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회가 열리는 팔달문화센터 예당마루
조선 후기, 탕평책을 통해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 실학을 발전시키며 인문학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제22대 임금 정조대왕, 그의 문학적 사유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아호가 바로 '홍재(弘齋)'다. 정조대왕이 남긴 방대한 시문집인 《홍재전서》의 정신을 이어받아, 현대인들의 메마른 감성을 적시고 새로운 문학 인재를 발굴해 온 축제가 있다.
수원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수원특례시, 수원교육지원청이 후원하는 '홍재백일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올해로 30여 년의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홍재백일장은 단순한 글짓기 대회를 넘어, 수원시 관내의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일반인까지 어우러지는 '문학의 향연'으로 자리 잡았다. 매년 수백 명의 참가자들이 펜을 들고 모이는 이 대회는 수원을 연고로 하는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문학의 등용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7월 11일, 토요일 12시 수원시립 팔달문화센터에서 홍재백일장이 열렸다. 신향순 시인의 사회로 시작된 이 행사에서 김운기 수원문인협회 회장은 "33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문학 행사에 많은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일반인이 참가해 감사드린다"며, "이를 계기로 문학을 통하여 자아가 성장하여 개인의 발전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홍재백일장에서 수고하는 문인협회 시인, 작가들
홍재백일장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수원의 역사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공간에서 개최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회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정조대왕의 역사가 깃든 장소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수원문인협회 시화전이 열렸던 수원시립 팔달문화센터로 장소를 넓히며 참가자들에게 더욱 풍성한 예술적 영감을 제공하였다. 대회 당일 현장에서 발표된 시제는 홍재백일장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었다. 그동안 '나라 사랑', '수원 사랑', '효(孝)', '수원화성'과 같이 정조의 사상과 맞닿아 있는 주제부터, '가을 아침', '우리 가족'처럼 일상 속 소중함을 돌아보게 만드는 친근한 주제들이 제시되었다.
이번에는 매미(초등 저학년부), 바다(초등 고학년부), 봉숭아(중등부), 드론(고등부), 추억(대학, 일반부)의 시제가 제시되어 열띤 경쟁을 이뤘다. 참가자들은 무더위를 피해 문화센터 강당에서 사유의 시간을 가졌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의 디지털 자판 대신, 흰 원고지 위에 필기도구로 꾹꾹 눌러쓰는 아날로그적 행위는 참가자들에게 그 자체로 특별한 치유와 쉼을 선사했다.

백일장을 진행하는 신향순 시인
홍재백일장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현장 대회로서 외연을 크게 확장했다. 우수한 필력을 가진 인재들이 뜨거운 필력을 겨루었다. 운문과 산문 두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150여 명에 이르는 참가자가 응모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순수하고 재기 발랄한 글부터, 삶의 깊은 궤적이 묻어나는 일반부의 묵직한 작품까지 다채로운 문학 세계가 원고지 위에 펼쳐졌다.

국민의례 모습
디지털 문명과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고유한 감성과 사유를 담아내는 문학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홍재백일장은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제공했다. 원순자 수원문인협회 부회장은 "사회의 급속한 기류와 국내외 정세가 다변화되고 경제가 위축될수록 사람과 사람 간의 따뜻한 인간애가 절실하다"며, "정조대왕의 인문 정신을 기리는 홍재백일장이 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인 인간 존중과 따뜻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문학의 향연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대회에 성인 부문으로 참가한 신경섭 시민은 "시민들과 청소년들이 펜 끝으로 전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위로와 용기가 된다"며, "홍재백일장이 예비 문학도들에게 더 큰 자신감과 문학적 영감을 주는 지역 문화 예술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다"는 말을 전했다. 역사와 문학, 그리고 인간 중심의 사상이 융합된 홍재백일장은 정조대왕이 꿈꾸었던 문화 르네상스의 정신은 오늘날 수원의 하늘 아래 피어나는 예비 문학인들의 글꽃을 통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백일장 참가자들
심사 위원들이 엄정하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 등을 선정된다. 초·중등부 대상은 수원교육지원청 교육장상, 대학·일반부 대상은 수원특례시장상이 수여된다. 대상 수상자들은 수원문인협회 입회 자격이 주어진다. 권위 있는 상장과 함께 그들의 소중한 글이 실린 입상 작품집이 만들어지며 평생 잊지 못할 긍지와 영광을 안겨준다. 발표는 8월 5일 수원문인협회 홈페이지(www.swmunhak.org)에 게재된다.
바닥에서도 열심히 백일장에 참가하는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