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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청년이라면 매주 금요일 무료! 수원시립미술관 전시회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현대미술가 패트리샤 피치니니의 국내 국공립 미술관 첫 대규모 개인전, 젊은 관람객을 사로잡은 이유
2026-09-07 15:05:56최종 업데이트 : 2026-09-07 15:05:50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청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진 수원시립미술관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전시장.

청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진 수원시립미술관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전시장.


평일 낮 수원시립미술관 전시장에 들어서니 청년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작품 앞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고,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전시를 살펴보는 모습도 보인다. 주말도 아닌 평일, 청년들은 왜 이곳을 찾았을까?

수원시는 매주 금요일을 '청년 문화의 날'로 운영하고 있다. 만 19세부터 39세까지 청년이라면 수원시립미술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평소 미술관을 자주 찾지 않던 이들에게도 전시를 만날 기회가 된다.

이번 만난 전시는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이다. 국내 국공립 미술관에서 처음 열리는 패트리샤 피치니니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인간과 동물, 기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인다. 청년들이 찾은 이유를 따라 전시장을 둘러보니, 왜 이 작품 앞에서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지도 알게 되었다.

인간과 낯선 생명체가 서로 기대고 보듬는 다정한 관계를 마주하다.

인간과 낯선 생명체가 서로 기대고 보듬는 다정한 관계를 마주하다.


피치니니의 작품은 처음 마주하면 익숙한 모습과 거리가 멀다. 인간과 동물의 모습이 한 몸에 섞인 생명체부터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피부와 표정까지, 어디에서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잠깐 보고 지나치게 되지는 않는다. 낯설고 기괴한 모습인데도 자꾸 바라보게 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작품 가까이 다가가면 처음 느꼈던 거리감이 조금씩 달라진다. 낯선 생명체를 품에 안고 돌보는 사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누군가에게 기대어 편안하게 잠든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리라. 외형만 보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인데, 그 곁에 놓인 이야기는 오히려 익숙하다. 돌봄과 애정,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작품 안에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바라보는 동안 처음의 경계심은 조금씩 누그러진다. '무섭다'고 생각했던 존재에게 어느 순간 마음이 쓰이고, 가만가만 바라보게 된다. 피치니니는 낯선 생명체를 통해 우리가 겉모습만 보고 상대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피부와 머리카락까지 살펴보며 극사실적인 표현을 들여다보는 순간!

피부와 머리카락까지 살펴보며 극사실적인 표현을 들여다보는 순간!


남편과 함께 작품을 보다 보니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가 있었다. 피부의 질감이며 머리카락, 손끝까지 살펴보게 되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관람객들도 마찬가지다. 멀리서 작품 전체를 바라보기보다 가까이 붙어 세세한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다. 말 그대로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모습인 것!

그렇게 가까이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이 따라온다. 인간과 동물의 모습이 섞이고, 기계와 생명체의 경계까지 흐려진 작품 속 세계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새로운 생명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지금, '앞으로 우리는 어떤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게 될까?'라는 질문도 남는다.

멀리서 보면 상상 속 생명체이지만 가까이에서는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패트리샤 피치니니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를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깨어나다부터 유대하다 코너까지! 낯선 존재와 함께 살아갈 미래를 상상해보는 순간이다.

'깨어나다'부터 '유대하다' 코너까지! 낯선 존재와 함께 살아갈 미래를 상상해보는 순간이다.


전시를 통틀어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던 곳은 3부 《유대하다》였다. <유대>, <킨드레드>, <안식처> 등 작품을 차례로 바라보다 보니 앞에서 보았던 작품들과는 또 다른 이야기가 느껴진다. 낯선 생명체와 사람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남편과는 "만약 이런 존재가 우리 곁에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을 보며 시작한 대화였지만 어느새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시간들.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지, 함께 살아가려면 어떤 마음이 필요할지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같은 작품을 바라보면서도 떠올리는 생각은 조금씩 달랐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내 생각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들, 작품 하나를 두고 이렇게 오래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도 이 공간이 특별하게 남았다.

