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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데 자꾸 마음이 갔다' 수원시립미술관 여름방학 가족 프로그램 〈Play, Art! - 이상한 생명 연구소〉 참여기
전시 관람부터 가족 생명체 만들기까지… 낯선 존재를 이해하는 따뜻한 예술 체험
2026-08-18 17:28:28최종 업데이트 : 2026-08-18 17:28:25 작성자 : 시민기자   길선진

프로그램 시작 전 아이가 직접 가족 명찰 스티커를 만들고 있다. 부모의 이름까지 아이 손으로 적으며 가족 참여의 의미를 더했다.

프로그램 시작 전 아이가 직접 가족 명찰 스티커를 만들고 있다. 부모의 이름까지 아이 손으로 적으며 가족 참여의 의미를 더했다.

"만약 세상에 없던 새로운 생명체가 우리 가족이 된다면 어떨까?"


여름방학을 맞은 가족들에게 조금 특별한 질문이 던져졌다.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끝나는 미술관 체험이 아니었다. 낯설고 기묘한 존재를 마주하고, 그 존재를 가족처럼 바라보며, 직접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보는 시간이었다.
 

지난 8월 15일, 필자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에서 열린 2026 여름방학 가족 프로그램 〈Play, Art! - 이상한 생명 연구소〉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과 연계한 가족 워크숍이다. 만 5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와 보호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으며, 8월 8일, 15일, 22일 세 차례 운영된다.
 

프로그램은 어린이와 보호자가 함께 전시를 관람하고, 작가의 작품 세계를 바탕으로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생명체를 만들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족이 함께 제작한 작품은 전시 기간 중 5전시실에 전시된다는 점에서 참여자들에게 더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프로그램은 명찰 스티커를 만드는 활동으로 시작됐다.  아이의 작은 손으로 쓰인 부모의 이름을 가슴에 붙이는 순간, 단순한 명찰이 작은 선물처럼 느껴졌다. 평소에는 부모가 아이의 이름을 챙기고 적어주는 일이 많다. 그런데 이날은 아이가 부모의 이름을 적어주었다. 그 작은 역할의 변화만으로도 아이는 프로그램의 '동반자'가 되었고, 부모는 아이가 만들어준 이름표를 달고 전시를 보러 가는 가족이 되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도 아이에게는 조금 낯설 수 있다. 조용히 걸어야 하고, 작품을 함부로 만지면 안 되며, 다른 관람객도 배려해야 한다. 강사는 어린이들에게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는 태도를 쉽고 다정하게 설명했다. "천천히, 우아하게 걸어가 보자"는 말에 아이들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도 한 걸음씩 전시장으로 향했다.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에서 가족들이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전시 설명을 듣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에서 가족들이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전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관람한 전시는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이다. '킨쉽'은 혈연 중심의 가족 관계를 넘어, 나와 다른 존재와도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묻는 개념으로 다가왔다.
 
처음 작품을 마주했을 때는 솔직히 낯설었다. 사람 같기도 하고 동물 같기도 한 존재들, 귀엽다고만 하기에는 기묘하고, 무섭다고만 하기에는 어딘가 애처로운 형상들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 설명 없이 지나갔다면 "이상하다"는 인상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사의 해설을 따라 작품을 바라보자, 작품은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참여 가족들이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전시 작품을 체험하고 있다. 아이들은 낯선 생명체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감각적으로 전시에 다가갔다.

참여 가족들이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전시 작품을 체험하고 있다. 아이들은 낯선 생명체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감각적으로 전시에 다가갔다.

 

가장 먼저 만난 작품은 전시 중 유일하게 만져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관람객이 손으로 작품의 털을 만져보며 낯선 존재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경험을 하도록 구성된 작품이었다. 아이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작품을 바라봤고, 어른들도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미술관에서 작품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만나는 경험이 낯선 존재와의 거리를 조금 줄여주었다.


머리카락을 소재로 한 작품 앞에서 전시 해설이 진행되고 있다. 잘린 순간 생명을 잃는 머리카락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머리카락을 소재로 한 작품 앞에서 전시 해설이 진행되고 있다. 잘린 순간 생명을 잃는 머리카락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머리카락을 다룬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몸에 붙어 있을 때는 자라고 움직이는 듯 생명력을 가진 머리카락이지만, 잘리는 순간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작가는 그 낯선 지점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머리카락을 생명과 비생명의 경계에서 다시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다.

