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휘파람 불며> 음악에 맞추어 모기 잡는 동작을 하며 건강체조를 하고 있다.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를 부려서 무엇하나."
흥겨운 우리 민요 '태평가'가 울려 퍼지자 권선노인대학 강당에 어르신들의 손수건이 일제히 펄럭였다. 손을 좌우로 흔들고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풀다 보니 굳어 있던 표정에도 어느새 웃음이 번졌다. 9월 8일 오후 3시, (사)대한노인회 수원시권선구지회(지회장 김병문) 부설 권선노인대학(학장 윤상기)이 처음 시도한 '건강체조와 포크댄스' 체험수업이 3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수업에는 수강생 67명 가운데 57명이 참석했다. 남성 어르신 14명, 여성 어르신 43명으로, 70~80대 수강생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90대 여성 어르신 한 분도 건강한 모습에 눈길을 끌었다. 어르신들은 음악이 시작되자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 하며 수업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이는 숫자일 뿐, 음악과 움직임 앞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학생이었다. 이번 수업은 건강체조와 포크댄스를 접목해 어르신들이 부담 없이 몸을 움직이고, 음악을 통해 즐거움과 활력을 느낄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번 프로그램은 이영관 강사가 맡았다.
포크댄스의 기본 스텝을 즐겁게 익히고 있다.
손수건 하나에 담은 '태평가'의 긍정 에너지
수업의 첫 순서는 준비운동을 겸한 손수건 체조였다. 우리 국악 민요 '태평가'에 맞춰 손수건을 양손에 들고 천천히 팔을 올리고 내리며 몸을 풀었다. 단순한 체조였지만 익숙한 민요 가락이 더해지자 어르신들은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이영관 강사는 "태평가의 가사처럼 우리 삶도 너무 짜증 내고 성화를 부리기보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면 좋겠다"며 "건강은 몸만 움직인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마음을 갖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래 들고양이의 '십오야'가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음악에 맞춰 구분동작, 연속동작, 전체동작으로 이어가며 본격적인 준비운동을 했다. 처음에는 동작을 하나씩 익히던 어르신들도 음악이 반복되자 점차 동작의 흐름을 연결했다. 간주 음악 때에는 '가위바위보와 손뼉' 동작으로 서로를 바라보면서 박자를 맞추어 체조를 했다.
독일의 민속춤을 추면서 양팔로 하트 표시를 하고 있다.
독일 '킨더 폴카'에 어르신들, 초등학생이 되다
준비운동이 끝나고 드디어 포크댄스 시간이 시작됐다. 첫 곡은 독일의 포크댄스 '킨더 폴카(Kinder Polka)'였다. '킨더'라는 이름처럼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표현하는 춤이다. 파트너와 마주 서서 '멋쟁이', '사랑해', '최고야'를 표현하는 동작을 하자 강당에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70~80대 어르신들이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춤을 잘 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서로 마주 보고 웃고, 손짓으로 마음을 표현하며 함께 움직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강사는 "포크댄스는 혼자 잘 추는 춤이 아니라 파트너와 함께 호흡하고 서로 배려하는 춤"이라며 "오늘 처음 만난 동작이라도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즐겁게 따라 해보자"고 격려했다.
우리 가요에 맞추어 맞추어 웰빙체조를 하고 있다.
"휘파람 불며" 동심으로 돌아가 낚시하고 모기 잡고
두 번째 포크댄스는 미국 민속춤 '휘파람 불며'였다. 여름캠프에서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친숙하고 재미있는 동작들이 이어졌다. 수영하듯 팔을 움직이고, 낚싯줄을 힘껏 던지는 동작을 표현했다. 모기를 잡는 동작에서는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모기 잡아 손바닥에 놓고 바닥 치고 '후∼' 불고!" 강사의 설명에 어르신들도 동작을 더욱 크게 표현했다. 특별한 소품이나 넓은 공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음악과 몸, 그리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만 있으면 충분했다. 강당은 어느새 노인대학 강의실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마당으로 변했다. 어르신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서로의 동작을 바라보며 웃었다.
"아는 단계에서 좋아하는 단계, 즐기는 단계로"
이날 이영관 강사는 어르신들에게 '취미의 3단계'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취미에는 아는 단계가 있고, 좋아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높은 단계는 즐기는 단계입니다." 무언가를 알고 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좋아하게 되고, 마침내 그것을 생활 속에서 즐기는 단계까지 나아가자고 했다.
수업 정리 단계에서 우애의 원진을 하고 있다.
건강체조와 포크댄스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동작을 몰라 어색하지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음악을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음악만 들어도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즐기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 강사는 "노년의 취미는 잘하는 것보다 꾸준히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음악을 듣고 몸을 움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결국 건강한 노년을 만드는 좋은 습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우애의 원진'…함께한 즐거움을 인사로 마무리
수업의 마지막은 '우애의 원진'이었다. 참가자들은 원을 만들어 함께 움직이며 이날 배운 동작들을 상기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관객에게 인사하는 동작까지 연습했다. 한 시간 남짓한 체험수업이었지만 강당에는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다른 활기가 가득했다. 단순히 체조 몇 동작과 포크댄스 몇 곡을 배운 시간이 아니라, 음악을 매개로 서로 웃고 소통하며 몸과 마음을 움직인 시간이 됐다.
권선노인대학 윤상기 학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이 보다 즐겁고 활기찬 노년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수업에 참여한 박명숙 어르신은 "처음에는 포크댄스라고 해서 어려울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재미있고 웃음이 난다"며 "집에 가서도 오늘 배운 동작을 한번 복습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에 위치한 사)대한노인회 수원시권선구지회
또 학생회장 백기진 어르신은 "나이가 많아도 음악이 나오면 몸이 움직인다"며 "다 같이 하니까 혼자 운동할 때보다 훨씬 즐겁다"고 말했다. 이번 체험수업은 권선노인대학에서 처음 시도한 '건강체조와 포크댄스'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운동과 취미, 음악과 친교를 한데 묶어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고 웃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90대 어르신을 비롯한 참가자들의 반짝이는 눈빛이었다. 새로운 동작을 배우는 호기심, 파트너와 마주 보며 웃는 즐거움, 음악이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활기찬 표정은 나이가 들어도 배움과 즐거움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줬다.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라는 태평가의 가사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은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을 듣고, 손수건 하나를 흔들고, 옆 사람과 손을 맞잡고, 함께 웃으며 춤추는 것. 9월의 어느 오후, 권선노인대학 강당에서 어르신들은 그렇게 몸을 움직이며 건강을 얻고, 음악을 즐기며 청춘을 되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