통해 비로소 자기 내면에 소용돌이치는 감정이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차 울음이나 떼쓰기 대신 '말'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단단한 힘을 길러가게 된다.

팔달구보건소 3층 대강당에서 예비·임신·출산가정과 수원시민들이 감정 코칭 특강을 경청하고 있다.

팔달구보건소 3층 대강당에서 예비·임신·출산가정과 수원시민들이 감정 코칭 특강을 경청하고 있다.

 

행동 이면의 '마음'을 읽어주고, 한계를 설정하라
김 박사는 아이의 겉으로 드러난 '행동'에만 몰두하지 말고, 그 행동 뒤에 숨겨진 진짜 '감정과 발달적 욕구'를 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거실에 앉아 두루마리 휴지를 산더미처럼 뽑아놓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퇴근 후 피곤한 부모는 난장판이 된 집안 꼴을 보면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화가 치밀어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아이의 시선에서 이는 장난이나 반항이 아니라, 손의 감각을 이용해 만지고, 뽑고, 탐색하며 소근육과 두뇌를 발달시키는 아주 중요한 발달 과업을 수행 중인 것이다.
 

이때 "안 돼! 하지 마!"라며 무조건 못하게 막거나 혼내는 것은 아이의 탐색 욕구를 '억압'하는 행동이다. 반면, 감정 코칭을 하는 부모는 "휴지를 뽑는 게 재미있었구나"라며 아이의 마음을 먼저 알아준 뒤, 안전한 범위를 정해주는 '한계 설정'을 한다. "하지만 이 휴지는 우리가 써야 하는 거니까 다 뽑으면 안 돼. 대신 이 방 안에서 이면지나 신문지는 마음껏 찢고 놀아도 좋아. 다 놀고 나면 엄마 아빠랑 같이 정리하자." 이처럼 아이의 마음은 전적으로 수용하되 행동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진정한 감정 코칭의 언어다.
 

이와 함께 소개된 '장미허브' 비유도 참석자들의 뇌리에 깊이 남았다. 장미허브는 가만히 눈으로 바라볼 때보다, 손으로 잎을 살짝 쓰다듬고 어루만질 때 비로소 진하고 향긋한 향기를 뿜어낸다. 강사는 우리 아이들도 장미허브와 같다고 말했다.
 

"부모가 내 아이만의 고유한 기질과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면 그것은 빛나는 강점이 되지만, 부모의 기준에 끼워 맞추려 하며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 평생 고쳐야 할 단점으로만 보이게 됩니다. 아이의 내면에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아름다운 향기를 발견하고 이끌어내는 시선, 그것이 바로 부모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수원시민들이 감정 코칭 강의를 들으며 부모의 역할을 되새기고 있다.

수원시민들이 감정 코칭 강의를 들으며 부모의 역할을 되새기고 있다.

 

실전!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 5단계
이론적인 설명에 이어, 김영숙 박사는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감정 코칭의 5단계를 다음과 같이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었다.


1단계: 아이의 감정 포착하기 (작은 감정 변화도 놓치지 않고 민감하게 알아차리기)

2단계: 좋은 기회로 여기기 (아이가 부정적 감정을 보일 때 당황하지 않고 친밀감과 가르침의 기회로 삼기)

3단계: 공감하고 수용하기 (판단이나 비판 없이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기)

4단계: 감정에 이름 붙이기 (아이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어휘를 제공하기)

5단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감정은 수용하되, 안 되는 행동에는 한계를 긋고 아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돕기)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기도 전에 성급하게 훈육이나 해결책 제시로 넘어가는 우를 범한다. 하지만 강사는 아이에게 그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무슨 일이 있었니?", "그랬구나", "정말 속상했겠구나"라며 마음을 토닥여주는 공감의 시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영숙 상담학 박사는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세 가지 습관으로 감사하는 삶, 규칙적인 운동, 선행하는 삶을 제안했다.

김영숙 상담학 박사는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세 가지 습관으로 감사하는 삶, 규칙적인 운동, 선행하는 삶을 제안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나를 돌보는 시간
아이의 감정을 코칭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 자신의 감정 조율이 선행되어야 한다. 육아 스트레스로 인해 부모의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아이의 감정을 담아낼 그릇도 좁아지기 마련이다.
 

강사는 일상 속에서 갑작스럽게 분노나 짜증이 치밀어 오를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15초 호흡법'을 실천해 볼 것을 권했다. 참석자들은 강사의 안내에 따라 두 발을 바닥에 안정적으로 딛고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짧은 호흡 명상을 다 함께 체험했다. 강당 안에는 잠시 고요하고 평온한 공기가 흘렀다. 이어 강사는 매일 밤 일상 속 작은 감사를 찾는 습관, 규칙적인 신체 운동, 그리고 타인을 향한 작은 선행이 부모의 '회복탄력성'을 높여 건강한 육아를 가능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강의 말미에 "부모가 달라지면 자녀도 반드시 달라진다"는 메시지가 스크린에 띄워졌다.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다정한 눈맞춤, 안정된 목소리의 톤, 부드러운 스킨십 등 비언어적인 표현들은 백 마디 말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아이의 정서에 스며든다. 아이의 행동을 무작정 뜯어고치려 하기 전에, 부모 자신의 내면과 시선을 먼저 돌아보자는 이번 강의는 단순한 육아 기술 전수를 넘어 육아에 지친 부모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치유의 시간이기도 했다.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언어, 감정 코칭' 특강이 열린 팔달구보건소 입구.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언어, 감정 코칭' 특강이 열린 팔달구보건소 입구.

 

지역사회가 함께 키우는 아이, 공공 돌봄의 거점 수원시
강의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QR코드로 만족도 조사에 참여하고 정성껏 준비된 소정의 기념품을 받아 들고 나섰다. 강의 전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긴장감이 감돌았던 부모들의 표정에는, 어느새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벼워진 안도감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날 팔달구보건소 대강당에서 오간 사랑의 언어들은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모아졌다. "아이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은,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통제해야 할 '문제 행동'이 아니라 내 마음을 알아달라는 '말'로 들어주는 데서 시작된다."


이번 감정 코칭 특강은 임신과 출산 이후 부모들이 겪는 심리적·정서적 변화를 지역사회가 외면하지 않고 함께 돌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남겼다. 현재 수원시보건소는 저출산 시대를 극복하고 건강한 가족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임신 전 건강관리부터 임산부 건강관리, 산후 우울증 예방,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등 생애 초기 가족을 위한 촘촘하고 다각적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부모의 감정 조율과 올바른 훈육 방법을 제시하는 심리·정서적 교육 프로그램이 더해지면서, 보건소는 단순한 의료 검사나 경제적 지원 기관을 넘어 '한 아이가 신체적·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도록 가족 전체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공공 돌봄의 핵심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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