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 쇼핑백 접기 자활 현장
"사각, 사각"
8월 25일 오후 2시, 수원시 팔달구 갓매산로에 있는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 작업실. 사람들의 말소리보다 먼저 들리는 것은 쇼핑백을 접는 손의 움직임이었다. 펼쳐진 종이 쇼핑백을 받아 접고, 모양을 잡고, 차례로 쌓아 올리는 작업. 얼핏 보면 단순한 반복 작업이지만 참여자들의 손끝에는 저마다 지나온 시간과 다시 살아가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듯했다.
이날 자활근로 프로그램에는 13명이 참여했다. 참여 정원은 13명이지만, 작업실을 찾은 참여자들은 누구 하나 흐트러짐 없이 각자의 자리에 앉아 묵묵히 손을 움직였다. 완성된 쇼핑백은 하나둘 쌓여 갔고, 조용한 작업실에는 작은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의 성실함이 차분하게 흐르고 있었다.
'쇼핑백 접기'는 단순한 일거리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몸을 움직이며 생활 리듬을 되찾고, 정해진 시간에 일을 시작해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회생활의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작은 일 하나를 해냈다는 경험이 다음 일을 향한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그 자신감은 결국 삶을 다시 세우는 힘이 된다.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거리에서 위기에 놓인 사람들의 상담과 시설 연계에서부터 의료·주거·일자리 지원까지 지역사회 복귀를 돕는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의 주요활동은 노숙인 초기상담, 시설입소, 의료지원, 고용지원, 주거지원 등이다.

이들은 묵묵히 쇼핑백을 접으며 자활이라는 근로의지를 다지고 있다.
"일취업과 자립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과정"
안재금 센터장은 이날 쇼핑백 접기 프로그램을 "일자리로 나아가기 위한 첫번째 단계의 근로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알코올 문제나 정신적인 어려움, 신체 질환 등으로 일반적인 일자리에 바로 참여하기 어려운 분들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높은 수준의 일을 맡기기보다는 우선 몸을 움직이고 손발을 사용하면서 근로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센터가 자활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도 단순히 참여자에게 수입을 제공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일정한 시간에 참여하고, 맡은 일을 끝까지 수행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과정 속에서 근로습관과 책임감, 그리고 생활의 활력을 되찾도록 돕는 것이 더욱 중요한 목적이다.
안 센터장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상위 단계의 일자리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낮은 단계의 근로를 경험한 뒤에는 거리특화사업이나 코레일 자활사업, 지역자활센터 등 보다 다양한 일자리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자리의 사다리를 한 단계씩 올라가는 것입니다."

안재금 센터장은 자활근로 프로그램을 취업과 자립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자리만으로 자립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를 위해 금주를 실천하고 건강을 회복하며, 자신의 삶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경제적 기반과 안정적인 주거를 마련하는 과정이 함께 이어져야 한다. 센터가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목표 역시 분명하다. 일자리를 통해 경제적 기반을 만들고, 안정된 주거를 마련해 지역사회 주민으로 당당하게 정착하도록 돕는 것이다. 수원특례시는 노숙인 지원제도를 통해 주거·급식·의료·고용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와 자활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며, 수원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는 이러한 지역사회 안전망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쇼핑백을 접으며 자신의 삶을 다시 펼칠 준비를 단단히 한다
"밖에서는 일하기 어려웠는데, 여기서는 다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이날 작업에 참여한 45세 남성 이모 씨는 지난 7월 13일 센터에 입소했다. 2년 전 뇌경색을 겪은 뒤 편마비 증상이 남아 있어 일반적인 일자리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몸의 불편함은 곧 생활의 위축으로 이어졌고, 다시 일을 시작한다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러던 중 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며 자활근로사업 참여를 권유받았고, 이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밖에서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여기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몸을 움직여 일을 하니까 생활에 다시 활기가 생겼습니다." 한 달 남짓 쇼핑백 접기 작업에 참여하면서 그의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생겼다. 다리가 불편하지만 걷는 데 큰 지장이 없고, 쇼핑백을 접는 작업 역시 자신의 힘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작은 일이라도 맡으면 최선을 다해 하고 싶습니다." 짧지만 단단한 말이었다.