전시를 보며 가장 크게 다가온 주제는 '돌봄'이었다. 돌봄은 흔히 따뜻하고 아름다운 말로 표현된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돌봄은 늘 편안하지만은 않다. 기쁘고 사랑스러운 마음과 함께, 피곤함과 당황스러움, 부담감이 동시에 찾아오기도 한다.


낯선 생명체와 인간의 관계를 표현한 작품을 관람하는 모습. 가족들은 작품을 통해 편견 없이 다른 존재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낯선 생명체와 인간의 관계를 표현한 작품을 관람하는 모습. 가족들은 작품을 통해 편견 없이 다른 존재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숨이 막힐 듯한 격한 포옹의 장면을 표현한 작품 앞에서 그 감정이 선명해졌다. 포옹은 사랑의 표현이지만, 때로는 너무 강한 포옹이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 수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그 복잡한 감정을 안다. 아이가 사랑스럽지만 지칠 때가 있고, 돌보고 싶지만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낄 때도 있다. 작품은 그런 돌봄의 양가적인 감정을 이상하게도 정확하게 짚어냈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존재를 표현하려 했다는 작품 설명도 기억에 남았다. 돌봄은 특정 성별의 역할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일이라는 메시지로도 읽혔다. 가족 안에서도, 사회 안에서도 돌봄은 누군가 한 사람에게만 맡겨질 일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관계 속에서 더 넓은 의미의 가족과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천산갑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감상하는 참여 가족들. 부모와 새끼의 모습은 돌봄과 보호, 함께 살아가는 관계를 떠올리게 했다.

천산갑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감상하는 참여 가족들. 부모와 새끼의 모습은 돌봄과 보호, 함께 살아가는 관계를 떠올리게 했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평온한 동행'이었다. 천산갑 부모와 새끼를 연상시키는 작품이었다. 화려한 색감 속에서도 어딘가 애처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새끼를 보호하려는 부모의 모습은 인간의 가족과도 겹쳐 보였다. 낯선 생명체였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전시 관람을 마친 뒤 가족들은 다시 교육실로 이동했다. 이제는 직접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보는 시간이었다. 각 가족은 활동지를 받아 우리 가족이 만들 생명체의 이름, 성격, 특징을 상상했다. 생명체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을 가진 존재인지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눴다.


전시 관람 후 가족들이 작품의 모티브가 될 만한 소재를 사진 카드에서 찾고 있다. 이후 각 가족은 선택한 이미지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직접 생명체 작품을 만들었으며, 완성된 작품은 전시 기간 중 5전시실에 전시된다.

전시 관람 후 가족들이 작품의 모티브가 될 만한 소재를 사진 카드에서 찾고 있다. 이후 각 가족은 선택한 이미지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직접 생명체 작품을 만들었으며, 완성된 작품은 전시 기간 중 5전시실에 전시된다.

 

우리 가족은 장수풍뎅이를 모티브로 한 생명체를 만들기로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곤충이기도 하고, 단단한 뿔과 몸체가 상상력을 자극했다. 남편과 나는 전체 형태를 어떻게 잡을지 아이와 의논했고, 아이는 생명체의 특징을 상상하며 의견을 보탰다.
 

제한된 시간 안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가족 안에서도 의견이 조금씩 달랐다.  재료를 앞에 두고 가족회의가 열렸다.


참여 가족이 전시 관람 후 생명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아이와 보호자가 함께 재료를 고르고 형태를 잡으며 협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참여 가족이 전시 관람 후 생명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아이와 보호자가 함께 재료를 고르고 형태를 잡으며 협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과정이 프로그램의 핵심처럼 느껴졌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생각하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듣고,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어가는 경험이었다. 가족이 같은 방향을 보며 손을 움직이는 시간은 일상에서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각자 바쁜 하루를 보내는 가족이 한 테이블에 앉아 하나의 작품을 위해 협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었다.


