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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집에 새 희망을 입히다…87세 어르신, 새 보금자리로 ‘위대한 귀환’
20년 넘게 이어온 윤용열 도배사협회장의 재능기부…전문 도배사 8명, 일당 대신 나눔 선택
2026-08-13 14:56:34최종 업데이트 : 2026-08-13 14:56:3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관

전문 도배사의 협업, 손발이 착착 맞는다.

전문 도배사의 협업, 손발이 착착 맞는다.

 

"우리 집이 새집으로 변했네. 고맙기 그지없지요."

 

8월 12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 87세 독거 어르신 이범익 씨의 집 안에서는 오래된 벽지가 하나둘 벗겨지고 있었다. 어둡고 낡았던 벽면에는 새 벽지가 붙기 시작했고, 집 안 분위기도 조금씩 환해졌다.

 

이날 어르신의 집에 새 옷을 입힌 사람들은 전문 도배사 8명이었다. 하루 일당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들이지만 이날만큼은 자신의 기술과 시간을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 사단법인 도배사협회 윤용열 회장과 회원들이 마련한 재능기부 현장이었다. 윤 회장은 수원시자원봉사센터 추천으로 2026년 2분기 수원시의회 의장상을 받은 봉사 유공자다. 그러나 상을 받은 뒤에도 그는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세간살이를 밖으로 옮긴 후 벽지를 뜯어내고 치운다. 

세간살이를 밖으로 옮긴 후 벽지를 뜯어내고 치운다. 


"회원들이 가진 기술로 이웃을 돕자"에서 시작

윤용열 회장이 도배 봉사를 시작한 지는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수원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왔다. 2002년 고색동 물난리 현장을 비롯해 우면동 산사태 지역 등 기억에 남는 봉사 현장도 많다.

 

윤 회장은 "협회 회원들이 활동하면서 '우리가 가진 기술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뜻을 모은 것이 시작이었다"며 "한두 번 하고 끝낼 일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가자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현재 도배사협회 회원은 전국 300여 명. 협회는 전문기술을 활용한 사회공헌활동을 체계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윤 회장은 "이왕 하는 봉사라면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체계를 갖추고 도배사협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해 보자는 뜻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루 일당 대신 '따뜻한 하루'를 선택한 도배사들

이날 봉사에는 윤 회장을 비롯한 전문 도배사 8명이 참여했다. 우선 세간살이를 밖으로 옮겼다. 낡은 벽지를 걷어내고 벽면을 정리한 뒤 새 벽지를 재단하고 풀칠해 차례차례 붙였다. 누군가는 벽지를 재단하고, 누군가는 풀을 바르고, 또 다른 회원은 벽면을 꼼꼼하게 다듬었다. 전문가들이어서 작업은 빠르고 능숙했다. 무더운 날씨에도 봉사자들은 묵묵히 손을 움직였다.

 

도배와 장판 교체에 필요한 재료비는 회원들의 회비 등으로 마련했다. 윤 회장이 운영하는 미학인테리어협동조합의 수익금도 자원봉사 기금에 보태고 있다. 봉사 요청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평소 월 1회 봉사를 기본으로 하되 수요가 많으면 월 2~3회까지 활동한다. 이달 하순에는 안동 산불 피해지역을 찾아 2박 3일 일정으로 도배 봉사에 나설 예정이다.
 

20년 이상 사용한 장판을 거둬내는 모습

20년 이상 사용한 장판을 거둬내는 모습

(사)도배사협회 윤용열 회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도배사협회 윤용열 회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만족해하시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납니다"

이번 봉사 대상자는 권선구청의 추천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추천만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협회가 직접 현장을 찾아 주거환경과 지원 필요성을 살핀 뒤 봉사 여부를 결정한다. 윤 회장은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해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한 분에게 제대로 도움을 드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추천이 들어오면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여러 여건을 살펴본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봉사를 이어온 그에게 가장 큰 보람을 묻자 답은 담담했다. "도배를 해드리고 나서 대상자께서 만족해하시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좋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것도 다 잊게 됩니다." 짧은 말이었지만 그가 왜 계속 현장으로 돌아오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몇 시간 동안 경로당에서 기다리던 이ㅇㅇ 어르신은 새롭게 단장된 집을 보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몇 시간 경로당에서 기다렸는데 이렇게 빨리 도배와 장판을 해주다니요. 우리 집이 새집으로 변했습니다.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전문 도배사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전문 도배사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사도 "깔끔한 환경에서 어르신을 모실 수 있게 되어 너무 좋다"며 "권선구청과 주민자치센터, 수원시자원봉사센터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도배와 장판을 바꾼 것이 전부일 수 있다. 그러나 어르신에게는 단순한 집수리 이상의 변화였다. 익숙하지만 낡았던 공간이 깨끗하게 정돈되면서 생활공간이 밝아졌고, 집에 대한 마음도 달라졌다. 누군가에게는 몇 시간의 작업이었지만 어르신에게는 앞으로의 일상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선물이 됐다.

 

한 사람의 재능기부가 또 다른 나눔으로

이날 현장에는 연무동에서 부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숙 도배사도 함께했다. 김 씨는 도배사협회 회원들의 꾸준한 활동을 지켜보며 자신이 활동하는 부녀회에서도 관계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도배 봉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사람의 재능기부가 또 다른 참여를 이끌고, 한 단체의 봉사가 지역공동체의 새로운 나눔으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윤 회장은 앞으로 도배와 장판 교체뿐 아니라 집수리 등 주거환경 개선 분야로 봉사의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특히 낡은 주택은 도배와 장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전기기술자 등 다른 분야 전문 봉사자들과의 연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의 재능이 필요한 곳에 전문가가 찾아가고, 서로 다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모은다면 주거환경 개선 봉사는 더욱 촘촘해질 수 있다.
 

도배 한 장이 바꾼 것은 '집'만이 아니었다. 점심 식사 후 오후 작업이 끝날 무렵, 집 안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장면이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있던 87세 이범익 어르신이 주변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새롭게 단장된 자신의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새 벽지와 깨끗한 장판이 어르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오랜 시간을 돌아 다시 자신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는 한 사람의 귀환처럼 보였다.
 

독거 어르신이 걸어서 새 보금자리에 들어가고 있다. 

독거 어르신이 걸어서 새 보금자리에 들어가고 있다. 


'87세 독거 어르신, 새 보금자리로의 위대한 귀환'

이날 도배사들이 벽에 붙인 것은 새 벽지만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집에는 다시 밝은 일상이 붙었고, 누군가의 마음에는 이웃의 따뜻한 손길이 남았다. 상장을 받은 사람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고, 전문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일당 대신 하루를 기꺼이 내놓았다.

 

도배 한 장이 집을 바꾸고, 사람의 손길 하나가 삶을 다시 밝게 했다. 8월 12일 권선구의 작은 다세대주택에서 펼쳐진 도배 봉사는 그렇게 '집을 고치는 일'을 넘어 한 사람의 일상에 다시 희망을 입히는 일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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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배사협회, 자원봉사, 윤용열 회장, 나눔, 새 보금자리, 권선구청, 수원시자원봉사센터, 이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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