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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로 되살아난 ‘그날’…김향화의 만세, 광복의 메아리가 되다
수원시티발레단 ‘그날, 서대문형무소 8번방의 메아리’ 관람기
2026-08-18 14:20:46최종 업데이트 : 2026-08-18 14:20:45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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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장면 광복 81주년을 맞은 8월 15일과 16일 오후 4시, 수원문화원 빛누리아트홀의 무대가 잠시 1919년의 수원으로 돌아갔다. 수원시티발레단(단장 김문신)이 선보인 창작발레 '그날, 서대문형무소 8번방의 메아리'를 관람했다. 공연 주최는 수원문화원, 주관은 수원시티발레단, 경기도, 경기아트센터. 객석은 만석을 이루었다. 이날 무대는 단순히 광복절을 기념하는 공연이 아니었다. 말 대신 몸짓으로, 설명 대신 음악과 춤으로 독립을 외쳤던 수원 여성들의 이야기를 되살려냈다. 특히 수원의 기생이자 여성 독립운동가인 김향화를 중심에 세웠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번방에 투옥됐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연대를 발레로 풀어냈다. 수원 출신의 김향화와 동료 기생들의 독립만세운동, 그리고 유관순을 비롯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서대문형무소에서 만나 서로 의지했던 이야기가 세 막에 걸쳐 펼쳐졌다. 수원시티발레단 역시 이번 공연을 통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용기와 희생을 오늘의 관객에게 전하고자 했다.
공연의 시작은 평범하지 않았다. 음악과 춤이 이어지는 가운데 평화롭던 일상이 깨지고, 독립을 향한 갈망이 서서히 무대 위로 번져갔다. 1막에서는 고종의 승하 소식으로 슬픔에 잠긴 시대 상황과 독립을 향한 민중의 열망이 표현됐다. 2막에서는 기생들이 태극기를 손에 들고 만세운동을 준비하는 모습과 일본 순사의 총칼에도 굴하지 않는 당당한 모습이 이어졌다. 3막에서는 김향화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서대문형무소 8번방에 투옥된 뒤 서로 의지하며 '대한독립'을 외치는 장면으로 절정을 이뤘다.
배경화면에 당시 수원경찰서가 보인다. 우리 대한 국민의 독립 의지는 총칼로도 막을 수 없었다.
제3막 옥중생활에서의 모습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김향화의 만세운동 장면이었다. 김향화는 1919년 3월 29일 수원행궁 속에 자리잡은 자혜병원과 수원경찰서 앞에서 동료 기생 30여 명과 함께 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다. 그동안 3·1운동 하면 유관순 열사를 먼저 떠올리지만 이번 공연은 우리 가까이에 있었던 또 한 명의 여성 독립운동가, 수원의 김향화를 무대 한가운데 불러냈다.
기생이라는 신분의 벽을 넘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던 여성들. 일제의 억압 앞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았던 그들의 용기가 발레리나들의 팔과 몸짓을 통해 살아났다. 칼이나 총을 들지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춤과 예술, 그리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말하는 '칼보다 강한 예술'이라는 메시지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자녀에게 나라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어서 왔어요" 이날 객석에서는 뜻밖의 따뜻한 장면도 만났다. 수원 영통에서 부모와 초등학생 자녀 3명 등 다섯 식구가 공연장을 찾았다. 이 가족은 언론계에 종사하는 지인의 소개와 권유로 공연을 알게 됐으며, 광복절을 맞아 아이들이 나라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고 했다.
특히 영덕초등학교 4학년인 큰딸은 "독립만세운동 하면 유관순 누나만 알고 있었는데, 수원의 기생 김향화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꼭 관람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의 이 한마디가 이날 공연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듯했다. 관객 입장 모습. 가족단위 관객이 많이 보였다.
시작 전 스탭진이 만석을 이룬 관객에게 줄거리를 소개하고 있다. 역사는 책 속에만 머물 때 과거가 되지만,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일 때 현재의 우리와 만난다. 김향화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어린이가 공연장을 나서며 그 이름을 기억한다면, 발레 한 편이 또 하나의 역사교육이 되는 셈이다.
자유와 독립을 향한 '뜨거운 외침과 힘' 수원문화원 김봉식 원장은 "오늘의 공연은 우리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향한 뜨거운 외침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고 했다. 시나리오 작가 김현광은 "이번 작품을 통해 독립운동가들의 고통과 용기, 그리고 꺼지지 않았던 희망을 함께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총예술감독이자 안무를 맡은 김문신 수원시티발레단장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우리에게 자유와 공동체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어 역사와 예술이 만나 깊은 감동과 의미를 전하는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향화의 이야기를 발레로 풀어낸 것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말로 설명하면 몇 줄이면 끝날 역사가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음악, 조명, 무대 영상과 만나 관객의 감정 속으로 들어왔다. 출연진과 스탭진이 커튼콜로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앞줄 가운데가 김문신 단장이다.
출연자, 스탭, 내외빈 기념 사진 2007년 창단…시민 곁으로 다가가는 수원시티발레단 수원시티발레단은 2007년 창단한 수원 최초의 민간 발레단이다. 발레와 무용을 통해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으며, 정기적인 레퍼토리 공연뿐 아니라 찾아가는 공연, 재능기부와 자선공연, 협연 등을 통해 문화소외계층을 포함한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을 나누고 있다.
2024년에는 전문예술단체로 선정됐으며, 2026년에는 수원문화원 빛누리아트홀 상주단체로 활동하며 지역문화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지난해 초연 이후 작품을 보완해 다시 무대에 올린 것으로, 안무와 음악, 영상, 무대 연출 등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출연진과 관객의 포토존 기념사진(1회차 공연 후)
출연진과 관객의 포토존 기념사진(2회차 공연 후)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 박수가 길게 이어졌다. 무대 위에서는 어느새 현재의 발레리나들이 사라지고, 107년 전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던 여성들의 모습이 남아 있는 듯했다. 김향화와 동료 기생들이 외쳤던 '대한독립만세'는 그렇게 한 세기를 넘어 다시 수원에서 울려 퍼졌다.
광복은 기념일 하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억할 때마다 다시 살아나는 역사다. 이번 공연은 그 사실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일깨워주었다. 특히 어린 세대에게 김향화라는 이름을 알려주고, '나라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다.
발레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대 위의 몸짓은 분명하게 말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그날이 있었다." 그리고 김향화가 남긴 만세의 메아리는 오늘도 우리 가슴속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다.
다음은 수원시티발레단 김문신 단장의 소감 및 감사 말씀이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발레를 처음 접한 분들까지 마치 그날의 실제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몰입, 공감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독립을 향한 그들의 용기와 감옥에서도 굽히지 않았던 의지가 담긴 메아리가 오늘의 관객들에게 온전히 닿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광복절의 무대로 독립을 향한 수많은 노력을 다시금 기억하고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발레로 함께 나눌 수 있어 더욱 감사하고 뜻깊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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