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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건너 피워낸 ‘제2의 정원’… 오승주 작가 개인전
수원 팔달구 행궁동 이음갤러리서 31일까지… 들꽃과 일상의 기억에 다시 얻은 삶 담아
2026-08-27 11:12:49최종 업데이트 : 2026-08-27 11:12:45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오승주 작가가 이음갤러리에 전시된 들꽃 작품 앞에 서 있다. 작가는 삶의 큰 고비를 지나 다시 시작한 자신의 작업 세계를 '제2의 정원'이라고 표현한다.

오승주 작가가 이음갤러리에 전시된 들꽃 작품 앞에 서 있다. 작가는 삶의 큰 고비를 지나 다시 시작한 자신의 작업 세계를 '제2의 정원'이라고 표현한다.


연둣빛 풀숲 사이로 흰 들꽃이 피어 있다. 화면 가까이 다가가면 초록과 파랑, 보라와 분홍이 여러 겹 뒤섞이고 그 위로 작은 색점과 붓 자국이 이어진다. 오승주 작가는 이 풍경을 자신의 '제2의 정원'이라고 부른다.

오승주 작가 개인전이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이음갤러리에서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팔달사 청누리 지하 1층에 마련된 전시장에는 들꽃과 야생화, 사람과 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걸렸다.

수원 행궁동 이음갤러리에 마련된 오승주 개인전 전경. 들꽃을 그린 대형 작품부터 소품까지 크기와 소재가 다른 작품들이 벽면을 따라 이어진다.

수원 팔달구 행궁동 이음갤러리에 마련된 오승주 개인전 전경. 들꽃을 그린 대형 작품부터 소품까지 크기와 소재가 다른 작품들이 벽면을 따라 이어진다.


계단을 내려 전시장에 들어서면 연둣빛을 바탕으로 한 들꽃 그림들이 먼저 시선을 끈다. 이어 팥빙수 그릇을 연상시키는 반원형 작품과 고양이, 달마티안을 그린 작은 캔버스가 차례로 등장한다. 큰 작품과 소품이 번갈아 놓이면서 자연 풍경에서 일상의 유쾌한 장면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오 작가가 붓을 잡은 것은 유방암 판정을 받은 뒤였다. 평탄하게 살아오던 일상에 큰 고비가 찾아왔고, 치료 과정에서 몸과 마음을 다스릴 방법을 찾다가 그림을 만났다. 운동처럼 몸을 움직이는 취미도 즐겼지만, 정서적인 평온을 얻는 데에는 그림이 자신에게 잘 맞았다고 했다. 글보다 색과 상상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세계가 넓다는 점도 미술에 빠져든 이유였다. 

오 작가는 "한 번의 힘든 고비를 겪고 죽었다 살아났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그리는 그림들은 저의 '제2의 인생'이자, 저만의 마음을 담아 가꿔 나가는 '제2의 정원'입니다"라고 말했다.

화가로서 처음 캔버스에 옮긴 소재는 사과꽃이었다. 사과는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에서 뉴턴의 사과에 이르기까지 오래전부터 변화와 새로운 시작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로 등장해 왔다. 오 작가에게도 사과꽃은 삶의 방향이 바뀐 자리에서 다시 시작을 알린 꽃이었다.

그는 "저에게 첫 작품이었던 사과꽃은 힘든 고비를 지나 제2의 인생을 피어나게 해준 원동력이었어요. 그 꽃을 가꾸는 마음으로 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분홍빛을 바탕으로 꽃을 표현한 오승주 작가의 작품들. 작가는 어린 시절 보았던 들꽃과 양귀비 등 자연에 대한 기억을 화면에 담는다.

분홍빛을 바탕으로 꽃을 표현한 오승주 작가의 작품들. 작가는 어린 시절 보았던 들꽃과 양귀비 등 자연에 대한 기억을 화면에 담는다.


작품에 등장하는 꽃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도 담겨 있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읜 뒤 산소로 향하던 길에서 보았던 들꽃과 양귀비의 모습이 오랜 시간이 지나 그림 속으로 들어왔다.

전시작 〈양귀비〉는 분홍빛이 겹겹이 쌓인 바탕 위에 흰 꽃과 가느다란 줄기를 올렸다. 꽃의 형태는 알아볼 수 있지만 배경에서는 여러 색과 흔적이 뒤섞여 현실의 들판이라기보다 기억 속 풍경에 가깝게 다가온다. 작가가 실제로 보았던 자연과 오랫동안 간직해 온 감정이 한 화면에서 만난다. 

