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도시의 밤, 동산을 넘은 사람들
최하민 개인전 《동산의 이방인》… 여행에서 만난 시선과 관계를 회화로 기록
2026-07-16 14:28:32최종 업데이트 : 2026-07-16 14:28:28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
|
푸른빛으로 가득한 대형 작품 앞에 선 최하민 작가. 오른쪽에는 파란 반짝이 커튼으로 만든 설치작품 〈토네이도〉가 보인다. 낯선 도시의 밤, 작은 동산을 넘으면 또 다른 불빛과 사람들이 나타난다. 최하민 작가는 친구들과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마주한 설렘과 피로,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시선을 그림으로 옮겼다. 개인전 《동산의 이방인》은 오는 7월 26일까지 수원 팔달구 전시 공간 영공에서 열린다. 성소수자로 살아온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무리 속 외로움과 자신에게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마음을 누구나 공감할 질문으로 넓힌 전시다. 이번 전시는 수원문화재단 유망예술가 지원사업에 선정돼 마련됐다. 지난해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 작가는 올해 자신이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수원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장 왼쪽 중간에 설치된 〈토네이도〉와 정면 벽에 걸린 푸른색 에스컬레이터 연작.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로 전면에 푸른색 에스컬레이터 연작이 보인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인물들이 담겼다. 왼쪽 중간에는 파란 반짝이 커튼 작품 〈토네이도〉가 공간을 가르고 있다. 〈토네이도〉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를 낯선 나라로 데려간 회오리바람을 떠올리게 한다. 커튼과 그 주변에 이어지는 푸른 그림은 낯선 도시의 밤으로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작업은 지난해 겨울 친구들과 떠난 원주 여행에서 시작됐다. 술을 마신 뒤 다음 장소로 가기 위해 작은 동산을 넘자, 유흥가의 불빛이 한꺼번에 펼쳐졌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오즈의 마법사 같아. 오버 더 레인보우"라고 말했고, 그 장면이 작품의 씨앗이 됐다. 무지개가 펼쳐진 동산 너머를 바라보는 인물을 담은 작품이 전시된 모습. 최 작가는 "동산은 넘어야 하는 경계이면서, 그 너머에 다른 세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하는 장소"라고 설명한다. 전시 제목의 '이방인'은 동산 너머의 사람만을 뜻하지 않는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경계를 넘어가는 작가 자신도 이방인에 포함된다. 이러한 생각이 본격적으로 담긴 작품이 〈무지개 동산〉이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 이야기도 작품에 겹친다. 작가는 실제 친구들을 모델로 삼아, 각자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등장인물의 결핍과 연결했다. 허수아비는 지혜, 양철 나무꾼은 마음, 사자는 용기를 찾지만, 이야기 끝에서 이미 그것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최 작가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이미 가지고 있으면서 스스로 모르고 있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푸른빛 속에 많은 인물이 밀집해 있는 대형 작품과 주변 전시장 전경. 전시장 안쪽의 대형 작품에는 푸른빛 속에 많은 남성이 빽빽하게 모여 있다. 몸은 가까이 붙어 있지만 표정은 밝지 않다. 화면 곳곳의 노랑과 초록은 어두운 공간에서 잠시 스치는 감정처럼 보인다. 작가는 즐거운 장소에서도 갑자기 찾아오는 외로움과 긴장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품은 퀴어(성소수자) 공동체 경험과 그 안에서 오가는 시선을 다룬다. 처음 본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호기심과 기대뿐 아니라 경계와 피로도 섞여 있다. 성소수자의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을 보편적인 감정으로 확장한 이유를 설명하는 최하민 작가. 그러나 작가는 이 감정을 특정한 사람들만의 것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제가 다른 경험을 하고 있더라도, 그 감정 자체는 다른 사람들이 겪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설명처럼, 가까이 있으면서도 외롭고 자신만 부족한 것 같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푸른색 에스컬레이터 연작 앞에서 작품의 구성과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최하민 작가. 이번 전시에서는 익숙한 유화 대신 아크릴 과슈와 오일파스텔을 사용했다. 붓으로 문지르고 손가락으로 색을 번지게 하며 얼굴과 몸에 남은 감각을 화면에 겹쳐 쌓았다고 한다. 수원문화재단의 지원을 계기로 작업실에서 제작할 수 있는 최대 크기에 가까운 작품에도 처음 도전했다. 일부 작품은 천을 틀에 씌우지 않고 각목에 고정해 재료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전시의 뜻을 모두 알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 화면과 캔버스 옆면에 숨은 무지개색, 인물 사이의 거리, 서로 엇갈리는 시선을 천천히 따라가면 각자의 경험과 닿는 장면을 찾을 수 있다. 최 작가는 "공감하지 않더라도 왜 이런 장면을 그렸을지 궁금해하며 봐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다양한 크기의 인물 작품과 푸른 군중을 그린 대형 작품이 이어지는 《동산의 이방인》 전시장. 파란 그림 사이를 걷고 나면 '나의 동산은 어디인가?', '나는 무엇이 부족하다고 믿고 있었나'라는 질문이 남는다.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관람객이 자기 경험으로 작품을 읽게 한다는 점이 《동산의 이방인》을 직접 볼 이유다. 최하민 개인전 《동산의 이방인》 전시 포스터. [전시 정보] ○ 전시명 : 《최하민 : 동산의 이방인》 (Choi Hamin: Strangers by the Hill) ○ 기간 : 2026년 7월 11일(토) ~ 7월 26일(일) ○ 장소 : 영공 (수원시 팔달구 세지로421번길 37-1, 2층) ○ 관람 시간 : 수요일~일요일 14:00~20:00 (월·화 휴관) ○ 연계 행사 : 7월 24일(금) 19:30, 김천재 패널·최하민 작가 토크 프로그램 ○ 지원 : 수원문화재단 유망예술가 지원사업 (후원: 수원특례시·수원문화재단) ![]()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