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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에서 스쳐 지나간 클래식, 무대에서 다시 살아나다
디어클래식 앙상블 '클래식 숏츠, 근데 60분' 개최… 디지털 시대 BGM을 라이브 음악의 감동으로 연결
2026-08-04 10:49:42최종 업데이트 : 2026-08-04 10:49:40 작성자 : 시민기자   강영아

60분의 감동을 이끌어 준 디어클래식 앙상블 연주자들:디어클래식 앙상블 사진 제공

60분의 감동을 이끌어 준 디어클래식 앙상블 연주자들(사진제공:디어클래식 앙상블)


15초, 혹은 30초. 손가락 끝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끊임없이 위로 밀어 올리는 시대다. 넘쳐나는 초단기 영상 콘텐츠 속에서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수많은 선율을 스쳐 지나간다. 게임 로딩 화면에서, 챌린지 댄스의 BGM으로, 혹은 시험 기간 마감에 쫓기는 밈(Meme)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짧은 10초 남짓의 소리 너머에, 수백 년 전 누군가가 삶과 절망을 바쳐 꾹꾹 눌러 담은 '진짜 오리지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얼마나 될까.

지난 8월 1일 오후 3시, 수원시평생학습관 대강당은 바로 그 스크롤 너머의 서사를 마주하려는 열기로 가득 찼다. 엄숙함과 고요함이 흐르던 여느 클래식 공연장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객석을 가득 메운 이들의 상당수는 앳된 얼굴의 청소년들과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찾아온 가족 단위 관객이었다.


2026 수원시 형형색색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펼쳐진 《클래식 숏츠, 근데 60분》은 디어클래식 음악학원 공동대표이자 디어클래식 앙상블을 이끄는 김보라 대표의 기획으로 막을 올렸다.


무대 위 연주자들은 디어클래식 음악학원 강사이자 광교유스오케스트라를 지도하는 선생님들이다. 아이들에게 악기의 테크닉만 가르치는 것을 넘어,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연주의 기쁨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이번 기획의 출발점이었다.


영상 사례와 라이브 연주를 연결한 구성이 클래식 연주회의 문턱을 낮췄다.

영상 사례와 라이브 연주를 연결한 구성이 클래식 연주회의 문턱을 낮췄다.
 

공연은 시작부터 친근했다. 해설을 맡은 임한나 연주자(디어클래식 음악학원·광교유스오케스트라 공동대표)는 딱딱한 학술적 설명 대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유쾌하고 다정한 대화체로 관객과의 거리를 좁혔다.


디지털 세대가 가장 익숙하게 소비하는 영상 콘텐츠 속 음악 사례들을 프로젝터 화면으로 먼저 제시한 뒤, 원곡의 맥락과 라이브 연주를 연결하는 독특한 구성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클래식 연주회의 문턱을 단숨에 낮췄다. 포문은 게임 로딩 화면이나 긴박한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등장하는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중 '오 포르투나(O Fortuna)'가 열었다.
 

"가사가 영어도 아니고 라틴어야. 우리가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라 더 웅장하고 멋진 느낌이 있지."

재치 있는 해설과 함께 울려 퍼진 웅장한 선율에 관객들의 긴장감은 눈 녹듯 사라졌다. 이어진 무대는 익숙함 속에서 클래식의 본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드뷔시의 《달빛》은 클라리넷과 피아노 트리오의 몽환적이고 감성적인 음색으로 무대 위를 인상주의 특유의 빛과 공간감으로 채웠다. 이어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3악장이 시작되자 대강당 안의 몰입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숏폼 챌린지 배경음악으로 수없이 소비되던 선율이 바이올린 솔로의 화려하고 숨 막히는 호흡과 앙상블의 정교한 반주를 통해 먹구름을 뚫고 쏟아지는 소나기와 폭풍우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무대 위 연주자들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고 활이 비상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얕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주요 연주 프로그램 & 콘텐츠 연결고리

주요 연주 프로그램 & 콘텐츠 연결고리

그리그의 《페르 귄트》 중 '산의 마왕의 궁전에서'는 작고 조심스럽게 시작해 점차 빠르고 거세지는 선율로 관객들을 한 편의 스릴 넘치는 동화 속으로 끌어들였다.


현대 팝 음악의 기반이 된 파헬벨의 《캐논 D장조》의 이른바 '머니 코드' 이야기,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삶을 향한 희망을 노래했던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제2번》의 애수 어린 색소폰 테마 역시 관객들의 가슴을 깊게 울렸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 1악장이었다. 청력을 잃어가는 가혹한 절망 앞에서도 운명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음악으로 승화한 거장. 별도의 지휘자 없이 서로의 눈빛과 숨소리, 악기의 진동에만 의지해 호흡을 맞춰나간 연주는 왜 이 음악이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지를 말없이 증명했다.


60분간의 몰입이 끝난 뒤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갈채와 앙코르 요청이 쏟아졌다. 연주자들은 여름날의 청량함과 동심이 가득 담긴 히사이시 조의 《Summer》를 선물하며 화답했다.


이 노래, 릴스에서 봤는데, 원곡을 라이브로 듣다니.....

방학을 맞아 공연장을 찾은 학생들


공연장을 찾은 한 중학생 관객은 "릴스나 숏폼에서 10초 정도 듣고 그냥 넘기던 음악이었는데, 오늘 무대에서 바이올린과 첼로가 숨 가쁘게 호흡하며 연주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소름이 돋았다"며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듣던 소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한 학부모 역시 "아이에게 클래식 공연장은 지루하고 답답한 곳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선생님들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시니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들었다"며 "주말 동안 차가운 스마트폰 화면 대신 악기가 주는 진짜 진동과 울림을 선물해 준 것 같아 뜻깊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연주회를 이끈 디어클래식 앙상블 공동대표 김보라·임한나는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는 선생님이자 음악가들이다. 이들이 무대에 선 바탕에는 '배움과 연주의 연결'이라는 확고한 교육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두 공동대표는 "아이들이 배우기만 하고 연주라는 경험을 통과하지 않으면 배움의 결실을 맺기 어렵다"며 "선생님들이 무대 위에서 최선의 연주를 먼저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에게 깊은 동기부여와 음악적 영감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클래식 숏츠, 근데 60분-포스터

클래식 숏츠, 근데 60분-포스터

 

단순한 학원 내 연주회를 넘어 지역사회 청소년들에게 폭넓은 문화적 자극을 전하고자 기획된 이번 공연은 유·초등 대상 키즈 클래식과 성인 테마 클래식 등을 이어온 디어클래식 앙상블의 진정성이 담긴 결과물이다. 음악이 아이들의 일상으로 흘러 들어가 클래식이 먼 예술이 아닌 친숙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 그 따뜻한 진심이 60분의 무대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수원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전석 무료로 진행된 이번 연주회는 지역 주민과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의 문턱을 한층 낮춰준 소중한 기회였다. 단지 짧은 소리로 소비되던 디지털 시대의 BGM을 넘어 작곡가들의 삶과 라이브 악기가 만들어내는 울림을 온전히 전달한 60분.


손가락 끝의 가벼운 자극에 익숙해진 요즘, 잠시 스크롤을 멈추고 귀를 기울인 그 시간 속에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진짜 오리지널'의 위로와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강영아님의 네임카드

디어클래식 음악학원, 광교유스오케스트라, 수원문화재단, 수원시평생학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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