인간과 동물, 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진 생명체를 통해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경계가 허물어진 생명체를 통해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패트리샤 피치니니의 작품에는 유전자 기술과 인공지능, 기후 변화처럼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문제들이 담겨 있다. 인간과 동물의 특징이 뒤섞인 생명체를 바라보고 있으면 기술이 빠르게 달라진 뒤의 세상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마음에 남는 장면이 따로 있다. 낯선 생명체를 품에 안고 있는 사람의 손길, 곁을 지키는 몸짓, 서로 기대어 쉬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온기이다. 생김새는 달라도 상대를 살피고 아끼는 마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 전시가 던지는 이야기는 기술의 발전에만 머물지 않는다. 새로운 존재가 우리 곁에 들어왔을 때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지, 나와 다른 상대를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한다. 낯선 생명체를 바라보며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은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이었다.

작가의 이야기를 살펴보고 다양한 활동으로 전시에 참여해보는 5전시실.

작가의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살펴보고, 다양한 활동으로 전시에 참여해보는 5전시실.


1층 2전시장에서 시작한 관람은 2층을 지나 다시 1층 5전시실에 이르러 마무리된다. 마지막 공간에 들어서고 나니 앞에서 보았던 작품들이 하나씩 다시 연결되기 시작했다. 작가 인터뷰와 참고 자료, 관람객들이 참여해 남긴 결과물을 살펴보면서 작품을 바라보던 내 생각도 조금씩 정리되었다.

특히 작품만 볼 때와 작가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본 뒤에는 전시를 이해하는 방향이 달라졌다. 왜 이런 생명체를 만들었는지, 왜 사람과 함께 있는 장면을 보여주는지 알게 되면서 앞서 지나온 작품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처음에는 눈앞의 생김새에 집중했다면 마지막에는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존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돌아보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존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돌아보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된다.


전시장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 듯했지만, 머릿속에 남은 것은 처음과 달랐다. 처음에는 낯선 생명체의 생김새에 시선이 갔다면, 마지막에는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까지 함께 떠올랐다. 작품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보낸 시간이 쌓이면서 전시의 흐름도 비로소 하나로 이어졌다.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을 보고 나면 작품의 크기나 생김새만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가까이에서 살펴봤던 피부와 머리카락, 눈빛과 표정, 서로 기대어 있던 장면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처음에는 '이게 무엇이지?'라는 생각으로 바라봤다면, 전시를 마친 뒤에는 '이 존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라는 생각이 남는다.

낯설었던 생명체가 마지막에는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존재가 되었다. 아마도 이번 전시가 오래 기억될 이유는 여기에 있는 듯하다.

9월에 만나는 참여 프로그램과 무료 공연, 놓치면 아쉬운 전시 소식까지(사진 출처 : 수원시립미술관)

9월에 만나는 참여 프로그램과 무료 공연, 놓치면 아쉬운 전시 소식까지(사진 출처 : 수원시립미술관)


전시장을 나설 무렵에도 로비와 전시장 곳곳에는 젊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작품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일. 각자의 방식으로 전시를 즐기는 모습은 문화예술이 더 이상 특별한 날에만 찾는 경험이 아님을 보여준다. 평일 낮 미술관이 이렇게 활기찰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반갑게 다가왔다.

이 같은 풍경 뒤에는 수원시의 '청년 문화의 날' 정책이 있다. 수원시는 매주 금요일 만 19세부터 39세까지의 청년들에게 수원시립미술관을 비롯해 수원박물관, 수원광교박물관, 수원화성박물관, 화성행궁 등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문화시설을 향한 문턱을 낮추자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발걸음도 늘어나고 있었다.

청년이 아니어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수원시립미술관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무료 관람을 운영하고 있으며, 추석 당일 무료 개방과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올가을,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특별한 전시 한 편이 궁금하다면 수원시립미술관으로 향해보는 것도 좋겠다.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전시 기본 정보]
○ 주소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4 수원시립미술관
○ 운영시간 : 화요일~일요일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 주차 : 미술관 지하주차장 이용 가능(관람권 소지자 2시간 무료)
○ 문의 : 031-5191-3800
○ 누리집 : https://suma.suw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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