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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뉴지엄에서 만나는 특별한 협업
산업 현장의 재료와 노동의 이야기가 예술로
2026-09-12 11:47:07최종 업데이트 : 2026-09-12 11:47:05 작성자 : 시민기자   양수경
산업폐자재와 식물로 만든 작품

산업폐자재와 식물로 만든 작품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던 재료와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예술을 만나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고색뉴지엄에서 9월 10일부터 10월 11일까지 열리는 <고색찬란: 산업이 예술이 되는 순간>은 산업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익숙했던 산업 현장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협업 전시다. 산업은 제품을 만들고 예술은 그 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번 전시는 산업 현장에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과 노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문화예술로 이어낸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고색뉴지엄은 수원산업단지의 폐수처리시설로 계획됐던 공간을 재생해 탄생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산업단지와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 공간인 만큼 산업의 역사와 기억을 문화예술로 이어간다는 의미를 지닌다. 오랜 시간 산업 현장에 축적된 기술과 노동,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예술을 통해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작가들은 산업단지 내 5개 기업의 생산 현장을 직접 찾아가 생산 공정을 살피고, 현장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에게 재료와 작업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예술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던 생산 현장을 직접 마주한 작가들은 그곳에서 새로운 창작의 재료와 영감을 발견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생산 과정에서 남겨진 자투리 재료다. 산업 현장에서는 생산을 위해 사용된 뒤 쓰임을 다한 재료였지만,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형태와 질감을 가진 창작의 소재였다. 작가들은 현장을 둘러보며 이러한 재료에 관심을 보였고,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평소라면 버려졌을 재료를 작가들에게 챙겨주기도 했다.

노동자들로서는 익숙한 일터에서 늘 보아왔던 재료가 과연 어떤 모습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날지 궁금했을 것이다. 생산 현장에서 사용되던 재료가 예술가의 손을 거쳐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은 노동자들에게도 자신들의 일터와 재료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작가들이 창작의 재료를 발견하는 순간과 현장 노동자들이 그 재료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하는 순간이 만나면서 산업과 예술의 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산업현장 직원들이 그린 작업 도구들

산업현장 직원들인 그린 작업 도구들


이 과정에서 산업 현장과 예술가 사이의 시선도 달라졌다. 작가들은 생산 현장에서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기업과 노동자들은 평소 익숙했던 일터와 기술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매일 반복되는 생산 활동 속에서는 쉽게 지나칠 수 있었던 재료와 공간, 작업 과정이 예술적 관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 것이다. 

결국 이번 전시는 단순히 산업재료를 활용해 만든 작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산업 현장에서 축적된 기술과 노동의 경험을 예술적 언어로 기록하고, 서로 다른 영역에 있던 기업과 노동자, 예술가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통해 만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

폐방진복으로 만든 드레스

폐방진복으로 만든 드레스


<고색찬란>에는 가영, 구동하, 김경지, 김지연, 라미, 안진호, 윤지훈, 이주형, 이화섭, 추가디  작가가 참여했다. 각 작가는 산업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서로 다른 작업 세계를 가진 작가들이 산업이라는 공통의 공간에서 출발해 어떤 작품을 만들어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다. 

이번 전시는 산업과 예술이 서로 다른 세계가 아니라는 사실도 보여준다. 산업은 생산을 통해 우리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내지만, 그 과정에는 사람의 기술과 노동, 시간과 경험이 함께 축적된다. 예술은 바로 그 지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제품으로 완성되기 전후의 재료와 생산 과정, 그리고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험이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되는 것이다.

특히 버려질 수도 있었던 자투리 재료가 작품의 재료가 된다는 점은 이번 프로젝트가 가진 순환과 재생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생산 과정에서 기능을 다 한 소재가 예술가의 손을 거쳐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하면서 '버려지는 것'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다. 산업의 부산물이 새로운 창작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콤비락을 재료로 만든 작품

콤비락을 재료로 만든 작품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와 직접 만나 전시의 의미를 더욱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작가와의 대화'에는 안진호, 가영, 이주형, 라미 작가가 참여한다.

작가와의 대화는 9월 15일 안진호 작가를 시작으로 9월 16일 가영 작가, 9월 17일 이주영 작가, 9월 18일 라미 작가가 참여한다. 시간은 모두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산업 현장에서 얻은 영감, 재료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 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다. 

관람객을 위한 참여프로그램도 준비됐다. 9월 12일 오전 11시부터 12시 30분까지는 윤지훈 작가와 함께하는 '핸드크림 만들기'가 진행된다. 9월 19일에는 안진호 작가와 함께 '내가 머물고 싶은 집을 펜으로 드로잉하기' 프로그램이 마련되며, 10월 10일에는 '산업재료로 엮는 매듭 키링 만들기'가 예정돼 있다. 작품을 바라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람객 스스로 산업재료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프로그램이다. 

이번 전시는 기업과 노동자, 예술가뿐만 아니라 이를 함께 응원한 행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하나의 전시가 완성되기까지 산업 현장의 협조와 예술가의 창작, 지역사회의 관심이 함께 어우러졌다. 산업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 익숙한 일터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이번 전시는 산업의 기억을 문화예술로 되살리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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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뉴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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