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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
수원SK아트리움 무대에 뮤지컬 ‘늦봄의 길’ 올라
2026-08-18 13:58:01최종 업데이트 : 2026-08-18 13:57:59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뮤지컬 '늦봄의 길'은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과 춤, 연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뮤지컬 '늦봄의 길'은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과 춤, 연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8월 15일 광복절 오후. 창작 뮤지컬 '늦봄의 길'을 보기 위해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을 찾았다. '늦봄'은 민주화 운동과 평화·통일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문익환 목사의 호다. 뮤지컬 '늦봄의 길'은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과 춤, 연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90분 동안 펼쳐진 무대는 지나간 역사를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를 조용히 물었다.
  공연은 1973년 어느 봄날, 고고장에서 시작한다. 청춘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음악에 몸을 맡기며 춤을 추고, 사랑을 이야기했다.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랑하고 웃으며 자신의 미래를 꿈꾸는 것, 그것이 그 시절 청춘들이 누렸던 아주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이었다. 
  막이 오르고 처음 무대에 펼쳐지는 청춘들의 모습은 더욱 밝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음악에 맞춰 춤추며 서로의 손을 잡는 모습에서 사랑과 우정, 그리고 내일을 꿈꾸던 청춘의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를 보는 관객의 마음에도 따뜻한 미소를 번지게 한다.
무대 인사. 지나간 역사를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를 조용히 물었다.

무대 인사. 지나간 역사를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를 조용히 물었다.


  고고장에서 일하는 주호는 임시검문을 피해 숨어든 청춘들 사이에서 지영과 루다를 만난다. 이들은 학생운동을 위한 공간을 부탁하지만, 주호는 선뜻 허락하지 않는다. 주호는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었다. 역사의 거센 바람 앞에 서고 싶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모른 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움직였다.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시대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과 사회의 현실이 결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편 공동성서 번역에 몰두하던 문익환 목사 역시 오랜 벗의 죽음을 듣게 된다. 친구 장준하의 죽음은 추락사라고 하지만 믿을 수 없었다. 분명 현실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타살된 것이라 믿는다. 이로 인해 문익환 목사 역시 삶의 전환점을 맞는다. 역사의 아픔과 민중의 고통을 마주하고,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길을 선택한다. 
  문익환 목사나 청춘 주호도 개인의 삶을 살아가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아픔을 겪고, 역사의 한복판으로 걸어가게 된다. 뮤지컬 제목에 '길'의 의미와 연관되는 변화다. 즉 길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지 않았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전환점을 맞는다. 
수원SK아트리움. 가까운 곳에서 좋은 공연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수원SK아트리움. 가까운 곳에서 좋은 공연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1976년 3월 1일 명동성당에서 3·1운동 57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 미사에서 3·1 민주구국선언문 낭독을 했다. 문익환 목사를 비롯한 민주 인사들은 유신정권의 독재를 비판하고 정권 퇴진 및 민주 회복을 요구했다. 선언에 참여한 인사들은 투옥되고 실형을 받았다. 가족들까지 고난을 겪게 되는 장면에서는 한 시대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민주 인사들 재판에 가족들이 방청을 원했지만, 그것마저도 막힌다. 급기야 문익환 목사의 아내 박용길 여사는 구속자 가족들과 함께 거리로 나선다. 기독교에서 고난과 승리를 상징하는 보라색 목도리를 두르고 부채와 우산 등을 들고 시위를 한다. 이는 민주주의를 쟁취해 온 역사가 결코 몇몇 유명 인물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평범한 사람들의 힘이 모여 오늘의 민주주의를 만들어 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장면에서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가진 힘도 느낄 수 있었다. 이름 없이 거리로 나선 수많은 시민의 용기와 희생을 등장인물의 대사로 이해했다면 감흥이 없었을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함께 목소리를 내는 장면들이 배우들의 목소리와 표정, 음악과 조명으로 살아나면서 그 시대의 감정을 가슴으로 느끼게 했다.
  공연 끝에 문익환 목사 영상은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1987년 7월 9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장례식에서 민주화 열사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른 영상이다. "전태일 열사여! 김상진 열사여! 장준하 열사여! 박종철 열사여! 이한열 열사여!"라며 이름만 외쳤지만, 그 어떤 연설보다 감동적이고 슬펐다. 
공연장에 미술 작품을 걸어 관객들이 기다리는 동안 감상하고 있다.

공연장에 미술 작품을 걸어 관객들이 기다리는 동안 감상하고 있다.


  광복절에 이 작품을 관람했다는 점도 특별했다. 광복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선물이 아니었다. 수많은 독립투사가 목숨을 걸고 싸운 결과다. 그들은 고난의 길인 줄 알면서도 투쟁의 길로 나섰다. 해방 이후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문익환과 박용길, 그리고 이름 없는 청춘들이 험난한 길을 마다치 않고 걸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서 좋은 공연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는 중요한 방법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조기 예매 할인 행사를 마련해, 미리 예매한 관객은 1인 2매까지 5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수원시민을 비롯해 수원문화재단 후원회원, 새빛톡톡 회원 등에게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해 시민들이 공연을 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문화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시민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제도다. 
윤재열님의 네임카드

수원SK아트리움, 뮤지컬 ‘늦봄의 길’, 문익환, 민주주의, 광복절,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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