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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도서관, 고규홍 작가특강 ‘나무와의 공생’
홀로 아름다운 생명은 없다 ‘共生의 눈으로 다시 만난 자연’
2026-09-04 14:38:00최종 업데이트 : 2026-09-04 14:37:59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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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도서 전 진지한 강습풍경
지난 1일 비가 조용히 나리는 아침. 일월도서관에서는 40여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나무학자의 진솔한 강연이 펼쳐졌다. 이날의 연사인 고규홍 나무인문학자는 국문학을 전공하였고 중앙일보에서 12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기자생활을 접고 우연히 천리포식물원을 찾았다가 숲의 고요와 아름다움에서 또 다른 세계를 접한 이후 나무인문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수많은 저서도 집필하였다. 나무 인문학자 고규홍 작가는 이날 강연에서 '공생'을 키워드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풀어냈다. 단순히 나무의 이름과 생태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홀로 아름다운 생명은 없다"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돌아보게 했다.
풀과 구름과 나의 촌수를 헤아리다
성묘가서 풀을 베었다 풀을 베며 생각했다 이 풀과 나는 몇촌쯤이나 될까 (중략) 풀을 벤 자리마다 후욱 아찔한 향기가 돋아났다 (중략) 풀물이 든 면바지차림으로 선산을 내려오며 생각했다 산위에 걸린 구름 저 그름과 나 사이에도 머언 촌수가 있을 것 같다고 (하략)
강연은 손택수 시인의 시 「풀과 구름과 나의 촌수를 헤아린다」로 시작됐다. 풀을 베며 문득 자신과 풀의 '촌수'를 생각하는 시인의 시선처럼, 인간 역시 자연과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설명이다.
고 작가는 생명의 역사를 보여주는 '계통수'를 통해 이 관계를 설명했다. 약 35억 년 전 처음 탄생한 생명에서 수많은 생명이 분화해 오늘날의 동물과 식물, 균류 등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서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하나의 생명에서 출발했다. 고규홍 나무인문학자가 강의 하고 있다 계통수에 대해 설명하다. 생명은 35억년전 처음 탄생하였다.
강연에서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목련 이야기였다. 고 작가는 목련을 '1억 4천만 번의 봄을 불러온 꽃'이라고 표현했다. 약 1억 4천만 년 전 등장한 목련은 당시 활발하지 않았던 벌과 나비 대신 딱정벌레를 수분 매개자로 활용했다. 딱정벌레가 꽃을 갉아먹는 특성에 맞춰 목련은 두껍고 질긴 꽃잎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꽃은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피는 것이 아니다. 꽃가루를 옮기고 다음 세대를 이어가기 위해 수많은 생명과 관계를 맺어온 생존의 장치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꽃의 색과 모양 뒤에는 수백만 년, 수천만 년에 걸친 생명의 전략이 숨어 있는 셈이다.
동백나무와 동박새의 관계도 같은 맥락에서 소개됐다. 식물은 아무에게나 자신의 꿀과 꽃가루를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파트너를 선택하고, 그 관계 속에서 생존을 이어간다. 무화과나무와 작은 벌이 지켜온 약속 후반부에는 무화과나무와 무화과좀벌의 놀라운 공생 이야기가 이어졌다. 약 9천만 년 전부터 존재해온 무화과나무와 작은 벌은 오랜 시간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가 되어왔다. 무화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작은 벌은 좁은 입구를 통과하며 날개가 찢어지고 몸이 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고 작가는 이를 '1억 년의 약속'이라고 표현했다. 수천만 년 동안 이어진 이 관계는 자연의 생존이 경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공생의 힘으로도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명 다윈의 난초. 공진화 찰스다윈의 원서를 이해시키다 프로그램 포스터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노래' 강연의 마지막 메시지는 조용하지만 오래 남았다. 사람들은 식물을 보면 가장 먼저 "이 나무 이름이 뭐예요?"라고 묻는다. 그러나 고 작가는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식물의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그들의 노래'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름을 넘어 그 생명이 살아가는 방식과 다른 생명과 맺는 관계를 이해하고, 오래 바라보며 교감해야 비로소 자연의 진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강사가 출제한 퀴즈의 답 딱정벌레를 맞히신 는 전재임님은 "수년전부터 자연과 숲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오늘 값진 내용을 많이 들었다. 이런 고급진 강연을 도서관에서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하신디. 또 다른 시민 숲해설가이신 오혜영님은 "아는 분의 추천으로 강연을 들었는데 정말 지구를 살아가는 생명공동체로서 나무와 다른 생명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남은 강연도 무척 기대가 된다"라고 소감을 전한다.
결국 이날 강연은 나무를 배우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나무 한 그루는 결코 혼자 서 있지 않는다. 흙과 물, 햇빛과 곤충, 새와 미생물 그리고 수많은 생명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홀로 아름다운 생명은 없다." 이 문장처럼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져야 할 것이다. 다음에 길을 걷다 나무 한 그루를 만나거든 이름부터 묻기보다 잠시 멈춰 오래 바라보자. 어쩌면 그동안 듣지 못했던 나무의 노래가 그 자리에서 조용히 들려올지도 모른다.
이 강연은 세 번의 강연이 더 있은 뒤에 다 같이 영흥수목원 탐방계획도 있어서 더욱 값진 시간이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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