작품을 완성한 뒤에는 가족별로 자신들이 만든 생명체를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다른 가족들이 만든 생명체도 저마다 달랐다. 어떤 가족은 귀엽고 장난스러운 존재를 만들었고, 어떤 가족은 낯설지만 다정한 생명체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자랑스럽게 바라봤고, 부모들은 아이의 상상력을 새삼 발견하는 표정이었다.

수원시립미술관 여름방학 가족 프로그램 〈Play, Art! - 이상한 생명 연구소〉에서는 전시 관람 후 가족별로 상상 속 생명체를 만들고,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원시립미술관 여름방학 가족 프로그램 〈Play, Art! - 이상한 생명 연구소〉에서는 전시 관람 후 가족별로 상상 속 생명체를 만들고,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가족도 장수풍뎅이를 모티브로 한 생명체를 소개했다. 앞에 나가 발표하는 일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작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 만든 작품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소개하니 작품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만들 때는 재료였던 것이, 이름을 얻고 이야기를 얻자 하나의 존재처럼 다가왔다.
 

특히 가족이 만든 작품이 전시된다는 점은 큰 매력이었다. 잠깐 만들고 끝나는 체험이 아니라, 미술관 안에서 다른 관람객들과 만날 수 있는 작품이 된다는 사실이 아이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듯했다. 미술관은 작품을 보는 곳이면서 동시에 나의 상상도 머물 수 있는 곳이라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이번 프로그램이 좋았던 이유는 단순히 만들기 체험이 재미있어서만은 아니다.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전시는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질문을 남겼다. 나와 다르게 생긴 존재, 처음 보는 존재, 조금 이상해 보이는 존재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밀어낼 것인가, 아니면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호기심으로 한 걸음 다가가 볼 것인가.
 

아이들은 어른보다 낯선 것에 더 빨리 다가간다. 어른이 먼저 판단하고 해석하는 동안, 아이들은 "왜 저렇게 생겼지?", "만져봐도 돼요?", "무슨 동물 같아요"라고 묻는다. 그 질문 안에는 편견보다 호기심이 많다. 이날 전시를 보며 어른인 나도 그런 태도를 다시 배웠다.

 

수원시립미술관 가족 프로그램 'Play, Art! - 이상한 생명 연구소'에 참여한 가족들이 만든 새로운 생명체 작품과 활동지가 전시되어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가족 프로그램 'Play, Art! - 이상한 생명 연구소'에 참여한 가족들이 만든 새로운 생명체 작품과 활동지가 전시되어 있다.


예술은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질문을 남긴다. 이번 가족 프로그램은 그 질문을 가족이 함께 나눌 수 있게 해주었다. 돌봄, 생명, 다름, 관계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냈고, 만들기 활동을 통해 몸으로 이해하게 했다.
 

여름방학의 하루가 단순한 외출이 아니라 가족의 대화가 되는 순간이었다. 수원시립미술관의 〈Play, Art! - 이상한 생명 연구소〉는 미술관이 아이들에게 예술을 가르치는 공간을 넘어, 가족이 서로를 새롭게 바라보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여름방학을 맞아 2026 SUMA WELLNESS 〈마주하기〉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마주하기〉는 다양한 감각과 정서적 교감을 통해 마음을 돌보고 치유하는 예술 체험 프로그램이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여름방학을 맞아 2026 SUMA WELLNESS 〈마주하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출처 : 수원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은 여름방학을 맞아 2026 SUMA WELLNESS 〈마주하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출처 : 수원시립미술관)


프로그램은 총 4회로 구성됐다. 8월 19일 '빛을 품다', 8월 20일 '공존 정원', 8월 22일 '마인딩 스톤', 8월 25일 'Mind-On'이 진행된다. 장소는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 교육실 및 전시실이며, 참가비는 무료다.
 

참여 대상은 일반 성인과 가족이다. 만 5세 이상 아동은 보호자 동반 시 참여할 수 있다. 신청은 수원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하면 된다. 예술을 통해 가족과 나 자신을 천천히 마주하고 싶은 시민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낯선 생명체를 만들며 결국 우리가 배운 것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생긴 모습은 달라도, 표현 방식은 달라도, 서로를 돌보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넓은 의미의 가족이 될 수 있다. 이상한 생명 연구소에서 만난 가장 따뜻한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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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이상한생명연구소, 패트리샤피치니니, 킨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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