오승주 작가의 〈여름아 놀자〉. 팥빙수를 연상시키는 푸른 화면 곳곳에 색점과 작은 형상을 배치해 한여름의 유쾌한 상상을 담았다.

오승주 작가의 〈여름아 놀자〉. 팥빙수를 연상시키는 푸른 화면 곳곳에 색점과 작은 형상을 배치해 한여름의 유쾌한 상상을 담았다.


〈여름아 놀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가로 80㎝의 화면을 커다란 팥빙수 그릇처럼 구성하고 푸른색 바탕 위에 흰 점과 빨강, 노랑, 주황 등 작은 색을 흩뿌렸다. 화면 위쪽에는 조그마한 사람과 동물이 얼굴을 내민다. 무더운 여름 팥빙수 안으로 들어가 놀고 싶은 상상을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찻잔 속 고양이를 그린 〈반가운 인사〉와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 들꽃 연작에서 볼 수 있는 밝은 색과 작은 색점들이 동물 그림에서도 이어진다.

찻잔 속 고양이를 그린 〈반가운 인사〉와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 들꽃 연작에서 볼 수 있는 밝은 색과 작은 색점들이 동물 그림에서도 이어진다.


작은 작품에서는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반가운 인사〉에는 찻잔 속에서 얼굴을 내민 고양이가 등장한다. 옆 작품에서는 몸 전체를 알록달록한 색점으로 채운 고양이가 새와 마주한다. 들꽃 연작에서 반복되는 작은 색점과 자유로운 색채가 동물 그림에서도 이어진다.

오승주 작가가 작품 〈여름아 놀자〉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작가는 삶의 힘든 시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자연과 일상을 밝은 색채로 풀어낸다.

오승주 작가가 작품 〈여름아 놀자〉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작가는 삶의 힘든 시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자연과 일상을 밝은 색채로 풀어낸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작품 대부분에서 밝은색이 두드러진다. 병을 겪은 경험에서 시작된 작업이지만 어둡고 무거운 장면을 앞세우지는 않는다. 힘든 시간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그 시간을 지난 뒤 다시 바라본 자연과 일상을 밝은색으로 옮겼다.

오 작가는 "제가 긍정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그림도 어둡거나 칙칙하게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라며 자신의 색에 관해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작업이 들꽃과 야생화의 모습을 화면에 남기는 데 가까웠다면 앞으로는 꽃의 형태를 조금씩 내려놓을 생각이다. 한 송이 꽃 안에 담긴 감정과 기운, 기억을 더욱 자유롭게 풀어내는 반추상과 추상 작업으로 넓혀가고 싶다는 것이다.

"자연과 들꽃을 그리다 보면 정서적인 평화가 찾아와요. 앞으로는 한 송이의 꽃 속에 더 많은 이야기와 오묘함을 담아내는 추상적인 작업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는 한 작가가 삶의 큰 고비를 지나 그림을 만나고, 자신만의 색과 풍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품 속 들꽃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기도 하고, 팥빙수와 고양이는 지금의 일상을 즐기는 유쾌한 상상이 된다. 그 하나하나가 모여 오승주 작가가 다시 가꾸기 시작한 '제2의 정원'을 이룬다.

이음갤러리 벽면을 따라 오승주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이 이어져 있다. 대형 들꽃 작품과 작은 동물 그림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이음갤러리 벽면을 따라 오승주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이 이어져 있다. 대형 들꽃 작품과 작은 동물 그림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행궁동을 걷다 잠시 전시장에 들어서면 화려한 색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꽃과 사람, 동물들을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오승주 개인전 리플릿. 작가의 들꽃 작품을 표지 이미지로 사용했다.

오승주 개인전 리플릿. 작가의 들꽃 작품을 표지 이미지로 사용했다.


○ 전시명 : 오승주 개인전(OH SEUNG JU Solo Exhibition)
○ 기간 : 2026. 8. 15. ~ 8. 31.
○ 장소 : 이음갤러리(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68, 팔달사 청누리 지하 1층)
○ 관람 시간 : 11:00 ~ 18:00
○ 휴관 : 매주 월요일
강남철님의 네임카드

이음갤러리 , 오승주 작가, 수원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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