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수원시지회의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인식개선 캠페인
"장애인 주차구역, 잠깐도 안됩니다!"
8월 25일 오후 5시,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행정복지센터 앞 사거리. 퇴근길 차량과 시민들의 발걸음이 오가는 거리에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지켜달라는 메시지가 힘 있게 울려 퍼졌다.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수원시지회(지회장 한영렬)가 마련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인식개선 캠페인' 현장이다. 이날 캠페인에는 장애당사자인 김현덕 경기도의원과 윤경선 수원특례시의원을 비롯해 장애인편의시설설치도민촉진단 요원, 협회 회원 등 약 30명이 참여해 시민들에게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의 의미와 올바른 이용문화를 알렸다.
참가자들은 사거리 인도변에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비워두세요!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공간입니다." "장애인 주차구역, 양보가 아닌 준수입니다." 짧은 문구였지만 그 의미는 분명했다.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은 누군가에게 특별히 베푸는 '양보의 자리'가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이라는 것이다.
한영렬 지회장이 오늘의 캠페인 행사 안내를 하고 있다.
주차 한 칸이 아니라 '이동할 권리'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일반 주차공간과 똑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보행상 장애가 있는 사람이 차량에서 안전하게 내리고 목적지까지 이동하기 위해 마련된 법적 필수시설이기 때문이다. 특히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차량 옆으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휠체어를 내리고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비장애인 차량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 불법으로 주차하거나 주차구역 주변을 막아 이용을 방해하면 단순히 '주차를 잘못한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차에서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날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잠깐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세워 놓은 자동차 한 대가 장애인에게는 병원 진료를 받거나 관공서를 이용하고, 가족과 약속한 장소를 찾는 평범한 일상 자체를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칸의 주차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피켓 캠페인 장면
"양보가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공간"
이번 캠페인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양보'와 '준수'를 구분한 메시지였다. 우리는 흔히 장애인에게 무언가를 양보하는 것을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장애인의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법과 제도로 마련된 공간인 만큼 '좋은 마음이 있으면 지키는 자리'가 아니라 '누구나 지켜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수원시지회는 이날 시민들에게 단순한 불법주차뿐 아니라 주차방해 행위도 위반사항이라는 점을 알렸다. '주차방해 행위는 최대 50만원'이라는 안내 문구를 통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의 진입과 이용을 막는 행위 역시 심각한 문제임을 알렸다.
한영렬 지회장은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은 단순히 주차 공간 하나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이동권과 일상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공간"이라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양보'의 대상이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할 공간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 이동권과 편의시설에 대한 시민 인식개선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 과태료를 안내하고 있다.
거리에서 만나는 '작은 실천'
이날 캠페인은 거창한 행사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인도변에서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에서 거리 캠페인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시민들의 일상 가까이 가져왔기 때문이다.
자동차 운전자라면 주차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하고, 보행자라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바라보며 그 공간이 왜 필요한지 떠올리는 것. 어쩌면 인식개선의 시작은 그처럼 작은 행동일 수 있다.
김현덕 경기도의원은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은 장애인의 일상적인 이동을 위해 꼭 필요한 공간인 만큼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경선 수원특례시의원도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올바른 주차문화를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수원에서 경기도 31개 시·군으로
이번 캠페인은 수원에서만 진행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경기도를 4개 권역으로 나눠 추진되며, 수원이 포함된 1권역을 비롯해 경기도 31개 시·군지회가 참여해 오는 11월 말까지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인식개선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호매실 행정복지센터 사거리에서의 제1차 캠페인
수원시지회는 8월 25일 1차 캠페인에 이어 8월 26일 오전 11시부터 낮 12시까지 수원시청 사거리에서도 2차 캠페인을 진행한다. 수원시 장애인복지과 공무원과 장애인편의시설설치도민촉진단 요원, 협회 회원 등이 참여해 시민들에게 같은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경기도장애인편의시설설치도민촉진단 역시 장애인과 도민들의 편의시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편의시설 설치 촉진과 적정한 유지·관리를 위해 캠페인과 홍보, 계도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결국 이번 캠페인이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발견했을 때 "잠깐 세워도 되겠지"가 아니라 "비워둬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자동차를 세우기 전 단 한 번 더 주변을 살피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호의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다.
8월 25일 호매실동 사거리에서 울려 퍼진 "장애인 주차구역, 잠깐도 안 됩니다"라는 외침도 바로 그 당연한 사실을 시민들에게 다시 알려주는 목소리였다. 주차 한 칸을 비워두는 작은 실천. 그 빈자리가 누군가에게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