센터에 전시 돼 있는 작품들
이씨가 그리는 앞으로의 목표도 구체적이다. 일자리를 통해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적금을 들어 일정한 돈을 모은 뒤 LH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것이다. "여기서 하는 일은 힘에 부치지 않고, 선생님들도 편하게 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자신의 마음속에 생긴 변화를 조용히 털어놓았다.
"요즘 느끼는 것은 '나도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구나' 하는 것입니다. 나 자신에게서 작은 불씨를 봤고 희망의 꽃도 보았습니다. 다시 시작하면 되겠구나, 나도 이제 잘 풀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쇼핑백 하나를 접는 일이 그에게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었다. 그것은 멈춰 있던 삶을 다시 움직이는 일이었고, 자신에게 아직 남아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상담에서 의료·주거·고용까지…'다시서기'를 함께 돕다
센터의 지원은 자활근로에만 머물지 않는다. 센터는 위기 상황에 놓인 사람을 대상으로 초기상담과 정보 제공, 시설 연계에서부터 의료·주거·고용·문화활동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지원을 단계적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다. 갑작스럽게 노숙 위기에 놓인 사람에게는 상담과 일시보호, 병원과 시설 연계가 이뤄지고, 이후 필요한 사람에게는 주거와 의료, 자활과 취업 지원이 이어진다.

김현주 사회복지사
센터에서는 시설입소와 임시주거지원, 병원연계, 일자리연계 등을 통해 노숙인의 지역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 김현주 사회복지사는 노숙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다시 생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주거와 식사, 상담, 자활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에서는 기본적인 생활 지원과 함께 자활 프로그램 참여를 돕고, 일정한 과정을 거친 뒤에는 임시주거와 주거 지원제도를 연계해 보다 안정적인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김 사회복지사에게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도 있다. 처음에는 매우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부족했던 한 참여자가 난타 심리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공연에 참여하고, 이후 일자리를 얻어 생활 기반을 마련한 끝에 LH 주택에 입주해 정착한 사례다. "처음에는 자신감이 없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달라졌고, 결국 일을 시작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에게 자활은 단순히 '직장을 얻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다시 관계를 맺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며,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돌아오는 과정이었다. 센터에서 강조하는 인문학교육 역시 이러한 '다시서기'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노숙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자존감과 자립심을 회복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새로운 삶의 의지를 찾도록 돕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 홍보물
김 사회복지사는 시민들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부탁했다. "노숙 상태에 놓인 분들 가운데에는 본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개인적 사정과 여러 가지 삶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활에 참여하고 다시 일어서려는 분들을 편견 없이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자활의지를 다지며 미래 희망의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얼굴 대신 손으로 전해진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
이날 현장에서는 참여자들의 얼굴을 촬영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장의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펼쳐진 쇼핑백을 받아 접는 손, 접힌 부분을 눌러 모양을 잡는 손, 완성된 쇼핑백을 옆으로 옮기는 손. 말없이 반복되는 손동작 속에는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묵묵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노숙 상태에서 벗어나 자립하기까지의 길은 결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생활 리듬을 회복하고, 작은 일을 해내는 경험을 쌓으며, 다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렇게 쌓인 작은 성공은 더 큰 일자리로 이어지고, 경제적 기반과 안정된 주거, 그리고 지역사회 정착으로 연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작업실에 놓인 쇼핑백은 단순한 종이봉투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손의 증거였고, 누군가에게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연습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첫 번째 계단이었다.

노숙인 임시보호시설 꿈터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자활근로는 단순히 일거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맡은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활 리듬과 근로 습관을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8월 25일 작업실에서 만난 13명의 참여자들은 말없이 쇼핑백을 접고 있었다. 작아 보이는 손놀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을 시작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첫걸음이었다.
상담 및 문의
-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 031-238-8579
- 꿈터(노숙인임시보호시설) 031-207-66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