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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존재를 마주한 순간, 돌봄은 시작된다
수원시립미술관 아티스트 토크에서 패트리샤 피치니니가 전한 '킨쉽(kinship)'의 의미
2026-07-26 19:23:46최종 업데이트 : 2026-07-26 19:23:44 작성자 : 시민기자   양수경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아티스트

지난 25일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아티스트 토크.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패트리샤 피치니니. 


지난 7월 25일(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수원시립미술관 5전시실에서는 국제전 《패트리샤: 킨쉽(Kinship)》과 연계한 아티스트 토크가 열렸다. 사전 예약을 통해 참가한 약 50명의 관람객이 객석을 채운 가운데 행사는 영어와 한국어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약 두 시간 동안 이어진 프로그램은 전반부 한 시간 동안 아티스트가 직접 자신의 작품 세계와 예술 철학을 소개하고, 후반부 한 시간은 '작가와의 대화'를 주제로 고원석(라인문화재단 디렉터) 모더레이터가 질문하고 아티스트가 답하는 형식으로 이어졌다. 

패트리샤 피치니니는 실리콘과 유리섬유, 실제 사람의 머리카락 등을 활용한 극사실적 조각을 중심으로 사진과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해 왔다. 그의 작품은 인간과 동물, 자연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며, 생명공학 기술이 일상이 된 오늘날 인간이 자연과 타자, 그리고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생명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질문한다. 

강연에서 아티스트는 자신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로 '돌봄(Care)'을 제시했다. "돌봄은 제 작업의 중심입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돌봄을 주제로 작업해 왔습니다. 『더 케어 매니페스토(The Care Manifesto)』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아티스트는 발표를 이어갔다. 이어 그는 "인간과 자연은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연결돼 있으며, 돌봄은 그 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후반부 '작가와의 대화'에서는 작품에 담긴 의미와 제작 과정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대표작 <신생가족>에 대해 피치니니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새로운 생명이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그 생명에게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시 제목인 '킨쉽(Kinship)'에 대해서는 "친족이라는 개념을 인간에게만 한정하지 않고 다른 생명체까지 확장하고 싶었다"며 "가족이란 결국 서로를 돌보고 책임지는 관계"라고 말했다. 
 
패트리샤 피치니니 도록들

패트리샤 피치니니 도록들


작품 제작 방식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작가는 "직감적으로 작업하기보다 오랜 시간 사색하며 작품이 완성될 순간을 기다린다"고 말했고, 실제 머리카락을 사용하는 이유와 재료에 대한 질문에는 작품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며 작품 보관 시에 어떠한 헤어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하였다.

전시실 풍경

전시실 풍경


아티스트 토크가 끝난 뒤 기자는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는 2·3·4·5전시실에 걸쳐 조각과 회화, 사진, 영상, 설치, 작업 자료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밝은 색감의 전시장 안에는 사람과 동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고,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가장 많은 관람객이 머문 곳은 역시 <신생가족>이었다. 돼지와 인간의 특징을 함께 지닌 어미가 여러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작품 앞에서 관람객들은 작품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며 표정과 새끼들의 모습을 세심하게 살펴봤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던 형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생명을 돌보는 어미의 모습으로 읽히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설명을 들은 뒤 다시 둘러본 전시는 처음과는 다른 풍경으로 다가왔다. 전시는 '깨어나다', '조우하다', '유대하다', '흔적들'이라는 네 개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전시장 초입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낯선 존재와 마주하고,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그 존재들과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마지막 전시실에는 작가의 인터뷰 영상과 작업 자료, 관람객이 생각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돌봄과 공존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한다. 토크에서 들었던 '돌봄'이라는 단어는 전시장을 거닐수록 하나의 개념이 아니라 작품을 관통하는 서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상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

영상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


전시장 곳곳에서 관람객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작품 앞에 선 이들은 처음에는 낯선 외형에 놀라 잠시 발걸음을 멈췄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의 질감이나 손끝의 표현보다 서로를 안고 기대는 몸짓과 표정에 더 오래 시선을 머물렀다. 특히 아이와 함께 전시를 찾은 가족 관람객들은 작품 속 생명체를 두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왜 사람과 다르게 생겼을까", "그래도 아기를 돌보고 있네"와 같은 대화를 이어갔다. 피치니니가 말한 '킨쉽'은 혈연이라는 의미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돌보는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전시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만난 〈버려진 아이〉와 〈연인〉역시 외형보다 관계에 시선이 머물게 했다. 보호받지 못한 존재의 외로움과 서로를 의지하는 두 생명체의 모습은 '돌봄'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작품 속에서 다시 확인하게 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에서 방문한 김수진 씨는 "인터넷으로만 보던 작품을 실제로 보니 규모와 표현력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했다. 수원에 사는 안소영 씨는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왔는데 직접 보니 신기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생각보다 작품이 따뜻하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패트리샤 피치니니는 낯선 생명체를 만들어 관람객을 놀라게 하려는 작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낯섦을 통해 인간이 누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생명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질문했다. 토크에서 들었던 '돌봄'이라는 단어는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작품 곳곳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전시장을 나설 무렵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기이한 외형이 아니라 서로를 품고 기대던 존재들의 따뜻한 모습이었다. 

2026 국제전《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출처: 수원시립미술관)

2026 국제전《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출처: 수원시립미술관)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 전시기간: 2026. 7. 23.~2026. 11. 1
○ 전시장소: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
○ 주최/후원: 수원시립미술관/주한호주대사관
○ 전시문의: 031-5191-3800
○ 홈페이지: 자세히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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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아티스트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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