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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장의 그림, 우리 동네 작은 미술관이 되다
주민 8명이 그린 그림으로 채운 일상의 공간..해늘작은도서관 ‘도서관 속 작은 미술관’
2026-09-01 13:27:16최종 업데이트 : 2026-09-01 13:27:12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혜정
도서관속 미술관 전시 홍보 포스터

도서관속 미술관 전시 홍보 포스터


아파트 안 작은도서관의 벽에 그림이 하나둘 걸렸다. 전문 작가의 작품도, 유명 화가의 그림도 아니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그 책 속에서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찾아 직접 캔버스에 옮긴 주민들의 작품이다.
 
강사와 수업 참가자들 단체사진

강사와 수업 참가자들 단체사진


8월 31일 오후, 광교 자이앤자이 3차 '해늘작은도서관'에서는 <도서관 속 작은 미술관>프로그램의 마지막 전시를 둘러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전시된 작품은 지난 7월부터 진행된 수업에서 주민들이 완성한 그림들이다. 수업은 마무리됐지만 작품은 이날부터 한 달간 도서관에 전시돼 도서관을 찾는 주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7월 6일과 13일, 방학기간을 거쳐 8월 24일과 31일 모두 네 차례 진행됐다. 참여자는 아파트 입주민 6명과 광교지역 주민 2명 등 모두 8명이다. 학부모 참여자가 많아 아이들의 방학기간에는 정규 수업 대신 각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시간으로 운영했다. 

수업은 전애희 강사가 기획하고 진행했으며, 서양화를 전공한 진희정 협력강사가 함께했다. 두 사람 모두 해늘작은도서관의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진희정 강사가 회화의 이론과 실기 지도를 맡으면서 그림을 처음 접하는 주민들도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는 도슨트 체험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는 도슨트 체험


수업의 시작은 의외로 캔버스가 아니라 도서관의 책장이었다. 참여자들은 수많은 책 가운데 한 권을 고르고, 그 안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이나 이미지를 찾아 자신의 작품 소재로 삼았다. 스케치하고 색을 입힌 뒤에는 작품에 담긴 생각과 기억을 캡션으로 적었다. 마지막에는 자신이 그린 작품을 직접 소개하는 도슨트가 되어 '그리기-쓰기-말하기'로 이어지는 경험을 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전애희 강사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주민들이 문화와 예술을 함께 누리고 소통하는 생활문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수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7년째 해늘작은도서관에서 봉사하며 도서관을 찾는 주민들이 한정적인 것이 아쉬웠고, 문화예술을 매개로 더 많은 주민이 도서관을 찾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마지막 차 시 수업을 진행 중인 전애희 강사

마지막 차 시 수업을 진행 중인 전애희 강사


전 강사에게는 이번 프로그램이 자신의 성장 과정과도 닿아 있다. 아이들의 교육과 부모 역할에 관한 수업을 듣기 위해 처음 도서관의 문을 두드렸고, 육아로 지쳤던 시기에 도서관에서 여러 수업을 접하며 하나씩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문화예술 관련 교육과 양성과정을 거쳐 미술관 도슨트가 됐고, 유치원 원감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유아동 예술교육도 기획하고 있다. 미술에세이 공저자로 참여한 데 이어 현재는 자신의 문화예술 브랜드 '아트랩뚤레뚤레'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그린 그림 앞에서 책 속 페이지를 펼쳐 든 수강생

자신이 그린 그림 앞에서 책 속 페이지를 펼쳐 든 수강생


전시에서 만난 수강생 이덕숙 씨의 표정에서도 이번 수업이 남긴 의미를 엿볼 수 있었다. 학창 시절 이후 붓을 잡아본 적이 없었던 이 씨는 스스로를 '미술 문외한'이라고 했다. 미술을 못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해 일종의 '미술 알레르기'가 있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을 완성한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붓터치 하나하나 할 때마다 '어머, 이걸 내가 할 수 있네' 싶었어요."
이 씨는 수업을 시작할 때와 마지막의 변화가 "엄청 많다"고 말했다. 옆에서 선생님이 격려하고 좋은 말을 해주며 이끌어 준 덕분에 한 작품을 끝까지 완성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또 다른 변화도 경험했다. 평소 한 가지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캔버스에 붓을 움직이는 동안만큼은 다른 생각을 내려놓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 최근 자신이 한 일 가운데 이렇게 집중해서 열심히 해본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좋아하는 감정'을 다시 느꼈다는 이야기였다. 나이가 들수록 좋거나 싫은 감정을 크게 표현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살아가게 되는데, 선생님의 칭찬을 들으며 기쁘고 좋아하는 자신의 감정을 새삼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웃으며 덧붙였다. "나이 들어서도 이렇게 좋은데, 아이들이 하면 얼마나 더 좋겠어요."

전시된 작품 옆에 붙은 캡션에는 참여자들의 그림만큼이나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특별하고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에게 소중했던 기억과 좋아했던 순간, 마음에 남은 장면들이었다.

작품 수가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독서실처럼 다소 삭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 도서관 벽면을 주민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채우자 공간의 표정도 달라졌다. 책을 읽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마주하는 것은 빈 벽이 아니라 이웃이 그린 한 장의 그림이었다. 잠시 그림을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독서처럼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도서관 속 작은 미술관'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 그린 그림을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평범한 주민들이 책 한 권에서 출발해 직접 붓을 들고 완성한 결과물을 이웃과 나누는 전시라는 점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작품 하나하나에는 참여자의 노력과 발견, 그리고 기억이 고스란히 남았다.

전애희 강사와 수업을 들은 수강생

전애희 강사와 수업을 들은 수강생
 

책을 읽는 곳에서 그림을 만나고, 그림을 그리며 자신을 돌아보고, 완성된 작품을 통해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광교 자이앤자이 3차 해늘작은도서관의 작은 벽면은 그렇게 주민들의 삶과 기억이 머무는 '작은 미술관'이 됐다. 수업은 끝났지만 전시는 한 달간 계속된다. 도서관을 찾는 주민들이 책장 사이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웃의 그림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만나보는 시간도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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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늘작은도서관, 작은도서관프로그램, 작은미술관, 문화예술교육, 생활문화공간, 전애희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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