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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올리브 키터리지’가 건네는 삶과 연민의 철학
2026 호매실도서관 지혜학교, 해외 현대문학의 확장과 존재의 미학
2026-08-03 13:27:26최종 업데이트 : 2026-08-03 13:27:25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수업 정경

수업 정경

지난 30일 오전 호매실도서관에서는 32명의 수강생이 모인 가운데 올해의 지혜학교 대단원중 제3편의 수업이 이루어졌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함께 읽고 토론하며 다양한 문화와 시대, 가치관을 이해하는 귀중한 수업이다. 문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나아가 자신을 새롭게 발견해 보는 시간이라고도 할수 있다.


이 밀도 있는 수업은 또한 지난 2024년부터 3년째 이어지는 고급한 지혜학교로 깊이 있는 통찰과 해설로 문학을 해석하는 박미경 인천대교수가 진행을 맡고 있다.

작가소개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강의 도중 이 질문에 누군가는 행복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가족을 생각했다. 또 어떤 이는 한참 동안 답을 하지 못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1956~  ) 의  2009년 퓰리처상 수상작 '올리브 키터리지'를 함께 읽는 토론 현장. 한 권의 소설은 어느새 인생 수업이 되었고, 참가자들은 등장인물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꺼내 놓기 시작했다.
 

이날의 주인공은 거칠고 무뚝뚝한 은퇴 수학교사 '올리브'. 하지만 토론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깨달았다.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올리브 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박미경교수

박미경 교수

"노년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성장이다"

강의를 진행한 박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노년을 삶의 마침표처럼 생각하지만 『올리브 키터리지』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설명했다. 60대와 70대는 물론 90대에 이르기까지 사람은 여전히 흔들리고, 후회하고, 사랑하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삶은 나이가 들수록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욱 깊어진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독특한 연작소설이다. 전체 13장 각 장마다 주인공이 바뀌고 시선도 달라진다. 어느 장에서는 올리브가 중심에 서고, 또 다른 장에서는 이름조차 잠깐 등장하는 조연이 된다.하지만 이야기가 하나둘 이어질수록 작은 마을은 거대한 인간 지도로 완성된다.참가자들은 "한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만 봐서는 안 된다.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함께 봐야 한다"며 작품의 구조에 깊이 공감했다.
 

사람은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이날 토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단연 '연민(Compassion)'​이었다. 부모에게 상처받은 아이, 배우자의 외도를 견디는 노부부, 가족 안에서도 외로운 사람들…  소설 속 인물들은 누구 하나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한 참가자는 특히 자살을 고민하는 청년과 올리브가 마주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평소에는 까칠하고 독설을 서슴지 않는 올리브가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조심스럽고 따뜻합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판단보다 먼저라는 걸 느꼈어요" 또 다른 참가자는 "겉으로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저마다 말하지 못한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이 작품은 인간의 고독을 가장 섬세하게 포착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메인주 지도

미국의 메인주 지도

소설의 배경인 미국의 메인주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었다. 강의에서는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과 메인주의 역사, 청교도 문화가 작품 속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함께 살펴봤다. 참가자들은 "배경이 아니라 또 하나의 등장인물"이라는 설명에 깊이 공감했다. 바닷바람이 부는 작은 마을, 길고 차가운 겨울, 조용한 풍경은 등장인물들의 외로움과 침묵을 더욱 선명하게 비춰주는 장치였다.

 

강의에서는 문학 용어인 '에피파니(Epiphany)'​도 소개됐다.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 말없이 건네는 한마디, 오래된 기억 하나가 문득 삶의 의미를 바꾸는 순간. 박미경 교수는 "문학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지나쳤던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며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런 에피파니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교수의 일방적인 작품 해석이 아니라 몇 개의 조로 나뉘어 조원들끼리 각자의 느낌과 견해를 나누는 점이 돋보인다.

에피파니란?

에피파니란?

토론의 마지막, 강의실에는 두 개의 질문이 남았다.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좋은 삶을 사는 것은 같은 의미일까.

행복은 발견하는 것일까, 만들어 가는 것일까. 누구도 정답을 말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모두가 한 문장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한 사람은 없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소설 속에서 보여준 것처럼, 모든 사람은 각자의 상처와 기쁨, 후회와 사랑을 품은 한 편의 이야기다. 이날의 독서토론은 책 한 권을 읽는 시간을 넘어 사람을 이해하는 연습이었고,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인문학 여행이었다.


『올리브 키터리지』가 오랫동안 독자들의 곁을 지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9년 후속작 『올리브, 다시』도 출간됐으니 관심을 가져보길 바란다.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연민을 발견하게 만드는 힘. 어쩌면 좋은 문학은 우리에게 새로운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질문을 더 오래 품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12주간의 프로그램 목록표

12주간의 프로그램 목록표

금곡동에서 온 50대 여성 참가자는 "모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사서 공부를 하고 있다. 우선 도서관에서 교수님이 지도해 주시는 이토록 수준 높은 문학강의라니 너무 좋았다. 책이라는 것이 혼자 읽어도 좋지만 어떤 계기가 있어서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눈다는 게 너무 좋지 않은가. 프로그램의 일원이 된게 너무 탁월한 선택이었고 앞으로도 빠지지 않고 남은 여정도 즐길 생각이다"란 유쾌한 소감을 들려주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말처럼 모든 사람은 저마다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문학은   그 이야기를 이해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이날의 토론 역시 한 권의 소설을 읽는 시간을 넘어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차원 높은 인문학적 여정이었다.

 

한편 호매실도서관은 갈수록 깊이와 열기를 더해가는 다음시간엔 '디아스포라와 정체성의 경계'란 주제로 W.G. 제발트의 '이민자들'에 관한 뜨거운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인  여름은 오히려 책읽기에 좋은 계절 아닌가.  소설가 조경란이 "나는 휴가철엔 언제나 트렁크에 책 10권쯤 싣고 부푼기대도 함께 넣어 미지의 장소로 북캉스를 떠난다"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 시민들도 호매실도서관 지혜학교의 독서 열기와 함께 휴가철 마음에 드는 책 두어 권을 골라 여유로운 독서의 즐거움을 누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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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호매실도서관 지혜학교, 박미경교수, 해외 현대문학의 정수, 진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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