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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어 멈췄다가, 품고 있는 모습에 다시 보다
수원시립미술관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개막…기이한 생명체가 건넨 돌봄과 공존의 질문
2026-07-24 11:01:37최종 업데이트 : 2026-07-24 11:03:38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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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유대하다' 전시장. 왼쪽 인물은 낯선 생명체를 안고 서 있고, 오른쪽의 털 많은 생명체도 어린 존재를 품고 있다. 뒤편에서는 관람객들이 작품 설명을 살펴보고 있다. 전시장 안쪽에 사람인지 동물인지 한눈에 구분하기 어려운 생명체가 앉아 있다. 주름진 피부와 붉은 머리카락, 사람을 닮은 눈과 손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낯선 외형 때문에 발걸음이 멈추지만, 품에 안긴 어린 생명체를 바라보다 보면 불편함보다 돌봄의 모습이 먼저 보이기 시작한다.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이 열린 수원시립미술관 2전시실 전경. 연노랑 전시 벽을 중심으로 회화와 조각, 영상 작품이 펼쳐져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7월 23일 행궁 본관에서 국제전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을 개막했다. 전시는 11월 1일까지 2·3·4·5전시실에서 이어진다. 조각과 회화, 사진, 영상, 설치, 작업 자료 등 56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한 관람객이 노란 전시대 위에 놓인 밝은 색의 유광 조각을 살펴보고 있다. 벽면의 열린 공간 너머로 인물형 조각들이 이어진다. 전시장 입구는 밝은 연노랑으로 꾸며졌다. 벽면의 전시 제목을 지나면 둥글고 매끈한 색채의 조각과 회화가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밝은색 때문에 가볍게 다가가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생명공학과 인공 생명, 인간이 만든 존재에 관한 질문이 작품 안에 숨어 있다. 피치니니는 실리콘과 유리섬유, 머리카락 등을 사용해 실제 피부처럼 보이는 조각을 만든다. 피부의 얼룩과 잔주름, 손톱과 체모까지 자세히 표현돼 작품 곁을 지나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모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금방 눈을 뜨거나 몸을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시는 '깨어나다', '조우하다', '유대하다', '흔적들'이라는 네 흐름으로 구성됐다. 안내문은 기술과 자연의 경계에서 태어난 생명, 인간과 낯선 존재의 만남, 함께 살아가는 관계로 전시가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 전시장에서는 정해진 설명보다 작품 앞에서 생기는 감정의 변화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패트리샤 피치니니의 〈신생가족〉. 인간과 돼지의 특징이 뒤섞인 어미가 누운 채 여러 새끼를 돌보고 있다. 현장에서 가장 오래 시선이 머문 작품은 〈신생가족〉이었다. 돼지와 인간의 특징을 함께 지닌 어미가 누운 채 여러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얼굴은 낯설지만, 새끼를 바라보는 눈빛과 지친 듯한 자세는 익숙하다. 관람객들도 작품 주변을 천천히 돌며 얼굴과 손, 새끼들의 모습을 가까이 들여다봤다. 이 작품은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인간이 만든 생명체를 가정한다. 그러나 전시장에 놓인 존재는 의료 자원이라기보다 새끼들을 돌보는 어미에 가까워 보였다. 인간이 필요에 따라 생명을 만들었다면 그 뒤의 삶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했다. 왼쪽에는 유아용 의자에 몸을 누인 〈버려진 아이〉가 놓여 있고, 오른쪽 침대 위에서는 〈연인〉의 두 존재가 서로 몸을 맞대고 있다. 〈버려진 아이〉는 작은 유아용 의자에 혼자 놓여 있다. 몸은 의자보다 크게 자랐지만 보호해 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외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품 앞에서는 기괴하다는 말보다 안쓰럽다는 반응이 먼저 나왔다. 침대 위에 두 존재가 서로 몸을 맞댄 〈연인〉도 눈길을 끌었다. 세상과 떨어진 듯한 공간이지만 둘은 서로의 몸을 껴안고 있다. 사람과 닮았지만, 사람이 아닌 이들에게도 사랑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장면으로 읽혔다. 개막일 수원시립미술관을 찾은 한 관람객이 전시장 벽면의 회화 작품을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있다. 수원시 영통구에서 아내와 함께 온 김강인 씨는 평소 수원보다 서울 전시장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그는 "큰 기대를 하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작품 규모가 크고 평소 쉽게 보기 어려운 작품이 많아 만족스럽다"라며 "교과서나 인터넷에서 익숙하게 보던 작품을 실제로 보는 재미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수원에서 이 정도 규모의 국제전이 열린 점도 반겼다. 그는 "미디어센터나 영화관 등 수원의 문화 시설은 수도권 다른 도시와 비교해도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런 전시가 지역에서 계속 열렸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장안구에서 친구와 함께 방문한 안소영 씨는 인스타그램에 노출된 배너 광고를 보고 전시장을 찾았다. 안 씨는 "광고에서 본 분위기가 평소 보고 싶었던 작품과 비슷해 궁금했다"라며 "직접 보니 신기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립미술관에서 부담이 크지 않은 관람료로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라며 "수원에서도 이런 수준의 전시를 만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4부 '흔적들'에서 한 관람객이 패트리샤 피치니니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있다. 앞쪽에는 전시 자료를 살펴보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마지막 5전시실에는 작가의 인터뷰 영상과 작업 자료, 관람객 활동 공간이 마련됐다. 앞선 전시실에서 낯선 존재를 바라봤다면 이곳에서는 자신이 느낀 불편함과 연민, 돌봄에 관한 생각을 잠시 정리할 수 있다. 다른 관람객이 남긴 글을 읽는 모습도 보였다. 전시장을 나설 때까지 작품의 낯선 생김새는 쉽게 잊히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 마주했을 때와 마지막에 떠올리는 모습은 조금 달랐다. 기이한 존재보다 서로를 안고 기대던 자세가 더 오래 남았다. 전시는 우리가 누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낯선 생명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를 조용히 묻고 있었다. 국제전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이 열리고 있는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 전경. 2026 국제전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 기간 : 2026년 7월 23일(목) ~ 11월 1일(일) ○ 시간 - 하절기(3월~10월) 10:00~19:00 - 동절기(11월~2월) 10:00~18:00 -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 매주 월요일 휴관(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다음 날 휴관) ○ 부문 : 국제전·기획전 ○ 장르 : 복합(조각, 회화, 사진, 영상, 설치, 아카이브 등) ○ 작가 : 패트리샤 피치니니(Patricia Piccinini) ○ 구성 : 2002년부터 2025년까지 제작한 작품 56점 ○ 전시 구성 : 1부 '깨어나다', 2부 '조우하다', 3부 '유대하다', 4부 '흔적들' ○ 해설 : 전시 해설과 연계 프로그램 일정은 수원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 ○ 대상 : 전체 관람 ○ 예약 : 자유 관람(20명 이상 단체는 사전 예약) ○ 요금 : 성인 4,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 단, 수원 시민 25% 할인,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무료 관람 ○ 장소 :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 제2·3·4·5전시실(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3) ○ 주최 : 수원시립미술관 ○ 후원 : 주한호주대사관 ○ 주차 : 수원시립미술관 주차장 이용 가능(유료) ○ 홈페이지 : https://suma.suwon.go.kr ○ 문의 : 031-5191-3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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