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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닥 실과 골판지가 건네는 다정한 위로
‘이음 갤러리’에서 만난 주은화 작가의《시나브로 2026》
2026-08-05 14:36:25최종 업데이트 : 2026-08-05 14:36:2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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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 폭염이 도시의 한가운데 자리한 연일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숨을 고르고자 행궁동 팔달사 바로 옆 청누리 지하에 위치한 '이음 갤러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번화한 도심의 한 가운데 팔달사의 아늑한 기운이 감도는 이곳은 입구에서부터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주은화 작가의 《시나브로 2026》은 산사의 기운과 더없이 잘 어우러지며 시끄러운 일상에 지쳐 있던 우리 모두에게 깊은 숨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했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서자 다채로운 촉감과 아기자기한 색채로 채워진 커다란 온기가 찾아왔다. 불교적 정서인 순환과 보살핌의 미학을 오랫동안 간직해 온 작가는 자신이 곁에 두고 매일 마주하던 소소한 소재들을 차곡차곡 모아 하나의 우주로 다듬어 놓았다. 낡은 천 조각과 골판지, 손끝에서 피어나는 기억의 층위 주은화 작가의 작품은 붓과 물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우리가 상자 박스를 뜯을 때 흔히 보는 골판지, 실제 입었던 옷의 자락들, 자수 실, 반짝이는 비즈, 조그만 인쇄 문자 조각들이 화면 위에서 화기애애하게 어우러진다. 단단하고 차가운 직사각형 격자 틀 사이로 보송보송하고 부드러운 실타래와 오색 빛깔 종이 뭉치들이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관람객에게 작품 설명 중인 주은화 작가 "시간은 소리 없이 흐르지만 우리가 매만진 물건과 풍경 속에 온기로 남아있습니다. 작가는 쓸모를 다해 버려질 법한 재료들을 모아 정성스럽게 꿰매고 감싸며 자신만의 다정한 기억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동그란 화면 중앙에 정성스레 수놓아진 자수 오리와 꽃봉오리, 그리고 그 둘레를 감싸 쥔 씨앗 형태의 골판지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촘촘히 엮인 격자무늬가 우리가 거주하는 현대의 아파트나 도시 창문을 닮았다면, 그 틀 안에서 자유롭게 숨 쉬는 실과 종이의 굴곡은 각박한 사회 속에서도 끝내 잃지 않으려는 개인의 고유한 감정과 포근한 기억을 상징하는 듯하다. 양자역학의 '결맞음'으로 본 일상 재료의 조화 전시장에서 직접 만난 주은화 작가는 동양학, 철학, 서양화를 두루 거친 인문학적 깊이를 바탕으로 양자역학의 '결맞음' 개념을 끌어와 자신의 조형 세계를 들려주었다.
인터뷰 중인 주은화 작가 Q. 일상에서 구한 골판지와 실, 비즈 같은 이질적인 재료들이 캔버스 위에서 매끄럽게 조화를 이루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양자역학에서는 서로 떨어져 있던 파동들이 일정한 주기와 위상을 공유할 때 단단한 파동을 형성하며 하나의 존재로 연결되는 '결맞음' 상태에 도달합니다. 제가 들고 온 골판지나 실, 버려진 천 조각 역시 본래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던 일상의 사물들에 불과해요. 하지만 제 손끝에서 실을 감고 종이를 오려 붙이며 하나의 흐름과 정성을 불어넣는 순간 이 재료들은 서로의 결을 맞추며 전혀 다른 조화로운 공명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물리학의 결맞음이 거대한 우주를 하나로 엮어내듯, 작고 소박한 재료들도 서로 결을 맞추며 다시 태어나는 것이죠." 아이들과 함께하는 놀이 미술의 아이디어 이번 전시를 둘러보며 더욱 인상 깊었던 점은 친근하고 다정한 재료의 매력이었다. 난해하고 거창한 미술관의 담론 대신, 손때 묻은 삶의 도구들이 아름다운 작품으로 변신하는 광경을 보며 자연스럽게 아이들과의 교감을 떠올렸다.
집에 있는 종이 접시, 택배 상자 조각, 쓰다 남은 알록달록한 자수 실 몇 가닥만 있다면 우리 아이들도 멋진 작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려지는 박스에 예쁜 올실을 감고 동그란 비즈를 붙여볼까?" 하고 물으며 아이와 나만의 기억 상자를 만드는 예술 놀이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일상의 소소함을 보물처럼 여기는 작가의 시선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소통하며 창의력을 키우는 완벽한 친환경 예술 교육의 이정표가 되어준다. 주은화 작가의 일상 재료 작품 전시명인 '시나브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천천히' 변화해 가는 과정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우리가 거창한 대단원이나 특별한 성공만을 바라보며 달릴 때, 진짜 행복은 매일 마주하는 짧은 미소와 사소한 대화 속에 시나브로 쌓인다.
동국대학교에서 철학을 배우고 경기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며 깊이 있는 탐구를 이어온 주은화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화려함보다 진실함을, 완벽함보다 정성 어린 시간의 흔적을 보여준다. 팔달사의 고즈넉한 기운을 배경 삼아 자리 잡은 이음 갤러리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손을 잡고 잠시 걸음을 멈춰보시기를 권한다. 나도 모르는 새 가슴속 깊은 곳까지 훈훈한 위로로 물들어가는 경험을하게 될 것이다.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있는 관람객 주은화 작가 약력 공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학 석사학위를 취득 후 동국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한민국미술대전(구상·비구상 특선)과 현대미술대전 우수상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았다. 미국, 프랑스, 일본, 태국 등 세계 각국에서 개최된 국내외 개인전 및 단체전에 정성스럽게 참여해 왔다. 한국미술협회 심사위원, 한·중·일미술가협회 회원, 한국예술문화협회 이사 등 왕성한 학술·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J&J ART INC 및 서울갤러리 소속 작가로서 일상 소재에 치유의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주은화 개인전 시나브로 2026 [전시 관람 안내]전시명: 서양화가 주은화 개인전 《시나브로 2026》
전시기간: 2026년 8월 4일(화) ~ 8월 14일(금)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12:00 ~ 18:00 전시장소: 이음갤러리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68, 팔달사 청누리 지하 1층) 관람료: 무료 ![]()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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