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순정 특임교수의 수업에 학생들이 집중하고 있다.
"식물을 배우는 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배우는 것입니다."
8월 19일 오후, 수원시 탑동시민농장 강의동에 들어서자 은은한 차(茶)향과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먼저 반겼다. 국제사이버대학교 식물치유클리닉학과가 마련한 전공 세미나 '무릉도원에서 신선을 만나다-꽃 내음을 담은 티 블렌딩' 현장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1~4학년 재학생 40여 명이 참여했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중장년층 학습자들의 적극적인 배움의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도 초대받아 수업에 직접 참여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차를 배우고 만들며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취재했다. 이번 세미나는 단순히 강의를 듣는 자리가 아니었다. 차문화의 의미를 배우고, 식물과 약초의 향과 맛을 경험하고, 직접 블렌딩과 청 만들기 등에 참여하는 실습형 교육으로 진행됐다.
강사로 초청된 국제사이버대학교 공순정 특임교수는 차문화와 치유산업을 주제로 차가 사람의 몸과 마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했다. 특히 차를 마시는 행위를 단순한 음료 섭취가 아니라 자신을 돌보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작은 생활문화로 바라보았다. 공 교수는 "비싼 차가 아니어도 티백 녹차 한 잔을 찻잔에 정성스럽게 담아 나 자신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마시는 것만으로도 자아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의에서는 차문화의 전통과 함께 차명상, 다도 체험, 웰니스 프로그램, 차와 관광·체험산업의 결합 가능성 등도 소개됐다. 차밭 관광이나 힐링 프로그램처럼 차문화가 지역경제와 결합할 수 있고, 다양한 기능성 차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치유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제시됐다.
자몽 껍질 벗기기 실습 장면

레몬·자몽청 만들기 실습을 공 특임교수(가운데)가 지켜보고 있다.
강의실을 벗어나 '손으로 배우는' 식물치유
학생들의 표정이 가장 밝아진 순간은 실습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조별로 둘러앉아 식물의 향과 재료를 직접 살펴보고 레몬·자몽청을 만들고 녹차, 백차, 떡차, 보이차, 홍차 등을 시음하며 차 시음 실습 평가표를 작성했다. 재료를 고르고, 향을 맡고, 배합하고, 맛을 상상하며 서로 의견을 나누는 동안 강의실은 어느새 작은 차문화 체험장으로 변했다.
특히 직접 만든 레몬·자몽 계열 청은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운 선물이 됐다. 단순히 완성품을 받아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과정 자체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수업에 함께 참여한 기자 역시 학생들과 같은 자리에서 실습하며 식물치유교육이 왜 '현장형 교육'이어야 하는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식물의 이름과 효능을 책으로 읽는 것과 직접 향을 맡고 차로 만들어 맛보는 경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공 교수가 차 시음하는 방법을 시범 보이고 있다.
차 시음하기 실습장면
학생들은 서로 만든 차를 비교해 보고 "향이 다르다", "생각보다 부드럽다"는 등 자연스럽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중장년 학습자들이 오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공순정 교수는 이날 3시간에 걸친 수업을 마무리하며 "3시간의 행복이 바로 치유가 아닐까요?"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에게 치유는 치료와 구별되면서도 치료와 함께 가야 하는 개념이다. 치료가 몸의 아픔을 줄이는 과정이라면 치유는 마음의 안정과 삶의 질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공 교수는 "치료는 몸을, 치유는 마음을 돌보며, 함께할 때 진정한 웰니스가 된다"고 강조했다.
"식물을 배우는 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배우는 것"
이번 세미나를 마련한 이창래 국제사이버대학교 식물치유클리닉학과장은 식물치유교육의 영역을 단순한 농업이나 원예교육에 한정하지 않았다. 이 학과는 '사람이 식물을 치료하고, 식물이 사람을 치유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반려식물, 치유농업, 한방약초, 산림, 조경, 복지와 건강을 연결하는 교육을 펼치고 있다.
공 교수의 연꽃잎차
학생들은 식물 재배와 진단·관리뿐 아니라 반려식물클리닉, 한방약초치유, 치유농업, 산림치유, 허브·아로마, 스마트팜, 분재, 정원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이론과 현장실습으로 배운다. 졸업 후 진로 역시 폭넓다. 치유농업과 반려식물클리닉, 산림·조경, 약초, 복지기관, 농업 관련 기관 등으로 진출할 수 있으며, 자신의 기존 경력과 연계해 교육·강의·프로그램 운영이나 창업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이창래 학과장은 특히 중장년층에게 식물치유 분야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 경험이 있는 분은 식물교육과 치유 프로그램으로, 복지 경험이 있는 분은 치유농업과 원예복지로, 농업 경험이 있는 분은 약초·스마트팜·반려식물 분야로 자신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격증 취득 자체에 머무는 교육보다는 기존의 삶에 새로운 전문성을 더해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제2의 직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식물은 취미를 넘어 제2의 직업이 될 수 있어"
이 학과의 또 다른 특징은 사이버대학의 온라인 교육과 현장실습을 결합한다는 점이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거나 새로운 진로를 준비하는 성인학습자에게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줄이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오늘 세미나를 주도한 이창래 학과장(오른쪽)과 공순정 특임교수
이창래 학과장은 "나이가 들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늦은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에 새로운 전문성을 더하는 것"이라며 "식물은 취미를 넘어 교육, 강의, 프로그램 운영, 귀농·귀촌, 소규모 창업 등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초고령사회에서 식물과 차, 약초를 활용한 교육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식물을 기르고 차를 만들며 자연과 교감하는 활동은 신체활동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삶의 활력을 높이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학생들도 단순히 학점을 이수하기 위한 수업이 아니라 '내가 배운 것을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실습 과정에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이 학과가 지향하는 성인학습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4학년 김화진 학생은 "차의 재료는 여러 종류가 아니라 녹차 한가지인데 가공법에 따라 백차, 황차, 녹차, 청차, 홍차, 흑차로 분류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차문화의 법도와 자세, 다식 만들어 보기 등 모든 것이 재미있었고 또한 눈과 코, 입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배움의 기쁨을 느끼니 세 시간이 언제 지나는 줄 모르게 후딱 지나갔다"고 했다.
이 레몬·자몽청 우리가 직접 만들었어요
차 한 잔에서 시작된 '나를 돌보는 시간'
이번 세미나의 가장 큰 매력은 거창한 치유를 이야기하면서도 출발점은 아주 소박했다는 데 있다. 차 한 잔을 정성껏 준비하고, 식물의 향을 맡고,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마시는 것. 그리고 직접 만든 차와 청을 집으로 가져가 다시 가족과 나누는 것. 어쩌면 치유는 특별한 장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습관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공순정 교수는 이날 차치유를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이자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치유의 길"이라고 표현했다. 이창래 학과장 역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식물을 배우는 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미나 단체 기념 사진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청을 들고 웃으며 강의실을 나서는 모습에서는 배움의 또 다른 의미를 볼 수 있었다. 지식을 얻는 것뿐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평생교육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일 것이다. 이날 기자 역시 수업에 직접 참여해 차를 배우고 실습하면서 식물치유클리닉학과가 왜 교실 안의 지식에 머물지 않고 현장과 생활 속 실천을 강조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식물의 미래는 땅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건강을 돌보고 마음을 치유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곳에도 미래 농업이 있습니다." 이창래 학과장의 말처럼, 탑동시민농장에서 시작된 작은 차 한 잔이 누군가에게는 건강과 휴식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배움과 제2의 인생을 여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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